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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칼럼] 불륜은 불륜일 뿐

김씨(여자)는 2007년부터 유부남과 내연관계를 맺었습니다. 남자는 2009년도에는 아파트를 임차해서 여자의 거처를 마련해주었고, 이후부터는 숙식을 함께 하며 사실상 동거를 하였습니다. 그렇게 지내다가 2011년도에는 여자가 ‘같은 아파트 단지에서 매물로 나온 다른 동 아파트를 사자’고 남자를 졸라 승락을 받아냈습니다. 여자는 자기 이름으로 새 아파트를 구입했고, 돈은 남자가 주었습니다. 다만, 남자가 아파트 구입대금을 주면서 여자로부터 아파트 구입대금으로 4억3천만 원을 차용한다는 내용의 차용증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두 사람의 관계는 만난 지 6년 만에 끝이 났는데, 2013년 12월 남자는 여자가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 나와 연락을 끊었습니다. 

이후 남자는 여자에게 ‘집을 사면서 빌려간 돈을 갚으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러자 여자는 오히려 ‘남자가 일방적으로 사실혼 관계를 파탄냈다’며 ‘4억 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에 남자도 여자를 상대로 ‘빌려간 돈 4억3천만 원을 갚으라’며 반소를 제기해 맞소송으로 대응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안 남자의 아내(법률상의 처)도 여자(내연녀)를 상대로 위자료를 물어내라고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과연 법원은 누구의 손을 들어줄까요? 먼저, 여자가 남자에게 사실혼 파탄에 대한 책임으로 4억 원의 위자료를 물어내라고 요구하고, 남자는 여자에게 빌려준 돈을 갚으라고 한 부분에서 법원은 이렇게 판결했습니다.

 

법률상 부부가 별거하고 있는 상태에서 다른 한쪽이 제3자와 실질적 부부생활을 하고 있다고 해서 사실혼으로 인정해 법률혼에 준하는 보호를 할 수는 없다. 1976년 결혼한 남자가 집을 나와 2009년부터 2013년까지 내연녀와 동거하고, 남자의 아내가 이혼을 전제로 재산분할청구권을 보전하기 위해 남자의 재산을 가압류했다 해제하는 등의 행위를 했더라도 남자 부부의 혼인관계는 유지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 결국, 두 사람 사이에 사실혼 관계가 있다고 볼 수는 없고, 따라서 남자가 사실혼관계 파탄을 이유로 돈을 물어줄 이유는 없다. 반면, 여자가 남자로부터 아파트 구입을 위해 돈을 빌린 사실은 인정되므로 여자는 남자에게 4억3천만 원을 갚으라.

 

이 판결에 따르면, 결국 ‘불륜은 불륜일 뿐’이라는 것인데, 여기에는 한 가지 법률적인 쟁점이 숨어 있습니다. 즉, 불법원인급여라는 것인데, ‘불법을 원인으로 돈을 지급한 경우에는 그 반환을 구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사건에서도 여자 측에서는 ‘남자가 자신과 불륜을 유지하는 대가로 아파트를 구입해 준 것이다. 이는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기 때문에 남자는 돈을 돌려달라고 할 수 없다’는 주장을 할 수가 있는 상황이지요. 

그런데 이 사건에서는 여자가 먼저 남자를 상대로 ‘사실혼 부당파기를 이유로 한 위자료’를 주장했는데, 이는 두 사람의 관계가 합법적인 관계라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기 때문에 불법원인급여를 주장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그러므로 차라리 남자가 대여금반환소송을 하기를 기다렸다가 불법원인급여를 주장하는 것이 소송기술적인 측면에서 유리한 방법이었는데, 그러지 못한 것이지요.

그리고 남자의 아내가 내연녀를 상대로 위자료를 물어내라고 청구한 부분에 대해 법원은, ‘두 사람이 바람을 피워 남자의 아내에게 정신적 고통을 주었으니 그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며 1천만 원을 물어주라고 판결했습니다.

이 부분에서, 바람을 피운 경우에 그 상대방만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는지가 궁금해집니다.

가령 이 사건처럼 남자가 바람을 피우면 아내는 남자와 내연녀 모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구할 수 있습니다. 보통 상대방이 바람을 피워 이혼소송을 하는 경우에는 상대방과 내연관계에 있는 사람 모두에게 위자료를 물어내라고 하게 되고, 그러면 법원에서는 두 사람 다 위자료를 물어주라고 판결하게 되지요.

그런데 이 사건에서는 아마 남자가 다시 집으로 돌아가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아내가 용서를 해 준 듯합니다. 그래서 아내는 내연녀만을 상대로 위자료청구를 한 것입니다. 

 

한편, ‘간통죄가 위헌결정이 났는데도 바람을 피우면 불법행위가 되는가?’하는 궁금증이 생길 수 있는데, 우리 민법에서는 ‘부부는 동거하며 서로 부양하고 협조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규정에서 부부간에 서로 정조를 지켜야 될 의무도 나오는 것이고, 따라서 간통죄의 형사처벌 여부와는 무관하게 결혼한 사람이 바람을 피우면 불법행위가 성립되는 것입니다.

 

이승호 변호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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