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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를 지나 유럽으로 2마샤드, 시라즈

왕의 도시, 왕의 무덤 페르세폴리스락쉐 로스탐

그리스어로 ‘페르시아의 수도’라는 뜻을 지닌 페르세폴리스Persepolis는 페르시아 제국의 기원인 아케메네스 왕조의 수도다. 다리우스 1세 때 시작된 대역사는 60년 뒤인 기원전 469년, 그의 손자 아르타크세르크세스 1세 때에 이르러서야 결실을 맺었다. 하지만 기원전 330년, 알렉산더 원정대의 무자비한 말발굽에 페르세폴리스의 140여 년 짧은 영화도 끝이 났다. 페르세폴리스는 인공으로 조성한 12m 높이의 거대한 기단 위에 자리해 있다. 때문에 좌우의 계단을 이용해 올라야 하는데, 1백11개로 이뤄진 계단은 생각보다 높이와 폭이 낮고 좁다. 한 단씩 오르기도, 두 단씩 오르기도 어정쩡한 높이와 폭이다. 이는 사람의 보폭이 아닌 말의 보폭, 그러니까 말을 타고도 쉽게 오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계단을 올라 가장 먼저 마주한 것은 만국의 문이다. 만국의 문은 다리우스 1세를 이어 왕위를 계승한 크세르크세스 1세가 만든 것으로 돌로 쌓은 출입문 앞뒤에는 거대한 석상이 좌우에 하나씩 새겨져 있다. 전면의 것은 페르시아 문화를 대표하는 목우상이고, 후면의 것은 날개 달린 동물의 몸에 사람의 얼굴을 조각한 유익인면수신상이다. 유익인면수신상의 얼굴은 마치 왕의 얼굴을 상징하듯 큰 관과 긴 수염을 강조한 게 인상적이다. 만국의 문. 인도에서 그리스까지 23개 나라를 다스렸던 페르시아 제국의 자신감이 묻어나는 이름이 아닐 수 없다. 매년 3월21일, 노우르즈조로아스터교의 신년에는 23개 나라에서 파견된 많은 사신들이 이 문을 통해 제국의 왕을 알현하고 또 조공을 바쳤으리라. 아파다나 궁전터 벽에 조각되어 있는 조공행렬도의 그 모습처럼. 

라흐마트 산 중턱에서 바라본 페르세폴리스는 마치 네모난 대지 위에 레고 블록을 쌓아 올린 것처럼 반듯한 모습이다. 곧게 뻗은 도로를 따라 이어진 궁터들도 어디 하나 틀어지거나 휘어진 곳이 없다. 세계를 호령했던, 강력하고 용맹한 지도자의 성품을 이 도시 위에 표현하고 싶었던 걸까. 수많은 직선으로 이뤄진 이 도시 위에. 폐허가 되어버린 궁전터와 달리 아파다나 궁전 기단 벽면에는 많은 부조작품들이 남아 있다. 23개 나라에서 조공을 바치러 온 사신들의 모습, 길게 열을 맞춰 서 있는 병사들의 모습, 그리고 사자가 황소를 공격하는 모습 등등. 그 새김 솜씨가 어찌나 정교하고 섬세한지 마치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특히 조공을 위해 길게 늘어서 있는 사신들의 모습에서는 사람의 머릿결과 수염의 디테일은 물론 복식의 특징, 그리고 조공품의 종류까지 확인이 가능할 정도다.

깊고 짙은 저 눈빛 속에 참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는 듯하다. 2천년 전, 역사 속에 묻힌 이 거대한 왕국의 알려지지 않은 많은 이야기들이.

락쉐 로스탐Naqsh-e Rostam은 페르시아 왕들의 무덤이다. 암벽을 이용해 무덤을 만든 이곳에는 다리우스 1세, 다리우스 2세, 크세르크세스 1세, 아르타크세르크세스 1세 등 모두 네 명의 왕이 잠들어 있다. 네 개의 무덤은 그 크기와 형태에서 큰 차이가 없다. 무덤은 거대한 십자가를 전면에 새겨 넣고, 그 중앙에 묘실을 배치한 형태다. 십자가는 제법 깊숙이 바위산을 파고 든 모습인데, 바닥에서 묘실까지의 높이가 얼핏 봐도 20~30m는 족히 돼 보인다. 모든 무덤의 하단에는 각기 다른 기마병전투 장면이 돋을새김으로 조각돼 있는데, 그 장면이 무척 사실적으로 표현돼 있어,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기마병의 거친 말발굽 소리가 여기까지 들려오는 것 같다. 크세르크세스 1세의 무덤과 다리우스 1세의 무덤 사이에 있는 기마전승도도 인상적이다. 7m 높이의 이 부조작품에는 동로마제국의 황제 발레리아누스가 사산조 페르시아의 샤푸르 1세 앞에 무릎 꿇고 있는 장면이 담겨 있다.

