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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그리고 여유있게 즐기는 슬로우 트립벨리즈 키코커

독립한 지 30여년밖에 되지 않은 신생 국가, 벨리즈

벨리즈(Belize)라는 나라를 알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벨리즈는 캐리비안 바다를 끼고 있는 작은 나라로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국가이다. 그렇다면 그레이트 블루홀(Great Blue Hole, 이하 블루홀)을 들어봤는가? ‘지구의 구멍’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블루홀은 정글의 법칙에서 김병만이 스카이다이빙을 했던 장소로 유명한 곳이다. 그래서인지 블루홀은 알아도 벨리즈라는 나라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나조차도 여행을 나오기 전에는 벨리즈라는 나라를 잘 알지 못했으니깐.

벨리즈는 30만 명의 작은 인구에도 불구하고 메스티소라는 백인(스페인)과 원주민(마야 정착민)의 후손, 아프리카계 크리올(백인과 흑인의 후손), 마야인, 가리푸나(카리브 주민 및 서아프리카 흑인) 등 다양한 인종이 사는 나라이다. 또한 멕시코와 과테말라와 더불어 유일하게 마야어를 쓰는 인종을 발견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중남미에서 국가 대부분이 스페인, 포르투갈의 지배를 받았던 반면 벨리즈는 유일하게 영국의 지배를 받았던 나라로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고 있다. 더불어 영국에서 독립한지 30여년밖에 되지 않은 나라인 신생국가로 우리들에게 있어 다소 생소할 수밖에 없다.

 

바다를 바라보는 가족

캐리비안 바다의 평화로운 작은 섬마을

코커(Caulker)라는 작은 열매가 이 섬에서 자라서 키코커(CayeCauker)라는 이름을 가진 벨리즈 동쪽의 작은 섬. 이곳은 앞서 말한 블루홀로 가기 위한 관문이다. 키코커 섬은 크게 북섬과 남섬으로 나뉘는데, 북섬은 정글밖에 없어서 허가 없이는 방문할 수가 없다. 또한, 이전에는 남섬과 북섬이 다리로 이어져 있었는데 허리케인으로 인해 다리가 유실되었다고 한다. 여행자들과 주민들이 사는 남섬은 가로 1km, 세로 4km 정도 되는 섬으로 그 중 세로 2km는 공항이 자리 잡고 있어서 실제로 사람들의 반경활동은 2km 정도로 매우 작고 아담하다. 그래서 섬에는 자동차가 없다. 대신 섬에는 골프카와 자전거가 사람들을 수송하거나, 육지에서 온 물건을 옮기는 역할을 하며 현지인들의 주 이동수단이 된다. 끝없이 펼쳐진 바다와 평화로운 마을은 마치 내가 천국에 온 것만 같았다. 섬은 대체적으로 한산하다. 아니, 한산하다 못해 너무 조용하고 한적하다. 사람들도 바쁘게 살지 않고, 천천히 그리고 여유롭게 사는 모습들이 보인다. 슬로우트립(Slow Trip). 이곳에서 가장 잘 어울리는 말이 아닐까 싶다.

 

모든 게 자유롭다

키코커의 북쪽에 자리 잡고 있는 바인 ‘게으른 도마뱀(The Lazy Lizard)’은 이 섬의 최대 명물 중 하나다. 햇볕이 내리쬐는 점심시간에는 이곳으로 모두 몰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이 장소는 매력적이다. 바의 이름처럼 남자든 여자든 여기 오면 일단 누워 각자만의 게으른 시간들을 보낸다. 바를 둘러싼 공간은 모두 바다로 채워져 있는데, 음료주문과 상관없이 자기가 원하면 얼마든지 수영과 스노클을 할 수 있다. 언제 봐도 평화롭고 아름다운 섬의 오후를 한껏 느낄 수 있는 곳. 섬에서 최고 인기 만점의 장소로 보기만 해도 행복해진다. 많은 사람들이 선탠과 수영, 칵테일, 독서 등 각자의 방식으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키코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상 중 하나는 수영복만 입고 돌아다니는 모습이다. 심지어 비키니 입고 자전거를 타는 모습도 이곳에서는 일상이다. 섬에서는 딱 ‘여기는 수영 가능한 공간’이라고 지정된 곳은 없다. 배들이 많이 오가는 부두만 조심하면 아무데서나 수영과 스노클이 가능하다. 선탠도 마찬가지, 그야말로 모든 게 자유인 공간이다. 뜨거운 태양과 함께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바다를 바라보고 여유롭고 태평한 오후를 보낸다. 내 인생의 마지막 바다인 것처럼 아무 말 없이 바다를 바라보며, 바다와 인사를 한다. 하늘도 바다만큼이나 맑고 푸른 이곳에선 물고기들은 푸른 바다를 헤엄치고, 새들은 푸른 하늘을 헤엄친다.

