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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칼럼] 걷고 싶은 도시라야 살고 싶은 도시다정석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부교수

차보다 사람을 더 존중하고  이웃 간 공감과 협동이 시작되는 도시라야 행볻도시

마을과 도시는 삶의 행복에 지대한 영향…행복하려면 우리 마을, 도시부터 바꿔야

   
▲ 정석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부교수.

인생을 설계할 때 "나는 어떠어떠한 삶을 살고 싶다"라고 표현하듯, 우리가 원하고 꿈꾸는 도시도 "어떠어떠한 도시"라고 표현해보자. 말로 글로 표현하고 자주 불러주어야 그 꿈이 가까워지고 마침내 이루어진다. 그대는 어떤 서울을 원하는가? 어떤 도시를 원하는가? 당신이 꿈꾸는 도시, 살고 싶은 도시를 뭐라 부르겠는가?

2006년에 작고하신 한양대학교 강병기 교수님은 "걷고 싶은 도시라야 살고 싶은 도시다"라는 말씀을 종종 하셨다. 정년퇴임 이후에는 시민운동에 투신하셨고, <걷고 싶은 도시 만들기 시민연대(약칭 도시연대)>라고 부르는 시민단체를 직접 만드셨다. 강병기 교수님 묘소에 가보면 '걷고 싶은 도시라야 살고 싶은 도시다"라고 적힌 묘비명을 볼 수 있다. 맞다. 자동차로 쌩쌩 달리기 좋은 도시가 아니라 사람들이 걷기 좋은 도시, 걷는 도시가 참 좋은 도시겠다. 강 교수님은 평생을 걷고 싶은 도시를 꿈꾸며 사셨고, 돌아가신 뒤에도 그 꿈을 우리들에게 얘기하고 계신다.

영국의 도시컨설팅 전문가인 찰스 랜드리는 <크리에이티브 시티 메이킹(Creative City Making)>이란 책을 통해 자신이 꿈꾸는 도시를 창조도시로 표현해서 세계적인 창조도시 붐을 만들었다. 아름다운 도시, 편리한 도시, 지속가능한(sustainable) 도시, 건강한 도시, 안전한 도시, 건전한(sound) 도시, 회복력 있는(resilient) 도시, 포용도시(inclusive city), 정의로운 도시 등등 좋은 도시를 지칭하는 표현들은 아주 많다. 또 있다. 도시와 잘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단어 <행복>을 도시에 붙여 만든 <행복도시(Happy City)>도 있다.

<해피시티>라는 책을 출간한 사람은 찰스 몽고메리다. 1968년 캐나다 밴쿠버에서 태어난 찰스 몽고메리는 기자출신으로 BMW 구겐하임랩의 연구팀원으로 활동하면서 뉴욕, 베를린, 뭄바이 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 행복도시 운동을 펼치고 있다. <해피시티>라는 책은 2013년에 출간되었고 이듬해 우리나라에서도 <우리는 도시에서 행복한가?>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었다.

찰스 몽고메리는 2015년 12월 서울시가 개최한 사회혁신 컨퍼런스에 초대받아 서울에 처음 방문했다. 컨퍼런스와 별도로 찰스 몽고메리와 박원순 서울시장의 대담 행사가 있었는데, 서울시의 부탁으로 아주 흥미로운 대담 사회를 내가 맡게 되었다.

대담을 준비하면서 궁금한 게 많았다. 찰스 몽고메리는 왜 <행복도시>라는 책을 썼을까? 그 계기는 언제였고 무엇 때문이었을까? 박원순 시장은 2011년 말 서울시장에 취임한 직후 서울시 공무원들에게 했던 첫 강연에서 왜 대뜸 <행복도시>를 화두로 꺼냈을까? 행복한 도시를 꿈꾸는 두 사람은 오늘의 서울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한 시간 가까운 대화를 나누면서 많은 궁금증이 풀렸다.

