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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논란에 판매중단까지... 주택관리 공제 파행 운영 왜?

전국아파트신문 강세준 기자= 대한주택관리사협회가 운영 중인 아파트 등 공동주택 관리 공제사업이 시행 7년만에 큰 위기를 맞았다. 판매 중인 일부 상품이 법적 근거가 없는 사실상의 불법상품이라는 정부 유권해석이 내려진 가운데, 주력 상품 중 하나인 '주택관리종합공제' 는 손해률이 높아져 돌연 판매중단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관리사무소장과 아파트 입주민 등 현장 관계자들이 입을 수 밖에 없다.

상황이 이렇게 된 데에는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의 책임이 크다는 지적이다. 공제사업은 산하단체의 가장 큰 이권사업인데 이를 철저히 감독하기는 커녕 되레  비정상적인 상황이 확대되도록 적극 방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국토부는 주택관리사협회가 공제사업을 시작한 지 석달만인 2009년 11월2일부터 공제사업의 범위를 기존 관리소장 이외에 관리사무소 직원들로까지 확대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2011년 3월2일부터는 하자보수 등 공사 관련업체들을 상대로 한 이행보증공제 상품도 판매할 수 있도록 했다.

대한주택관리사협회 공제사업단 홈페이지에 게시된 주택관리신원보증공제 안내문.  주택법상 공제가입 대상이 아닌 입주자대표회의회장, 관련업 소속 직원, 관련업 대표자 등을 가입대상으로 한다고 광고하고 있다.
아파트 하자보수 공사 참여 업체 등을 상대로 판매하고 있는 이행하자공제 상품 안내문.

 

◆  국토부,공제상품 무분별 확대 적극 방조...공제단장은 국토부 출신 '낙하산'  

주택법 관련조항(제81조의2)은 "주택관리사협회는 관리사무소장의 손해배상책임을 보장하기 위하여 공제사업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주택관리 공제사업의 인적 범위가  관리사무소장이라는 점은 주택법 규정의 문언해석 상 명확한 셈이다. 

그럼에도 국토부가 주택관리 공제의 가입범위를 입주자대표회의회장, 청소원, 경비원, 경리, 기사(전기, 보일러 등), 나아가 공사참여 업체들로까지 넓힐 수 있도록 허가한 것은 그 자체가 특정 이익단체에 대한 특혜이고, 법적 일탈행위라고 볼 수 밖에 없다.

엉터리 행정으로 인해 결국 관리 현장은 혼란에 빠졌다. 공제 사업의 범위를 무분별하게 확장한 결과 협회가 거둬들인 공제부금은 단기적으로 늘어났지만, 결국 손해율의 상승으로 인해 공제기금에서 나가는 돈이 많아지면서 주력 상품의 갑작스런 판매 중단이라는 상황까지 온 것이다.

더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법제처 유권해석과 관련해 국토부가 보인 태도다. 주택법상 주택관리 공제의 인적 범위가 관리사무소장으로 한정된다는 것은 문리해석상 명확하고, 법제처가 유권해석을 통해 공식적으로 확인도장을 찍었는데도 국토부는 이를 애써 외면하고 관리소장 이외의 자를 상대로 한 공제상품의 판매를 계속하도록 했다. 

국토부 담당 공무원들은 이런 상황에 대해 크게 두가지 이유를 대고 있다. 하나는 법제처 유권해석은 강제력이 없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관리소장 이외의 가입자, 즉 경비원, 미화원, 경리, 기사 등의 경우 관련 공제상품 판매를 중단했을 때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법제처 유권해석이 법원 판결같은 법적 강제력이 없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유권해석이라는 제도의 존재 이유 자체가 정부의 통일적인 법해석과 집행을 위한 것인만큼 국토부의 '유권해석 무시'는 극히 이례적인 것임에 분명하다. 

법제처나 감사원 등도 정부유권해석의 사실상의 구속력은 인정하고 있다. 유권해석에 어긋나는 법집행을 계속하면 징계나 감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국토부 공무원들이 이런 태도를 보이는 것이 주택관리사협회 공제사업단장이 국토부 고위관료 출신인 점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협회 부회장을 겸하는 공제사업단장 자리는 국토부 고위관료의 퇴직후 낙하산 자리처럼 여겨지고 있다.