 

지구의 푸른 구멍, 그레이트 블루홀

키코커에서 2시간정도 보트를 타고 이동하면 블루홀에 도착한다. 블루홀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하늘에서 보면 지구에 구멍이 난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간단한 안내교육과 조심해야할 사항, 서류 등을 작성하고 장비를 체크한다. 블루홀에서 다이빙을 하기 위해서는 어드밴스드(Advanced Open Water)이상의 다이빙 자격증이 필요하다. 그래서 어느 정도 숙련된 다이버들만 이곳을 찾는다. 반대로 말하면 그만큼 위험성이 있는 다이빙 포인트이기도 하다. 이곳은 수압이 강하고 심연처럼 깊은 구멍이 소용돌이처럼 사람을 빨아들여 자칫하면 익사 할수 있는 곳이라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꿈 중 하나가 블루홀에서 다이빙을 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나는 도전해보고 싶었다. 이렇게 현실에 마주하니 설렘과 두려움이 함께 동반했다. 항상 그렇듯 가장 흥미롭고 행복한 일에는 이런 감정들이 뒤섞인다. 사실 블루홀 자체는 다이빙으로 그리 좋은 포인트는 아니다. 물속에 플랑크톤이 많고, 하늘에서 보는 것과 다르게 물속의 시야는 그리 좋지 않다. 그러나 끝이 보이지 않는 까만 심연의 블루홀 바닥에 헤엄치는 수많은 상어는 진짜 압권이었다. 때로는 다이버들 사이로 헤엄치는 상어의 실루엣은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마지막 다이빙 포인트는 롱 키(Caye Long)라는 곳. 물속에 입수하자마자 보이는 수많은 물고기들은 마치 내가 인어가 되고 물고기들과 헤엄치는 듯한 기분이 들게 했다. 덤으로 바로 눈 옆에 헤엄치는 녀석들을 손으로 만져보며 짜릿하고 신기한 감정을 경험했다. 바라쿠다, 가오리, 랍스터 같은 녀석들과 이름도 기억 다 못할 정도의 수많은 물고기 떼들을 만났다.

다이빙을 마치고 하프문 키(Caye Halfmoon)에 배를 정박하고 우리는 식사를 하러 갔다. 작은 섬에서 이런 경치를 보면서 밥을 먹으니 마치 내가 무인도에 와서 자유로운 생활을 하는 기분이 들었다. 식사 후 해변을 따라 걸으며 섬의 정글탐험을 시작했다. 몇 걸음 걸으니 소라게(Hermit Crab)들이 보인다. 껍데기를 뒤집어쓰고 걷는 모습이 신비하게 느껴진다. 너희들은 저마다 각자의 집을 가지고 있구나.

다이빙을 마치고 나는 결심했다. 다이빙을 틈틈이 계속 즐겨서 언제인가 100회 정도는 채워보고 싶다. 한 가지 더 욕심내면 나중에 와이프랑 같이 다이빙을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 다이빙은 경쟁도 없는 스포츠이기 때문에 둘이 싸울 필요도 없고, 그냥 바다 자체를 즐기면 되기 때문이다. 사실 내가 다이빙을 처음 하게 된 계기는 어디에서인가 봤던 이 문구 때문이다. ‘바다 속을 모르고 사는 것은 세상의 반을 모르고 사는 것과 같다.’

 

캐리비안 바다의 지상낙원 

키코커를 떠나는 날, 키코커는 ‘Go Slow’라는 문구로 우리가 즐겼던 생활을 대변해주었다. 시간에 쫓기면서 사는 삶 보단, 조금 느리더라도 여유롭게 사는 것이 행복하게 사는 법이 아닐까 싶다. 아름다운 바다와 블루홀, 신비한 바다 속의 생물들이 아니더라도 섬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포근한 느낌을 주는 곳이다. 키코커는 나에게 있어 지상낙원 같은 섬이라고 기억될 것 같다. 언젠가 내가 결혼을 해서 신혼여행을 온다면 키코커를 선택할 것이다. 모든 게 가까이 있다 보니 바쁘게 여기저기 왔다 갔다 할 필요 없으니까. 멋지고 화려한 호텔 하나 없는 이곳이지만 조용히 자유와 평온함을 누릴 수 있는 작은 섬들과 그 속에 아기자기한 공간들이 집처럼 편안한 느낌을 준다. 더불어 휴양지 느낌과 함께 중미 특유의 벨리즈만의 로컬 느낌이 물씬 나는 곳은 세상에 몇 군데 없을 것이다. 벨리즈는 중미의 보석이며, 키코커는 캐리비안 바다의 지상낙원이다.

곽지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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