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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을 즐겁게하는 음식 ‘신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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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한국에 영국 블레어 총리가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국빈접대를 맡은 한 호텔에서 ‘어떻게 하면 한국의 멋을 짧은 시간 안에 알릴 수 있을까?’고민하다가 메인 음식을 ‘신선로(神仙爐)’로 정했다고 한다. 만찬이 한창 진행 중일 때 갑자기 실내가 어두워지면서 붉게 타오르는 숯불과 함께 노오란 놋쇠그릇에 담겨져 지글지글 끓는 신선로의 등장은 그곳에 참석한 모두를 유혹해 버릴 만큼 매력적이었다. 이처럼 신선로(神仙爐)는 한국 음식의 아름다움을 대표하는 음식이라 하겠다.

그 옛날 임금님 연회의 주안상이나, 서울 장안의 내노라 하는 양반집 잔칫상에 빠지지 않고 올랐던 신선로는 쌀쌀한 날씨에야 비로소 참맛을 느낄 수 있는 음식이다. 신선로의 유래는 조선시대의 고서인『조선요리학(朝鮮料理學)』에 잘 나와 있다. 연산군 시대에 정희량(鄭希良)이라는 사람이 무오사화(戊午士禍)를 겪고 난 후에 속세를 떠나 선인생활을 하는 중에 화로를 만들어 채소를 끓여 먹었던 것인데 그의 기품이 마치 신선과 같았으며, 그가 죽은 후 그 그릇을 ’신선이 되어간 분의 화로’ 라는 뜻에서 ’신선로(神仙爐)’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신선로의 또 다른 이름은 ‘열구자탕(悅口子湯)’으로 본래 ‘입을 즐겁게 해 주는 탕’이라는 뜻이 담겨 있으며, 열구지(悅口旨), 구자탕(口子湯)이라고도 한다.

따라서 신선로란 음식을 담는 그릇의 이름을 말하며, ‘열구자탕(悅口子湯)’이 바로 신선로에 담은 음식의 이름이다. 열구자탕은 각색의 고명을 아름답게 돌려 담고 육수를 부어 즉석에서 끓이는 음식으로 일반적으로 전골과 비슷하다. 따라서 여러 재료를 함께 끓여 각 재료에서 우러나오는 다양한 맛을 느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렇듯 여러 사람이 둘러앉아 즉석에서 알맞게 익혀 뜨겁게 먹을 수 있는 신선로는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조리법이라 하겠다. 고문헌 『옹희잡지(饔食熙雜誌)』에 나와 있는 열구자탕의 기록을 보면 ’쇠갈비고기ㆍ양ㆍ천엽(千葉)을 데쳐서 채 썬 것과 닭고기ㆍ꿩고기를 기름에 데쳐 내어 채 썬 것, 그리고 붕어ㆍ숭어의 전유어를 잘게 썬 것, 마른전복ㆍ해삼ㆍ파ㆍ부추ㆍ미나리ㆍ순무뿌리ㆍ무뿌리ㆍ생강ㆍ고추ㆍ천초ㆍ호초ㆍ잣ㆍ대추ㆍ달걀 흰자위 등을 쓴다’ 라고 하였으니 재료의 수를 헤아리기도 어마어마하다.

음식문화의 최고봉이라는 프랑스 음식도 소스를 만들 때 다양한 재료를 사용한다지만 실제 주요리에 쓰이는 재료는 한두 가지에 불과하니, 아마도 단일 메뉴로는 열구자탕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재료를 사용하지 않을까 싶다. 이와 같이 열구자탕은 쇠고기, 흰살 생선, 미나리, 표고버섯, 석이버섯, 전복, 해삼, 갖은 견과류까지 거의 스무 가지에 이르는 산해진미의 다양한 재료를 모두 담아 끓여 여러 가지 맛과 충분한 영양소를 함께 섭취할 수 있는 고급음식이다.

열구자탕은 음식을 담은 모양새 또한 아름답다. 삶은 고기와 무를 썰어 층층이 쌓은 다음 그 위에 황백 지단과 각색 전유어, 미나리 초대를 색깔 맞춰 아름답게 담아 낸다. 고명 위에 동그랗게 빚은 고기완자와 잣, 호두까지 올려야 완전한 열구자탕이 완성 된다. 마치 어린 여자아이의 색동저고리 마냥 고운 빛깔의 열구자탕은 먹는 이의 입에서 탄성이 절로 나올 정도다. 게다가 신선로는 그릇의 모양도 매우 독특하다. 놋쇠로 대접 비슷하게 굽이 달려 있고, 그릇 가운데 숯불을 담는 통이 있으며, 양쪽에 손잡이를 달아 우아한 기품이 있다. 이와 같이 신선로는 우리 고유음식 중 가장 기품 있고 아름다운 음식으로 특이한 그릇의 모양과 재료의 다양성, 풍성한 영양가 등 자랑할 만한 음식이다.

 

RECIPE
재료 쇠고기(우둔육,등심,양지육,사태육), 청장, 다진 파, 다진마늘, 깨소금, 참기름, 간장, 설탕, 천엽, 간, 흐니살생선,등골, 소금, 후춧가루, 미나리, 달걀, 밀가루, 식용유, 불린해삼, 표고버섯, 당근, 호두은, 행, 잣, 무, 물


1 쇠고기는 면보에 핏물을 닦은 다음2/3 채 썰어 쇠고기 양념하고, 1/3은 다져 으깬 두부와 함께 양념을 해서 완자를 빚어 밀가루를 묻히고 달걀물에 담갔다가 팬에 지진다.
2 천엽은 소금과 밀가루를 넣고 주물러 씻어 잔칼질하고, 간과 생선은 얇게 저며 썰어 소금, 후춧가루를 뿌려 밀가루, 달걀물에 담갔다가 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부친다. 등골은 골이 진 곳을 펴, 소금,후춧가루를 뿌려 간을 한 다음, 밀가루와 달걀물에 담갔다가 지진 후 썬다. 해삼과 불린 표고 버섯은 썰어 팬에 살짝 볶는다. 당근도 전골들의 길이로 썰어 소금물에 짝살 데친다
3 미나리는 초대를 부치고 달걀은 황백지단을 부쳐 시선로 틀의 길이로 썬다.
4 호두는 뜨거운 물에 불려 속껍질을 벗긴다. 은행은 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볶아 겁질을 벗긴다.
5 물에 쇠고기를 넣고 끓이다가 무를 큼직하게 썰어 넣고 더 끓인다. 무와 고기를 얄팍하게 썰어 청장과 후춧가루로 양념하고, 국물은 걸러서 청장과 소금으로 간을 한다. 양념한 쇠고기와 무는 신선로틀 바닥에 깔고 준비한 재료를 색을 맞추어 돌려 담고 호두,은행,잣을 얹는다. 뚜겅을 덮고 신선로에 육수를 붓고 화통 안에 숯불을 피워 넣어 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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