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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귀를 쫓아내는 ‘팥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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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팥죽을 먹어야 한 살 더 먹는다’는 말이 있듯이 동짓날을 작은설이라 하여 설날 떡국을 먹듯이 동짓날에는 새알심 넣은 팥죽을 먹어야 한 살 더 먹는다고 생각하여 먹는 사람의 나이 수만큼 새알심을 넣어 팥죽을 쑤어 먹었다. 고려 말의 학자 이색(李穡)의 『목은집』에 팥죽의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고려시대에 이미 시절음식으로 정착되었음을 알 수 있다. 우리 선조들은 일상생활을 하며 남을 해치고, 사람에게 병과 불행을 가져다 주는 매체를 바로 귀신으로 알았기에, 귀신을 쫓고 또 귀신이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무슨 방법이 없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귀신은 음에서 태어나 음에서 살기에 양과는 상극으로 가장 강력한 양 즉 불을 대치시키면 무서워 도망칠 것이라고 믿었다. 따라서 불의 붉은 빛은 귀신이 무서워하는 빛깔이며, 또 귀신을 쫓는 빛깔로 여기게 되었다. 그 붉은 주술이 음식으로 나타난 것이 팥죽이다. 『해동죽지(海東竹枝)』(1925)의 “붉은 팥으로 집집마다 죽을 쑤어 문에 뿌려 부적을 대신한다. 오늘 아침에 비린내 나는 산귀신을 모두 쫓으니 동지에 양기 나면 길한 상서 맞는다”라는 시에서 보듯이 붉은 팥죽의 벽사성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동짓날 팥죽은 조상께 제사 지내고 방, 마루, 광, 헛간, 우물, 장독대에 한 그릇씩 놓은 후 들고 다니며 대문이나 벽에 뿌리면 귀신을 쫓고 재앙을 면할 수 있다고 믿었다. 경상도지방에서는 팥죽을 쑤어 삼신·성주께 빌고, 모든 병을 막는다고 하여 솔잎으로 팥죽을 사방에 뿌리는 풍습이 있고, 경기도지방에서는 팥죽으로 사당에 차례를 지낸 후, 방을 비롯한 집안 여러곳에 팥죽을 한 그릇씩 떠 놓기도 한다. 지방에 따라서는 전염병이 유행할 때, 우물에 팥을 넣으면 물이 맑아지고 질병이 없어진다는 속담도 있다.

그 밖에 초상을 치르느라 쇠약해진 상주에게 팥죽을 먹인다든지, 병상에 오래 누웠던 사람이 회복기에 들었을 때도 팥죽을 먹였는데 이는 영양제나 보양제로서가 아니라 허약체질에 쉽게 옮아 붙는 병귀를 예방하기 위한 수단이었다고 한다. 동짓날 궁중에서는 비빈, 궁녀들이 남녀노소와 신분의 고하를 막론하고 자주색 저고리를 입었다. 1930년대 말까지만 해도 서울에는 동지 무렵 자주색 저고리를 입는 풍속이 있었는데 이것도 동지와 붉은색과의 상관관계로 설명할 수 있다.

경상도지방에서는 동지에 팥죽을 쑤어 솔가지에 적셔 집안 대문을 비롯하여 담벽이나 마당에 뿌리고 동구에 있는 신목에도 금줄을 치고 팥죽을 뿌리는 풍속이 있었는데 팥죽의 붉은색으로 나쁜 기운을 물리치자는 의도였다. 동짓날 외에도 이사를 가거나 새 집을 지었을 때 팥죽을 끓여 집안 구석이나 장독대 등에 뿌리는 풍습이 있는데 이것은 잡귀들을 쫓아 새 집에서 무사히 지내려는 염원이었으며, 유행병이 돌때 팥죽을 길에 뿌려 병마를 쫓는 풍속도 있었다.

팥죽의 유래는『형초세시기(荊楚歲時記) 』에 “공공씨라는 사람이 재주 없는 아들을 두었는데 동짓날에 그 아들이 죽어 역귀가 되었다. 그 아들이 생전에 팥을 몹시 두려워했으므로 동짓날에 팥죽을 쑤어 역질귀신을 쫓는 것이다”라고 했다. 이야기를 풀어 보면, 옛날 중국 진나라의 공공(工工)이라는 사람에게는 늘 말썽을 부려 속을 썩이는 불초자(不肖子)가 하나 있었는데, 그 아들 때문에 하루도 맘 편한 날이 없었다. 어느 동짓날 그 아들이 그만 죽었는데, 공교롭게도 죽은 아들이 그만 역질 귀신이 되었다. 역질이란 천연두라는 무서운 전염병으로 당시에는 역질이 마을에 돌면 마을 사람 대부분이 꼼짝없이 앓다 죽어 버리니 공공(工工)은 자신의 아들이었다 해도 그냥 둘 수가 없었다.

 

RECIPE
재료 불린 쌀 1/2컵, 팥 1컵, 새알심(찹쌀가루 1/2컵, 물 1큰술, 생강 1작은술), 소금


1 쌀을 씻어서 3시간 동안 물에 불려 건진다.
2 팥을 씻어 물을 부어서 끓으면 물을 따라 버리고, 다시 물 5컵을 붓고 팥이 푹 무르도록 삶는다.
3 팥을 체에 내린다. 이때 팥 삶은 물을 부으면서 껍질을 거피하고 앙금을 가라앉힌다.
4 냄비에 불린 쌀과 팥 삶은 물을 부어 쌀이 퍼지도록 끓이다가 중간에 팥 앙금을 더 넣고 끓인다. 중간 불에 죽을 쑨다.
5 찹쌀가루에 생강즙을 넣고 따뜻한 물로 반죽해서 지름 1㎝ 정도의 새알심을 만든다.
6 끓는 물에 새알심을 넣거나 삶아 4에 넣고 끓여 소금간을 한 후 물김치와 곁들여 낸다. 새알심을 만들지 못했을 경우, 삶아놓은 팥을 고명으로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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