◆ 경비원, 미화원 등은 공제가입 법적 의무없고, 보험사등 유사상품 이용해도 무방

아파트 경비원, 미화원, 경리, 기사 등의 공제 상품을 판매중단하면 대안이 없다는 주장도, 이것 때문에 불법적인 상황을 용인할 수 밖에 없다고 하기에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현재 아파트 관리 직원들이 취업을 하려면 주택관리사협회의 신원보증공제에 가입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돼 있다. 

하지만 이들에게 공제가입을 의무화한 법규정은 없다. 일부 아파트의 경우 관리규약에서 관리 직원들에게 신원보증 성격의 보험이나 공제가입을 요구하고 있지만, 법에 없는 의무를 지운다는 면에서 문제가 있는 처사다. 관리규약이 주택법령에 없는 금전적 지출 의무를 근로자에게 지울 수는 없는 것이다.

주택법상 손해배상의무와 이를 담보하기 위한 보증보험, 공제 가입, 공탁 등이 법적 의무사항으로 돼 있는 것은 관리사무소장 밖에 없다.

그럼에도 굳이 관리직원에게도 신원보증이 필요하다면 주택관리사협회 공제가 아닌 신용보증사나 보험회사의 비슷한 상품을 이용하게 해도 될 것이다.

주택관리사협회 공제가 이처럼 애물단지 신세가 된 것은 국토부가 상품인가를 통해 이를 공제가 아닌 보험과 비슷한 제도로 변질시켜 버렸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경비원, 미화원, 경리 등 관리사무소 직원들도 의무적으로 주택관리사협회 신원보증공제에 가입해야 하는 것처럼 알려져 있지만, 이는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는 것으로 일종의 관행에 불과하다. 국토교통부는 법제처 유권해석대로 이들을 상대로 한 공제상품 판매를 중단할 경우 대안이 없다고 하지만, 법적 근거가 없는 공제가입을 의무화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 공제를 보험처럼 운영...입주자대표단체,위탁관리업계도 자체 공제사업 허용해야 

공제는 보험과 비슷한 형태를 띠고 기능도 유사하지만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 즉 가입 대상자가 보험의 경우 '같은 위험'을 가지는 사람이지만 공제는 '같은 직업'을 가지는 사람이다. 

예컨대, 자동차보험은 가입자의 직업이 무언이든 같은 유형의 자동차를 운전하는 사람이면 가입할 수 있는 반면, 공제는 버스공제, 택시공제, 개인택시공제 처럼 같은 성격의 직업을 가진 이들을 가입대상으로 한다.

주택관리 공제의 경우 관리사무소장 뿐아니라 입주자대표, 관리사무소 직원, 공사입찰 업체 등 전혀 다른 직업적 성격을 가진 사람들을 섞어서 가입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들은 공동주택 관리에서 발생할 손해배상위험에 대비할 필요가 있는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공통분모를 지니고 있다.

즉, 현 주택관리 공제는 그 가입자를 여타 공제처럼 '같은 직업'을 기준으로 한 것이 아니라 보험처럼 '같은 위험'을  기준으로 삼은 셈이다.

국토부가 이렇게 주택법 규정을 어겨가면서 까지 주택관리사협회에 특혜 아닌 특혜를 준 데에는 좀 더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국토부 산하단체 중 공동주택관리 관련 공제사업을 할 수 있는 곳은 사실상 대한주택관리사협회 밖에 없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 관리의 또 다른 핵심 주체인 입주자대표와 주택관리업계 쪽에는 법정 단체화된 조직이 아예 없기 때문이다. 

전국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연합회나 한국주택관리협회 같은 전국적 규모의 사단법인 조직이 있지만, 국토부는 이들을 법정단체화하는 데는 극히 미온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이들 조직을 법정단체화하고 각각 입주자대표와 위탁관리업체들을 상대로 공제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하면, 주택관리사협회가 굳이 자신들과 전혀 다른 직업적 성격을 가진 입주자대표나 관리사무소 직원들을 상대로 한 공제 사업을 하지 않아도 될 것이고, 공제상품의 위험관리도 합리적으로 통제할 수 있을 것이다.

강세준 기자  skang71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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