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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래시장의 화려한 부활…원주시장에서 놀다치악산·강원감영·박경리 문학공원…여름 원주 여행
미로예술시장 2층 중앙광장. <사진: 원주시>

때이른 폭염이 계속되고 있다. 치악산(1288m)을 주산으로 삼은 원주시에는 ‘여름나기’ 좋은 곳이 참 많다. 구룡, 성남, 영원사 계곡 등 치악산엔 골골마다 아름다운 계곡이 있다. 또 강을 낀 간현, 판대, 칠봉유원지는 캠핑이나 야영지로 각광받는다.

피서 때 놓치면 아쉬울 곳이 원주 시내의 재래장이다. 특히 폐허나 다름없던 중앙시장의 2층이 ‘원주미로예술시장’으로 부활했다. 거기에 ‘강원감영’과 ‘박경리 문학공원’은 절대 뺄 수 없는 ‘여행 양념’이다. 원주 시내 여행을 해본 적 있는가? ‘보면 볼수록 좋은 곳’이 아니라 ‘가면 갈수록 좋아지는 곳’이다. 원주 시내에서 가장 먼저 강원감영(사적 제439호)으로 간다. 정문 포정루를 지나 찰칵찰칵 사진을 찍으면서 ‘매의 눈’으로 넓은 마당을 휘휘 둘러본다. 중삼문(강원감영 3문 중 두 번째 출입문), 내삼문(세 번째 출입문), 선화당(관찰사 집무실), 내아(관찰사 사택), 행각(궁궐이나 관청의 본관 앞이나 좌우에 지은 행랑, 주로 하인이 거처하는 방) 등을 둘러보고 중삼문과 내삼문 사이, 담장 벽 밑에 있는 14개의 선정비도 살펴본다. 넓기만 한 마당을 몇 개의 화분과 포토존(선화당, 중삼문)으로 치장한 것이 그 사이 달라진 점이다. 해설사가 상주하는 것도 변화다.

해설사에게 인터넷 검색을 하면 알 수 있는 천편일률적인 역사 이야기는 원치 않는다고 말한다. 그녀는 영리하다. 선화당 현판을 가리키며 최규하(1919~2006) 전 대통령의 글씨란다. ‘원주가 고향이었구나’ 생각하면서 서울 서교동에 있는 가옥을 떠올린다. 마침 개량한복을 차려입은 한 쌍의 남녀가 선화당 문지방을 넘는다. 전문 사진가를 동원한 그들은 사진 찍히기에 여념 없다. 어떤 기념일인지 따져 묻진 않았지만 그들의 표정에 떠도는 행복감으로 짐작한다. 어쨌든 강원감영의 후원이 올해 복원된다니 좀 더 볼거리가 생기길 기대해본다. 참고로 현재(4~7월) 그곳은 ‘감영에 가면 참 좋겠다’는 테마로 다채로운 행사가 열린다.

선화당 하우스 콘서트(매주 토요일 오후 2시), 관찰사의 풍류 달밤(매주 화요일 오후 7시 30분)을 기억하면 된다. 또 인근 원동성당(매주 수요일 7시 30분)에서도 공연이 펼쳐진다. 10월에는 감영문화제가 열린다. 감영을 벗어나 원동성당을 둘러보고 원주시장으로 향한다. 자유시장 공용주차장을 이용한다. 시장 휴무(1, 3주 일요일) 때는 주차비가 공짜다. 횡단보도 앞, 녹색등으로 불빛이 바뀌길 기다리면서 혼잣말로 ‘배고프다’고 말했더니 길 가던 친절한 아주머니가 “이모네가 맛있다”면서 추천한다. 정말 유명한 듯하다.

여러 만둣국집이 열 지어 있는데도 유독 이 집에만 손님들이 줄서 기다린다. 양은솥 두 개가 놓인 좁은 공간에 서서 일하는 할머니의 손길이 부산하다. 할머니의 사랑이 듬뿍 담긴 만둣국 한 그릇은 5500원. 디저트로 과일 주스를 먹으러 자유시장으로 향한다. 휴무라도 지하의 먹거리 단지(순댓국, 돈가스 타운, 다방)는 열린다. 순댓국 코너에는 술추렴하는 나이 지긋한 아저씨들이 여전히 많다. 그 옆자리에는 하루 종일 칼국수 면을 썰고 만두를 빚는 아낙들이 있다. 오늘도 앞치마에 하얀 밀가루 분을 잔뜩 발랐다. 거무튀튀한 메밀만두 등 강원도 시장의 전형을 보여주는 이 모습을 보면 왠지 마음이 설렌다.

최근에는 돈가스, 떡볶이 골목이 생겨 젊은이들을 공략하고 있다. 싼 값에 과일 주스를 파는 단골집이 오늘은 문을 닫았다. 어쩔 수 없어서 자유시장의 트렌드인 ‘다방’을 찾았다. 흑백영화 속에서나 보던, 유행 지난 다방이 무더기로 모여 있는 곳도 이곳뿐이리라 싶다. 주스 한 잔 시켜 얼른 마시고 밖으로 나와 중앙시장으로 가기 위해 시장 골목을 걷는다. 1950년대에 만들어진 중앙시장은 한때 중부 영서권을 휘어잡을 정도로 유명했다. 그러나 상권이 무너지고, 특히 시장 2층은 1990년대에 두 번의 대형 화재를 당하면서 귀신이 나올 만큼 폐허가 돼버렸다. 2013년, 원주시는 젊은 예술인들을 끌어들여 미로예술시장으로 재탄생시켰다. 2014년부터 2016년까지 52개 청년 상인 점포가 창업하고 2017년 6월 10일에 19개가 더 오픈해 총 71개가 됐다. 상가는 ‘가나다라’ 동으로 나누어져 있다.

상가 건물의 빈 벽을 채운 재밌는 그림이나 오래된 영화 포스터 등이 눈길을 끈다. 특히 핸드메이드로 만든, 창조적인 숍에서는 지갑을 열게 만든다. 모던 숍만 있는 게 아니다. 70여 년의 경력을 가진 이발사가 운영하는 이발소와 옷 수선집 등도 있다. 이발소에 들어가 보니 어릴 적 봤던 그 모습 그대로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1960~1970년대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고스란히 재현했다. 유행에 특히 민감한 헤어스타일을 이런 오래된 이발소에 맡기는 사람들이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생긴다. “집에 있으면 뭐해.” 평생 이발을 했다는 시니어 이발사는 찾아오는 손님 수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한다.

번잡한 시장통에서 이리저리 ‘보물찾기’ 하듯,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한참 놀았다. ‘오호, 재밌는데! 기대 이상이야. 전주시 남문시장 2층의 청년 시장과 엇비슷한 느낌이지만 좀 달라. 강원도만의 분명한 특색이 있어’라는 생각을 한다. 한편으론 찾는 이 많아져 원주 재래시장이 갖고 있는 원형이 변질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감도 든다. 변화, 부활도 좋지만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말을 누구에게 전해야 할까? 현재 이 시장에서는 다양한 이벤트, 체험 행사를 펼치고 있다. 3월부터 10월까지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에는 ‘시장에서 놀자’라는 행사가 열린다. 또 매달 둘째 주 주말에는 플리마켓(flea market, 벼룩시장)을 연다. 이날은 단돈 1000원에 즐길 수 있는 길거리 간식거리도 있다. 강원감영. 조선은행, 원동성당 등 원도심의 볼거리를 선정해 스탬프 행사를 펼쳐 선물도 준다.

조성호  ynynh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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