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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자들이 걷는 죽은자들의 도시멕시코 테오티우아칸

‘피라미드(Prymid)가 어디에 있을까?’라고 묻는다면 대부분 사람들은 아마도 이집트(Egypt)를 가장 먼저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세계에서 피라미드가 가장 많은 나라는 멕시코(Mexico)다. 그 중 신들의 도시라 불리는 테오티우아칸은 아메리카 대륙에서 가장 큰 피라미드가 있는 유적지다. 

나는 피라미드를 실제로 본적이 없었기 때문에 멕시코로 떠나기 전, 가장 먼저 방문하고 싶은 곳이었다. 즉, 멕시코의 수도인 멕시코 시티(Mexico City)를 방문한 기간은 내 생애 첫 피라미드를 직접 볼 수 있을 절호의 찬스였다. 일반적으로 멕시코 시티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방문할 수 있지만 운이 좋게도 멕시코 시티에서 만난 앙헬(Angeles)과 스테파니(Stephanie) 자매덕분에 차량을 이용하여 방문했고, 아즈텍(Azetec) 문명이 잠들어 있는 테오티우아칸을 만나게 되었다. 앙헬은 1년에 한 번 정도는 꼭 테오티우아칸을 방문한다고 하는데, 운이 좋게도 1년에 한 번이 딱 이 날이었다. 게다가 일부러 사람이 없을 만한 시간인 오전 9시에 방문을 하니 조용히 돌아보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타이밍이었다.

 

아메리카대륙에서 가장 거대한 태양의 피라미드

테오티우아칸은 태양의 피라미드(Piramide del Sol)와, 달의 피라미드(Piramide de la Luna)가 대표적이다. 태양의 피라미드는 우리나라 상암 월드컵 경기장의 7배에 달하는 규모인데,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아메리카 대륙에서는 가장 큰 피라미드다. 태양의 피라미드는 이집트 피라미드와 비슷하기도 하지만 뚜렷한 차이점이 있는데, 이집트 피라미드는 사막 바닥에서 정상까지 층 구분 없이 가파른 각도를 이루고 있지만 태양의 피라미드는 여러 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이집트 피라미드는 계단이 없는 반면, 태양의 피라미드는 가운데에 계단이 있고 층을 구분하는 중간 지점에는 폭이 2~3m인 테라스가 있다. 마치 이곳을 방문하는 관광객을 위해 계단을 만든 것 같지만, 놀랍게도 옛날부터 계단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태양의 피라미드에 가까이 다가가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 보기로 했다. 사진으로 보이는 것보다 계단이 제법 가파르다. 만일에 발을 헛디뎌 떨어진다면 크게 다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조심스럽게 걸어 올라가야 했다. 힘겹게 올라 피라미드의 정상에서 바라본 멕시코 고산지대의 평원의 모습이 아름답게 느껴진다. 아즈텍인들은 하필 왜 이곳에 그들의 도시를 만들었을까? 테오티우아칸이 멸망하기 전까지 이곳에 살았던 사람은 15만 명이나 되었는데, 당시 인구는 아테네 인구와 비슷한 정도였고, 면적은 로마보다 넓었다. 테오티우아칸이 이토록 거대한 도시를 이룰 수 있었던 것은 이곳에 무기를 만드는 데 사용되었던 돌 광산이 있었기 때문이다.

 

테오티우아칸의 상징, 인간의 제물을 바쳤던 달의 피라미드

태양의 피라미드에서 바라본 달의 피라미드는 태양의 피라미드보다 규모는 작지만 기원후 500년경 테오티우아칸의 전성기 때 건설 된 피라미드로 테오티우아칸의 실질적인 상징이다. 달의 피라미드는 인간의 심장과 피를 바쳤던 제사의식이 주관됐던 곳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인간을 제물로 바치던 의식은 스페인의 지배를 받는 16세기까지 천년 넘는 세월 동안 지속돼 왔다. 해발 2,300m에 위치한 고대 멕시코의 흔적 위에서 가슴이 먹먹해지는 것은 그 높이 때문만은 아니다. 전설 속 신들의 도시, 죽은 자와 신이 만나는 곳이 이곳 테오티우아칸이다. 인간이 전하는 사연은 허공을 맴돌아도, 옛 고대도시의 흔적이 땅 위에 번듯하게 남아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아즈텍인들은 테오티우아칸을 발견한 뒤 그 규모에 놀라 신들의 도시로 떠받들었고 태양과 달의 신화를 만들어냈다.

