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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의 또 다른 호주 ‘퍼스(perth)’
퍼스시티 전경

호주라 하면 시드니나 수도인 캔버라가 가장 큰 주 일거라 생각 할 수 있지만 사실 서호주는 면적 2,825,300㎢에 인구는 약 150만 명으로 호주에서 가장 큰 주이다. 서호주는 퍼스와 코랄 코스트, 골든 아웃백, 북서부 그리고 남서부의 총 5개의 지역으로 다시 나누어진다. 

서호주의 주도인 퍼스는 수많은 포도밭과 거대한 스완강(Swan River)으로 둘러싸여있으며 네 가구당 한 가구 비율로 배를 갖고 있어 주말이면 스완강은 배들로 뒤덮일 정도이고 해변에는 윈드서핑, 스킨스쿠버, 낚시 등 다양한 해양레저가 발달 돼있다. 도로가 잘 정비돼있으며 고속도로 통행료가 무료로 하루 동안에 여러 곳을 돌아다닐 수 있다. 단, 면적이 우리나라보다 몇 배나 넓으니 자동차 여행 시 며칠이 걸릴 수 있어 계획을 잘 세워야한다. 퍼스에는 물과 숲, 공원이 많아 피크닉을 하는 기분으로 여행을 해 보는 것도 좋다. 퍼스 시내거리를 구경하려면 쇼핑몰 근처로 가면 된다. 도심의 심장부는 '헤이 스트리트'로 보행자의 천국으로 돼 있어, 이 도시에서 가장 붐비는 거리이다. 시드니와 달리 쇼핑센터, 레스토랑 및 중요한 관광지가 거의 다 모여 있어 여행자에게는 무척 편리하다.

 

슬로우 시티 ‘퍼스’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주의 주도인 퍼스는 사실 고립된 도시다. 시드니, 브리즈번 등 동부 해안도시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지리적, 감성적으로 멀다. 싱가포르에서 날아오는 거리나 시드니에서 닿는 시간이나 별반 차이가 없다. 퍼스를 수식하는 말들도 낯설다. ‘세계에서 가장 고립된 도시’, ‘사막과 바다 사이에 들어선 도시’, 서쪽으로는 인도양이, 동쪽으로는 끝없는 사막이 이어지니 외딴 도시라는 평이 어색한 것은 아니다.

옛날 골드러시(Gold Rush)로 기반을 다진 퍼스는 생활의 여유와 자연 격리된 자유로움 속에서 호주 내에 그들만의 문화를 잉태했다. 동부도시들과는 다가서는 느낌이 사뭇 다르다. 사람들은 부드럽고 다운타운에는 '캣'이라는 이름의, 고양이 그림이 그려진 무료버스가 다니며, 거리의 흐름은 한 템포 더디게 흘러간다. 

퍼스에서는 일상과 휴식, 이벤트가 큰 경계 없이 진행된다. 번잡한 다운타운과 문화 공간, 따사로운 해변이 하루 일과의 범주 안에 사이좋게 녹아든다. 도시 외곽의 단아한 해변은 19곳에 이르는데, 번화가에서 가깝게 와 닿는 그 해변들이 고요하고 정겹다. 성수기만 되면 콩나물시루처럼 변하는 해수욕장이 아니다. 그 중 코슬로우 비치(Cottesloe Beach)는 호주 출신의 영화 배우였던 히스 레저(Heath Ledger)가 산책 삼아 즐겨 찾던 해변이다. 이곳에서는 남반구 최대의 예술축제인 퍼스 국제 아트페스티벌(Perth International Arts Festival)이 열리기도 한다. 

 

도시 속 자연에 산다

서호주 남반구 최대의 도심공원인 킹스파크(Kings Park)는 다운타운에서 서쪽, 굽이도는 퍼스강을 끼고 나지막한 언덕 위에 형성된 공원인데, 호주 내외적 전쟁으로 목숨을 바친 선열들을 기리는 조형물들이 많다.(참고로 6.25 한국전쟁 당시 연합군중 각 나라 인구대비 가장 많이 전사한 나라가 호주이다.)

입구에서부터 울창하게 서 있는 나무가 인상적이며, 바오밥나무가 있는 보타닉 가든도 사랑스럽다. 알고 보니 서호주의 북서쪽인 킴벌리 지역에는 바오밥 나무가 자생한다고 한다. 오래전 호주 대륙과 아프리카 대륙이 가까이 붙어 있던 곤드와나 대륙 시절, 바닷물에 씨가 떠내려와 자랐다고 추정되는 바오밥 나무. 아프리카에 가야 볼 수 있을 줄 알았던 이 나무는 호주에서는 유일하게 북서쪽의 킴벌리 지역에서만 자라기 때문에 킴벌리 지역의 상징물이 되었다. 퍼스 근처에서 자라는 것은 아니지만 몇 그루를 킴벌리 지역에서 옮겨와 공원에 심어 놓았다.

아프리카 설화에서는 오래전 바오밥 나무가 매우 멋지고 늠름한 모습을 하고 있었는데, 잘난 척을 너무 해서 괘씸하게 여긴 신이 꺼내서 거꾸로 박아 놓았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마치 뿌리가 위로 난 듯한 모습이기도 하다. 바오밥 나무는 호주 식물로서는 드물게 겨울(호주의 건기)에 잎을 모두 떨어뜨리는 식물이라고 한다. 

2만 5천여 종의 식물들이 서식하는 킹스파크는 그 규모로 퍼스의 한 축을 차지한다. 특히 퍼스 다운타운의 전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어 포토 포인트로도 인기가 높다. 보타닉 가든을 지나 아델파이 호텔 옆으로 내려가는 225개 해안 계단에서의 산책을 하면 계단 높이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퍼스 전경이 일품으로 다가온다.

