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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마을로 떠나는 시간여행 - 독일 로텐부르크

독일 남부 바이에른 주에 속하는 로텐부르크는 17세기 풍경이 고스란히 살아 숨 쉬는 중세 도시다. 정식명칭은 로텐부르크 오프 데어 타우버(Rothenburg ob der Tauber). ‘타우버 강 위의 붉은 성’이라는 뜻이다. 독일의 로맨틱 가도를 도는 여행이라면 반드시 들르게 되는 인기 관광지인 이곳은 고성 가도와 로맨틱 가도의 교차점에 위치한다. 로맨틱 가도는 퓌센, 뷔르츠부르크와, 고성 가도는 뉘른베르크와 연결되어 있어 주변 도시와의 접근성이 좋다. 

 

수백년전 모습을 간직한 로덴부르크

로텐부르크만큼 중세의 정취가 잘 느껴지는 곳이 또 있을까. 13세기경부터 ‘황제의 자유도시’ 지위를 받아 번성한 이곳은 16세기 30년 전쟁과 전염병 때문에 발전이 멈추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중세의 모습을 유지하게 됐다. 하지만 거듭되는 전쟁으로 도시가 반파된 때도 있었다. 다행히 수공예인들의 손길을 거쳐 과거의 모습을 복원하는 방향으로 재건이 진행되었고 도시는 지금까지도 수백 년 전의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다. 

로텐부르크 구시가지는 언덕 위에 자리 잡고 있는데, 이를 견고한 성벽이 감싸고 그 바깥을 숲이 아늑하게 둘러싸고 있다. 성벽은 구시가지 입구인 뢰더 문 양쪽으로 둥글게 펼쳐진다. 뢰더 문을 지나면 바로 옆에 계단이 나타난다. 위로 올라가니 성벽 위의 좁은 통행로를 따라 마을을 반 바퀴 정도 돌 수 있게 되어있다. 도시 복구에 도움을 준 각국의 기부자 이름이 새겨진 벽이 무척 인상적인 곳이다. 

로텐부르크는 특정 장소를 선택해서 둘러보는 것보다 느리게 걸으며 도시의 분위기에 자연스레 빠져드는 여행이 더 어울린다. 대략 20~30분이면 마을의 끝까지 걸어갈 수 있을 정도로 작은 규모지만 성벽과 그 안에 자리 잡은 건물들은 시간의 흐름을 잊게 할 정도로 매혹적이다. 구시가로 들어서면 조약돌 길이 길게 펼쳐져 마치 중세 도시가 시간 여행자들을 맞이하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좁은 골목길, 처마 밑에 매달린 예스러운 간판, 늘어선 오렌지 박공지붕, 창문과 정원에 흐드러지게 핀 꽃. 이런 모습이 수백 년 이상 된 파스텔 색조의 건물들과 어우러져 동화 같은 풍경을 만들어낸다. 상점의 쇼윈도는 앙증맞은 수공예품이 장식하고 있다. 워낙 예쁘다 보니 상점을 통째로 가방에 담아가고 싶은 마음마저 든다. 다양한 소재로 만든 멋들어진 간판은 보통 그 가게에서 취급하고 있는 것을 표현하는데 독일어를 읽을 순 없지만 모양새만으로도 감탄이 새어 나온다.

 

비극도 희극도 역사를 기념한다

구시가의 중심인 마르크트 광장은 고풍스러운 옛 건물들에 둘러싸여 있다. 이곳은 시청사를 비롯해 도시 번성기에 지어진 관공서 등이 남아있는 곳이다. 시청사 전망대에 올라서면 마을의 전경이 시원스레 펼쳐진다. 그다지 높진 않지만, 주위에 높은 건물이 없어서 도시 전체를 바라볼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바로 옆 의회 연회당은 도시를 구한 시장의 일화로 유명하다. 신교와 구교 사이에 벌어진 30년 전쟁 때 신교도 숙청 위기를 포도주 마시기 내기로 모면했다고 한다. 이 일을 기념해 의회 연회당의 정면 시계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 저녁 8시부터 10시 사이에 매시 정각마다 인형극을 펼친다.

시청 뒤편에 위치한 성 야콥교회에는 독일 최고의 조각가라 평가받는 리멘슈나이더의 성혈 제단과 5천여 개의 파이프로 만들어진 오르간이 있다. 전형적인 초기 고딕 양식으로 지어진 이 교회는 준공에서 증축까지 무려 190년이 걸린 곳이다. 

인형에 관심이 많다면 인형과 장난감 박물관, 테디랜드가 둘러볼 만하다. 인형과 장난감 박물관은 목각, 바비 인형과 인형으로 만들어진 건물이나 기차, 회전목마 등을 전시한다. 어느 때고 크리스마스 기분을 낼 수 있는 이색 장소도 있다. 일 년 내내 운영되는 크리스마스 빌리지에는 높이 5m에 달하는 거대한 트리, 수공예 인형, 양초, 축제 테이블보 등 크리스마스 장식품으로 가득하다. 

그렇다고 아기자기하고 예쁜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각종 고문기구를 빽빽하게 늘어놓은 그로테스크한 전시관도 있다. 중세범죄박물관은 12~19세기에 유럽에서 사용했던 형벌 도구는 물론 정조대, 사법 고문서 등 법과 형벌에 관련된 3천여 점을 소장하고 있다. 중세 서민에게 형벌이란 가끔 벌어지는 쇼 같기도 해서 고문이라고 해도 어딘지 모르게 재미있는 물건도 발견할 수 있다. 

 

불이 꺼지면 낭만은 더 짙어진다

로텐부르크에 왔다면 꼭 먹어봐야 할 것이 있다. 로텐부르크의 명물 슈니발렌은 띠 반죽을 둥글게 뭉쳐 튀긴 다음 설탕이나 계핏가루, 초콜릿 등을 입힌 과자다. 원래는 이 지방에 전해오는 축하용 과자로 결혼식 등 경사에 나눠 먹던 것이라고 한다. 슈니첼, 소시지 등 독일의 대표 음식은 와인이나 가벼운 맥주를 곁들이면 좋다. 건조한 기후 때문에 갈증이 쉽게 나는데다 맥주마저 맛있어서 과음하는 일이 종종 벌어지니 주의(?)해야 한다. 또, 이탈리아에서 온 이민자가 많은 덕분에 이탈리아 음식점에서는 본고장의 맛을 즐길 수 있다. 

불 켜진 밤거리 풍경은 더 낭만적이다. 로텐부르크 관광의 하이라이트는 창과 등불을 든 야경꾼 모습의 가이드가 밤에 구시가지를 안내하는 ‘야경 투어’. 예약은 필요 없다. 참가 희망자는 밤 8시에 마르크트 광장으로 모이면 된다. 타임머신을 타고 중세로 가기 위해서는 최소 하룻밤은 머무는 것이 좋다. 시내 호텔은 유서 깊은 역사적인 건축물인 것이 많아 고풍스럽다. 건물뿐만 아니라 생활용품이나 가구도 그 분위기에 맞는 것들을 사용하고 있어서 숙박하지 않더라도 그 속을 들여다보고 싶어질 정도다. 

따뜻하고 평온한 분위기가 좋아 떠나는 것이 아쉽고, 다음 방문까지 기약하게 되는 도시 로텐부르크. 그 거리를 걸으며 교과서 레벨의 유명한 유적 없이 마을 자체만으로 훌륭한 관광지가 될 수 있음을 새삼 느끼게 된다. 

정영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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