 

산자와 죽은자들이 공존하는 죽은자의 거리

태양의 피라미드를 내려와 달의 피라미드를 향해 걸어갔다. 달의 피라미드로 향하는 이 길은 죽은 자의 거리(Calzada de los Muertos)라고 불린다. 죽은 자의 거리의 끝과 끝은 약 5km정도가 되는데 아직도 반 이상의 발굴이 이루어지지 않아 그 안에는 무엇이 있는 지 아직 모른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복원을 하거나 발굴 작업을 하는 듯한 사람들의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죽은 자의 거리 북쪽 끝에는 달의 피라미드가 있다. 달의 피라미드에는 사람의 심장을 신에게 바쳤던 흔적도 남아 있다. 그 옛날에는 왜 신에게 사람을 제물로 바쳤을까? 그 시절의 사람들의 의식을 정확히 이해할 수 없지만, 종교가 있는 사람들이 신을 믿고, 기도를 드리고, 희망과 꿈, 그리고 간절함을 표현하는 마음과 같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역시 달의 피라미드도 숨이 헉헉거릴 만큼 가파르다. 피라미드를 오를 수 있다는 건 피라미드 여행에서의 묘미 중 하나이다. 달의 피라미드에서 바라본 죽은 자의 거리. 이곳에서 바라보면서 나는 당시 제물로 바쳐질 사람들이 이 거리를 걸어오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궁금했다. 신에게 바쳐지는 제물이었기 때문에 기쁜 마음으로 담담하게 이 거리를 걸었을까, 아니면 곧 죽는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에 눈물을 흘렸을까. 나는 전자일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시대에서는 이해할 수 없지만 자연이 곧 신이었던 당시에 자신을 바쳐 다른 사람들이 행복해질 수 있다는 믿음과 신념은 고결한 희생인 것 같다.이 시대를 살고 있는 내가 그리고 우리들이 죽은 자의 거리를 걷는다는 게 왠지 모르게 아이러니하다.

 

신관과 왕족들의 거주지, 퀘짤빠빠로뜰 궁전

달의 피라미드 옆에는 퀘짤빠빠로뜰 궁전(Palacio de Quetzalpapalotl)이라는 달의 피라미드를 담당하던 신관이나 왕족들의 주거지로 추정되는 건물이 있다. 그리 큰 공간은 아니지만 붉은 돌들이 쌓인 궁전은 무언가 신비한 느낌을 주고, 돌 하나하나에 새겨진 문양은 고급스럽고 정성스러워 보인다.

그렇게 궁전을 걷고 있는데 강아지 한 마리가 벽 뒤에서 빼꼼히 쳐다본다. 강아지의 하얀 털이 한 동안 다듬지 않았는지 복슬복슬하게 길게 늘어져 있고, 자기 집 마당인 것처럼 너무나도 편안한 자세로 있었다. 마치 테오티우아칸의 오랜 역사와 아즈텍인들의 영혼이 들어가 있는 것처럼 보이는 강아지의 묵언의 허락을 받고 입장한다.

 

아즈텍의 영혼을 느낀다는 것

사실 멕시코에서 테오티우아칸 만큼은 혼자 오고 싶지 않았는데 다행히 좋은 친구들을 만나서 편안하게 방문할 수 있었다. 내가 만일 이들과 함께 방문하지 않았다면 친구들이 가이드가 되어 설명해주는 테오티우아칸의 역사와 의미에 대해 깊이 알지 못했을 것이다. 게다가 내가 멕시코를 방문한 시기가 우기라 구름이 언제 낄지 모르고, 비가 언제 올지 모르는 날씨의 연속인데, 친구들은 기후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다. 운이 좋게도 이때만큼은 날씨가 너무 화창했으니 말이다. 피라미드는 나에게 깊은 고민과 멕시코 역사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만들어 주었다. 스스로 역사를 찾아보고 아즈텍, 마야 문명 등에 대해 공부하는 내가 괜스레 대견스럽게 느껴졌다.

오후 1시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슬금슬금 많아지기 시작한다. 지금은 그들이 산 자가 되어 죽은 자의 거리를 걷는다. 혹시 모른다. 전생에 제물로써 신에게 바쳐지는 기쁜 마음과 죽는다는 것에 대한 두려운 마음이 공존했던 아즈텍인들이 환생하여 산 자의 모습으로 테오티우아칸을 방문했을지도. 마치아즈텍의 영혼을 느끼기 위해 내 발걸음을 시작한 것처럼 말이다.

곽지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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