박원순 시장은 천만 인구가 사는 도시는 행복할 수 없는 것인지 오히려 되물으며, "많은 사람들이 밀집해서 살 때 개개인은 더욱 고독해지고 고립될 수 있다. 그래서 사회적 연결이 필요하다. 물질적, 외형적 성장과 발전만으로 행복할 수 없다. 이웃과 유대하고 서로 연결되어 살아야 행복할 수 있다. 서울시가 마을공동체를 중시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찰스 몽고메리는 콜롬비아 보고타시의 엔리케 페날로사 시장을 자신의 영웅이라 말하고 행복도시의 구상도 그와의 만남에서 시작되었다고 답했다. 1998년부터 2000년까지 보고타 시장으로 일하면서 자동차 도시 보고타를 대중교통과 보행도시로 바꾼 페날로사 시장은 2016년 1월부터 다시 보고타 시장으로 일하고 있다. <행복도시> 책의 첫머리에 엔리케 페날로사 시장의 이야기가 나온다. 박용남 선생의 책 <도시의 로빈후드>에도 페날로사 시장과 보고타시의 도시혁신 이야기가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

행복도시의 저자 찰스 몽고메리에게 행복도시는 어떤 도시인지를 물었더니 이렇게 답한다. "이웃 간에 서로 알고, 서로 소통하고, 필요한 것들을 서로 주고받으며 살아야 행복도시가 가능하다. 차보다 사람을 더 존중하는 도시가 행복도시고, 마을에서 이웃 간에 공감과 협동이 시작되는 도시가 바로 행복도시다." 지금 서울시를 비롯해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는 마을공동체 회복운동과 마을공동체 지원사업들이 말하자면 행복도시를 향해 다가가는 여정이란 말로 들렸다.

도시에서 살아가는 우리가 행복하려면 도시를 바꿔야 한다. 찰스 몽고메리의 메시지도 다르지 않다.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에 조금이라도 문제가 있다면 문제를 직시하고 풀라는 것이다. 매일매일 도시에서 겪는 수많은 문제들을 당연한 것, 어쩔 수 없는 것으로 감내하며 살지 말고 바꾸라는 얘기다.

도시에서 일상적으로 겪는 가장 심각한 문제가 출퇴근 고통일 것이다. 집과 직장은 꼭 이렇게 멀어야 할까? 그렇지 않다. 과거의 도시들은 그렇지 않았다. 뒷마당에서 물건을 만들어 집 앞 가게에서 팔고, 집에서 슬슬 걸어 직장에 가거나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자동차가 등장하고 너나 할 것 없이 모두가 자동차를 보유하게 되면서 집과 직장이 멀어지면서 겪게 된 문제다. 도시 외곽에 신도시나 신시가지를 건설하는 대신 구도시를 탄탄하고 짜임새 있게 고쳤다면 지금처럼 먼 거리 출퇴근으로 매일매일 방전되는 듯한 고달픈 삶을 살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좀 더 편리한 이동을 위해 사람이 만들어낸 자동차가 도시의 주인행세를 하고, 정작 사람은 자동차만 못한 존재로 천대받으며 살아가고 있는지 모른다. 차를 타면 운전자 또는 승차자이지만, 차에서 내리면 나는 보행자가 된다. 차를 타고 이동하는 거리보다 훨씬 더 많이 더 자주 걸어야 하는데 우리 도시는 왜 사람보다 차를 더 존중하는 것일까? 그런 도시에서 왜 나는 힘겹게 걷고 있는 것일까?

아주 거대한 공원이 좋을까? 작은 공원이 곳곳에 여럿 있는 게 좋을까? 동네 골목길은 차도와 보도를 분리하는 게 좋을까, 보차공존도로로 조성하되 자동차가 함부로 날뛰지 못하게 조치를 해두는 게 좋을까? 고층 건물을 띄엄띄엄 짓는 게 좋을까, 저층 건물을 길을 따라 나란히 잇는 게 좋을까? 지하보도와 육교가 많은 도시가 좋을까? 교차로마다 또 필요한 곳마다 횡단보도가 있는 도시가 좋을까?

도시의 골격과 시스템을 짜는 일, 용도와 기능을 배치하는 일, 그리고 길과 장소를 섬세하게 디자인하는 일 모두가 우리들 행복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도시에서 행복하려면, 행복한 도시에서 살려면 도시를 알아야 한다. 전문가들에게 맡기지만 말고 시민들이 스스로 지키고 챙기고 돌봐야 한다. 의사선생님과 치료약만으로는 내 건강을 보장할 수 없다. 내가 돌보지 않는다면 소용없을 테니까. 마을과 도시는 내 삶의 행복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행복하려면 우리 도시를 바꾸자. 우리 마을부터.

정석 서울시립대 부교수

<이글은 서울시 '내손안의 서울'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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