 

이란의 진주, 이맘 광장체헬 소툰

이스파한Isfahan은 ‘이란의 진주’로 불리는 곳이다. 그 중심에 이맘 광장Meidan Emam이 있다. 16세기 아바스 1세에 의해 조성된 이맘 광장은 폴로 경기와 각종 행사가 열리던 곳이다. 이맘 광장의 북쪽과 남쪽에는 아직도 당시 사용했던 폴로 골대가 남아 있다. 이맘 광장은 이란을 대표하는 공간답게 조성 당시에는 이란의 왕을 뜻하는 ‘샤의 광장’이라 했으나, 1979년 일어난 이슬람혁명 이후 이맘 광장 혹은 이맘 호메이니 광장이라 불리게 되었다.

아케이드로 둘러싸인 이맘 광장의 서쪽 중앙에 위치한 건물이 알리 카푸Ali Qapu 궁전이다. 이란 최초의 고층건물인 이곳은 6층짜리 건물과 4층짜리 건물 두 개를 맞붙여 놓은 것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그러니까, 벽돌로 쌓은 거대한 ‘ㄴ’자 형태의 건물이라고 생각하면 크게 틀리지 않다. ‘숭고한’이라는 의미처럼 알리 카푸 궁전으로 통하는 문은 크고 높다. 2층짜리 건물 하나를 온전히 문으로 사용하니 내부 공간도 40~50명은 거뜬히 들어갈 정도로 넉넉하다. 재미난 건 건물 안 모서리에서 벽 방향으로 이야기하면 아무리 작은 목소리로 말을 해도 맞은편에서 그 내용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1층 공간이 소리의 전달을 극대화한 곳이라면 음악 감상실로 사용했던 6층은 ‘니치niche’ 혹은 ‘벽감’이라고 부르는 구멍을 통해 소리의 질을 극대화해놓은 곳이다. 니치는 대부분 장식을 위해 사용되지만 이곳에서는 각기 다른 모양의 구멍들을 통해 소리의 울림을 조절하도록 설계가 이뤄졌다고 한다. 실제로 6층 공간은 다양한 모양의 니치가 벌집처럼 벽면을 가득 메우고 있으며, 울림이 큰 1층에 비해 소리가 조금은 정제돼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알리 카푸 궁전의 백미는 3층 발코니다. 18개의 멋스러운 기둥이 인상적인 이곳에서 왕은 폴로 경기와 각종 행사를 관람했다고 한다. 알리 카푸에서 최고의 전망을 자랑하는 이곳에서는 신학교인 샤이흐 로트폴라 사원과 광장은 물론 페르시아 건축의 백미로 꼽히는 이맘 모스크와 출입구가, 100개가 넘는 대형 바자르, 게이사리예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이맘 모스크는 이맘 광장의 남쪽 끝에 자리해 있다. 모스크 입구인 파사드는 북쪽을 향해 가지런히 자리해 있는 반면, 파사드 뒤 모스크는 서쪽으로 45도쯤 방향을 틀고 앉아 있는 모습이 특이한데, 이는 모스크가 메카 쪽을 향하도록 하다 보니 그리 된 것이다.

무아딘이 들려주는 아잔은 처음 들었다. 하루에 다섯번 씩은 꼬박꼬박 울려 퍼지는 소리니, 이란에 머무는 9일 동안 심심치 않게 들어왔지만, 육성으로 듣는 아잔은 그 울림이 남달랐다. 게다가 여기는 2중으로 이뤄진 돔 구조 때문에 조용할 때는 종잇장 넘기는 소리도 들린다는 이맘 모스크가 아니던가. 

지금은 도로에 의해 외따로 떨어져 있지만 알리 카푸 궁전을 통해 오가던 체헬 소툰Chehel Sotoun 궁은 이맘 광장의 일부였다. 아바스 2세는 귀빈을 접대하기 위해 이곳을 지었다. 우리로 치면 영빈관 같은 곳이다. 궁 안에는 많은 벽화들이 남아 있는데, 아마도 이건 이곳에 머무는 외국 귀빈들에게 사파비 왕조의 위대함을 알리기 위해 그려놓은 것이 아닐까 싶다. 체헬 소툰 궁은 40개의 기둥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한데 아무리 살펴도 기둥은 20개밖에 보이지 않는다. 나머지 20개는? 이 물음에 대한 답이 궁금하다면 궁전 앞에 있는 거대한 연못을 찾아볼 일이다. 실제 기둥과 연못에 비친 기둥의 합, 그것이 이 물음에 대한 답이니까.

 

이란 최대의 바자르, 게이사리예 바자르

이란의 이스파한하면 이맘 광장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게이사리예 바자르는 이곳 이맘 광장 북쪽에 자리해 있다. 40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이곳은 이란을 대표하는 바자르 중 하나다. 긴 역사만큼 규모도 만만치 않은데, 출입구가 100곳이 넘고 목걸이와 반지 같은 각종 액세서리부터 화려한 문양이 들어간 스카프, 손으로 짠 전통 카펫, 그리고 상아로 만든 보석함까지 취급 품목도 다양하다. 특히 알록달록 다양한 색깔의 물담배용 파이프는 이곳에서 손에 꼽히는 인기상품이다.

정철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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