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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와 추억을 건네는 정선 간이역 3총사, 정선선 나전역·아우라지역·구절리역
정신없이 바쁜 일상에 치여 도피처가 필요한 순간, 문득 간이역이란 세 글자에 사로잡힌다. 간이역은 한적함이 자아내는 여유다.
강원도의 간이역들은 고즈넉한 산세에 둘러싸인 이상적인 배경까지 갖췄다. 여유를 만끽하러 떠나는 여행지로 삼기에 충분하다. ‘1960년대’, ‘강에 서린 옛이야기’, ‘레일바이크’등을 소재로 여행자에게 추억과 재미를 선사하는 정선의 간이역으로 간다. 정선선의 끄트머리로 이어지는 나전역, 아우라지역, 구절리역이다.
 

■ 1960년대의 추억을 품은 나전역

녹음 가득한 정선의 경치를 음미하며 나전역으로 향한다. 나전광업소 폐광과 함께 쇠락한 나전역은 1960년대를 콘셉트로 복원돼 추억 여행지로 변신했다.
대합실 문을 열면 널찍한 공간에 그 시절의 의자, 난로, 역무실 등이 모습을 드러낸다.
정적인 공간에 활기를 불어넣고 싶어 상상력을 발휘한다. 출퇴근 시간이면 광부들이 대합실 의자에 지친 몸을 맞대고 떠들썩한 잡담을 나누지 않았을까?
겨울이면 연통 달린 난로가 위안의 온기로 실내를 가득 데웠을 테다. 역무원은 차표를 끊느라 도장에 숫자가 박힌 나무 조각을 일일이 끼워 넣는 수고를 반복했을 것이다.
힘들고 불편하지만 아날로그 감성 물씬 풍기는 삶의 현장이 머리에 그려진다.
대합실을 나오면 텅 빈 철길이 반긴다. 철길 따라 느긋하게 걷는다. 잠들어 있던 감성이 깨어난다. 눈앞으로 소실점을 향해 쭉 뻗은 철길과 청명한 하늘, 진한 초록 물결로 뒤덮인 산이 그림 같은 조화를 이룬 탓이다. 연인이라면 선로 양쪽에 올라 서로 손을 잡고 비틀비틀 중심을 잡으며 앞으로 나아가도 좋겠다.
플랫폼 한쪽에 추억의 CF 현장을 재현한 포토존이 보인다.
오래전 일이지만 서태지가 굴욕을 당해 웃음을 줬던 휴대폰 CF를 여기서 찍었다.
서태지의 팬이라면 기억이 생생하지 않을까. 철길 옆 벤치에 앉은 서태지와 소녀. 서태지는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소녀에게 “난~알아요”를 부르지만 소녀는 정색하며 “아저씨 난 몰라요” 하고 받아치는 내용이다. 현장은 당시의 소박하고 예쁜 모습 그대로다.
한없이 평화로운 분위기에서 하얀 공중전화를 벗 삼아 추억 한 장 찍는 건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나전역은 이외에도 영화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드라마 <모래시계>, 예능 프로그램 <1박 2일> 등의 촬영 장소로 이용되었다.

■ 옛이야기 넘실대는 강변역, 아우라지역
 
아우라지역은 인근의 유명 관광지인 아우라지라는 강에서 이름을 따왔다. 역명과 어울리게 역 왼쪽으로 늘씬하게 뻗은 거대 물고기 두 마리가 보인다. 폐객차를 개조해 만든 ‘어름치유혹' 카페다. 1급수 희귀 어종 어름치가 사는 아우라지의 맑디맑음을 얘기하고 싶은가 보다. 카페는 사진전시관을 무료로 운영한다. 단, 개인이 운영하여 영업일이 일정치 않으니 방문을 원한다면 먼저 연락(033-563-3787)을 해야 한다.
아우라지역 옆으로 상당한 스케일의 강줄기가 펼쳐진다.
이곳이 아우라지다. 아우라지는 평창 발왕산에서 발원한 송천과 삼척 중봉산에서 발원한 골지천이 합류해 ‘어우러진다’ 하여 이름 붙었다. ‘떼돈 번다’는 말이 여기서 비롯된다.
조선 시대 떼꾼들은 정선의 질 좋은 소나무를 베고 말린 후 새끼줄로 엮어 뗏목을 만들었다.
뗏목을 그대로 아우라지에 띄우면 물길 따라 한강의 마포나루까지 도착할 수 있었는데, 뗏목에서 해체된 소나무가 아주 비싼 값에 팔려 그야말로 '떼돈'을 벌었다고 한다.
송천은 큼직한 돌을 박은 징검다리, 골지천은 초승달 조형물을 얹은 다리로 건넌다. 두 다리가 만나는 지점에 여송정(소나무를 그렇게 많이 베고도 아직 소나무가 많이 남았다는 뜻의 정자)과 아우라지를 그윽이 바라보는 처녀 동상이 자리한다.
전설에 의하면 처녀, 총각이 아우라지를 사이에 두고 살았는데 둘은 싸릿골로 동백을 따러 가기로 약속했으나 간밤에 내린 폭우로 강물이 불어 아우라지를 건널 수 없게 되었다.
이때의 안타까운 심정이 "아우라지 뱃사공아 배 좀 건너 주게~"라는 정선아리랑 애정편의 가사에 녹아 있다.
■ 정선의 수려한 경치를 감상하는 레일바이크의 출발점, 구절리역
 
구절리역은 2004년 여객 취급 정지를 당하며 폐역이 되었으나, 이듬해 레일바이크를 운영하면서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구절리역 자체가 레일바이크 매표소다.
레일바이크에 올라 송천의 물길을 따라가고 동화의 한 장면 같은 숲속과 소담한 농촌 풍경을 감상한다. 3개의 터널은 여름이면 더위를 얼어붙게 할 만큼 시원하다.
철도교를 건널 때면 만만치 않은 스릴이 온몸을 감싼다. 아우라지역까지 7.2km나 이어지는 긴 코스이지만 완만한 내리막이라 그리 힘들이지 않고 레일바이크를 탈 수 있다. 아우라지역에 도착하면 구절리역으로 편하게 데려다줄 풍경열차가 대기한다. 오로지 레일바이크 이용자만을 위해 무료로 모신다.
아우라지역에 어름치유혹이 있다면 구절리역에는 ‘여치의 꿈’이라는 식당&카페가 있다. 역시 폐객차를 이용해 만들었다. 거대 여치 암수 한 쌍이 등과 배를 맞대고 몸을 포갠 형상이다. 가느다란 더듬이와 구부러진 다리까지 표현해 디테일도 훌륭하다. 정선의 멋들어진 경치에 취해 하루 더 머물고 싶다면 카페 인근 기차펜션과 개미펜션을 이용해도 좋겠다. 유유히 흐르는 송천과 신록으로 물든 숲을 곁에 둔 여행객의 안식처다.
 
■ 세 가지 에피소드의 옴니버스 영화와도 같은 여정
 
나전역, 아우라지역, 구절리역 여행은 간이역이라는 공통분모로 엮은 옴니버스 영화 같다.
각각의 에피소드는 개성이 확실하며 추억 만들기라는 간이역 여행의 본질에 충실하다.
이 세 간이역은 자동차로 10여 분 남짓 달리면 닿을 수 있을 정도로 가까워 연속성도 좋다.
나들이하기 좋은 계절 청정한 정선의 품으로 떠날 만한 동기를 제공한다. 나전역과 아우라지역은 정선아리랑열차로 닿을 수 있으니 여행 계획 세울 때 참고하기 바란다.
 
<자료제공: 한국관광공사>

전국아파트신문  jkapt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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