1872년부터 조성하기 시작한 보타닉 가든은 1965년 개장됐다. 킹스 파크는 도시 공원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400ha 크기다. 보타닉 가든에는 1,700만 종의 꽃과 식물이 있다. 매일 오전 10시와 오후 2시에는 무료 워킹 가이드 투어(영어) 등을 진행한다. 여름(12~3월)엔 야외 공연, 영화 상영 등 펼쳐진다. 9월에는 야생화 축제가 열려 서호주의 모든 야생화를 한눈에 볼 수 있고, 나무 위를 다리로 연결해서 다닐 수 있다.

종 모양의 현대 건축물인 스완벨 타워(Swan Bell Tower)는 스완강과 이어지는 다운타운의 중심부에 위치한 벨 타워로, 퍼스의 새로운 아이콘이다. 매일 정오에는 18개 벨이 울려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룬다. 그중 12개 종은 런던의 필드 처치에 있는 세인트 마틴에서 기증한 것이다. 종 치는 체험을 해보는 가이드 투어가 진행되며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퍼스 전경이 볼 만하다. 그리고 앞으로 흐르는 스완강과 바다를 만나는 길을 가르는 요트들의 궤적을 조망하는 것만으로도 평화롭다. 강변 산책로로 나서거나 자전거를 타고 질주할 수도 있다. 강가에는 이 지역 부호들의 별장이 요트를 앞세운 채 풍치 좋은 곳에 위치해있어 부러움의 대상되기도 한다.

 

런던코트 입구

서호주 문화와 패션을 리더한다

도심 거리는 카멜레온처럼 유기적으로 변신한다. 머레이 스트리트, 헤이 스트리트 등은 퍼스 최대의 중심가이자 쇼핑의 거리다. 온갖 고급상점과 현지 디자이너숍들이 즐비하게 들어선 킹스 스트리트는 명품의 메카로 자리매김 했다. 화려한 도심은 해만 저물면 고즈넉해졌다가 주말 밤이면 다시 옥상 위 바들에 청춘들이 몰려들며 흥청거리기 시작한다.

도심이 더욱 이채로운 것은 걸어서 10분, 철로 하나만 지나면 문화적 깊이가 달라진다는 점이다. 다국적 식당들과 ‘나이트 라이프’로 명성 높았던 북쪽 노스브리지(North Bridge) 일대는 퍼스의 새롭고 당당한 문화허브로 등극했다. 그러나 이곳은 주류식당이 많아 밤늦게 한국처럼 혼자다니면 위험하니 골목길이나 어두운길은 되도록 피하는게 좋다.

도심을 걷다 만나는 영국색 완연한 런던코트(London Court) 거리나 콜로니얼 풍의 퍼스시청사(Perth Town Hall) 역시 퍼스의 풍모를 더하는 볼거리들이다. 시청사는 영국에서 건너온 죄수들에 의해 1800년대 후반 세워졌으며, 런던코트는 이름 그대로 영국의 소박한 기념품 골목을 재현해 놓았다.

요즘은 작은 와인 바나 식당들이 고풍스런 건물과 번화한 거리 대신 도심을 새롭게 재구성하는 주역들이다. 그래피티와 이색 인테리어로 단장된 개성 넘치는 바들을 이곳 청춘들의 아지트이자 퍼스 여행의 새로운 묘미다. 세계 곳곳에서 온 여행자들과 바에서 맛보는 와인은 스완강에서 연결되는 스완밸리(Swan Valley)나 남서부 마가렛 리버(Margaret River)의 마을 단위 와이너리에서 생산된 친근한(?) 것들로 가격도 착하다. 

 

축제와 퍼포먼스, 삶의 향기가 있는 곳

2월에서 3월로 넘어서는 계절은 퍼스가 가장 화려해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남반구의 늦여름에서 초가을로 접어들 때, 퍼스에서는 국제 아트페스티벌이 펼쳐진다. 아트 페스티벌은 남반구에서는 최대 규모로 영화, 음악, 미술 등이 총망라되는 예술축제다. 축제는 퍼스의 해변, 골목, 공원 등 삶이 묻어나는 공간 곳곳에서 진행된다.

이곳에서 축제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도 조금은 색다르다. 자전거를 타고와 개막 이벤트를 지켜본 뒤 해변에서 일광욕이나 브런치를 즐기거나, 저녁식사 뒤의 여운을 간직 한채 도심 한가운데 이색 퍼포먼스에 참가하는 일들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굳이 강렬하거나 자극적이지 않더라도 더딘 시간 속에서 문화를 향유한다. 또 퍼스 문화센터(Perth Cultural Centre), 서호주 아트 갤러리(Art Gallery of Western Australia), 현대 미술관(Perth Museum and Art Gallery), 서호주 박물관(Western Australian Museum) 등은 노스브리지의 문화적 향취를 대변하는 공간들이 있다. 

이외에도 거리에서 우연히 마주치는 노천바, 노천영화관, 노천콘서트장 등은 이 일대의 주요 아이콘이다. 노천광장 소파에 비스듬히 누워 야외 영화를 감상하는 모습은 이제 노스브리지의 일상적인 풍경이 됐다.

퍼스에서 느껴지는 이미지는 분명 ‘또 다른 호주’다. 독특한 자연지형이 아니더라도, 연중 내내 온화한 기후에 푸른 하늘과 친절한 사람들이 모습이 기억 속에 선명하다, 도심의 심장박동을 조율하는 이색 문화적 매력들이 여기에 차분하게 덧씌워진다.

이근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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