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법률칼럼]살인죄와 정당방위 사이

김 씨는 결혼 직후부터 부인에게 손찌검을 해왔고, 친정식구에게 위해를 가하겠다는 위협도 서슴지 않았다. 그렇게 지내오던 중 사건이 발생할 무렵에는 부인이 전세를 월세로 돌려 딸의 학원비를 마련했다는 이유로 아내의 목을 졸라 목숨을 잃을 뻔하게 만들었다. 참다못한 부인은 결국 노끈으로 남편의 목을 졸라 살해했다. 감정 결과, 김 씨의 부인은 범행 당시 우울증 등에 빠져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하는 능력이 약해진 상태였다. 이에 변호사는 “남편으로부터 심각한 수준의 가정폭력을 지속적으로 당해 왔고, 계속될 염려가 있었다. 부인은 자신의 목숨을 구하기 위하여 부득이 남편을 살해한 것이다”며 정당방위를 주장했다.

과연 정당방위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인가?

일전에 신문에 부부관계에 대해 다음과 같은 글이 실렸다.

<결혼생할은 진짜 빡센거야. 얼마나 빡세면 넬슨만델라도 이혼했겠어. 27년간 감옥에 갇혀 온갖 고문을 참아냈고, 40도가 넘는 사막에서 강제노동도 견뎌냈어. 그런데, 석방된 후 부인과 겨우 6개월을 지내다 이혼했잖아. 오죽하면 신이 사랑을 만드니 악마가 결혼을 만들었다는 말까지 있을까. 결혼은 새장 같다고 한다. 밖에 있는 새들은 들어가려 하지만, 안의 새들은 기를 쓰고 나가려 안달한다. 미국의 경우 결혼 7년차쯤 되면 약 0%가 이혼한다. 10~15%는 법적 이혼을 위한 서류수속은 밟지 않아도 별거를 한다. 또 다른 7%는 이혼이나 별거는 하지 않지만 늘 불행하다고 느낀다.

정당방위란, 상대방이 자신에게 위해를 가하는 상황에서 이를 방어하기 위해 물리력을 행사하더라도 처벌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방어하는 정도가 적정하면 정당방위로 처벌받지 않고, 그 정도가 너무 과하면 과잉방어가 되어 처벌받되 약한 처벌을 받는다. 

우리가 생활하다 보면 뜻하지 않게 다툼이 생기는 경우가 있는데, 상대방이 먼저 주먹을 날렸으므로 이후에 내가 반격을 가한 것은 ‘정당방위이다’라고 이야기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과연 상대방이 먼저 주먹을 날리고 내가 반격을 하면 정당방위가 될까?

 

① 처남이 술에 만취하여 누나와 말다툼을 하다가 누나의 머리채를 잡고 때리자, 누나의 남편인 피고인이 이를 보고 화가 나서 피해자와 싸우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몸무게가 85㎏이 넘는 처남이 62㎏의 피고인을 침대 위에 넘어뜨리고 피고인의 가슴 위에 올라타 목 부분을 누르자 호흡이 곤란하게 된 피고인이 안간힘을 쓰면서 허둥대다가 그 곳 침대 위에 놓여있던 과도로 처남의 왼쪽 허벅지를 한 번 찔러 14일간의 치료를 요하는 상처를 입힌 사건에서, 하급심에서는 피고인의 행위는 피고인의 신체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행위가 그 정도를 초과한 경우인 과잉방위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에서는 피고인의 행위는 피해자의 부당한 공격을 방위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서로 공격할 의사로 싸우다가 먼저 공격을 받고 이에 대항하여 가해하게 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고, 이와 같은 싸움의 경우 가해행위는 방어행위인 동시에 공격행위의 성격을 가지므로 정당방위 또는 과잉방위행위라고 볼 수 없다면서 완전한 범죄로 인정하였다.

 

② 남자 2명이 밤 1시에 귀가하는 여성이 골목길로 들어서자 뒤쫓아 가서 달려들어 넘어뜨린 후 양팔을 붙잡고 억지로 키스를 하자, 여성이 엉겁결에 남자의 혀를 깨물어 혀가 절단된 사건에서, 대법원은 여성이 자신의 신체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에서 벗어나려고 한 행위로서 그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와 그 목적 및 수단, 행위자의 의사 등 제반사정에 비추어 위법성이 결여된 행위라고 볼 수 있으므로 무죄에 해당한다고 판결하였다.

이렇듯 정당방위는 극한 상황에서만 인정이 된다. 다른 방법으로 그 위난을 피할 수 있는데도 함부로 사람에게 반격을 가한다면 정당방위가 인정되기 힘들다는 것이다. 사실상 정당방위는 거의 인정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정당방위를 쉽게 인정하게 되면 정당방위 상황을 이용하여 상대방을 공격하는 수단으로 악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부딪혀야 할 상황에서는 도망을 가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 될 수 있다.

 

다시 오늘의 사건으로 돌아와서, 법원은 “이 같은 폭력이 반복될 염려가 있다면 범행 당시 정당방위의 요건인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인정할 여지도 있다. 그러나 부인은 남편을 살해하기 전에 이혼하거나 가정폭력을 신고함으로써 이런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런 조치를 하지 않고 그 어떤 가치보다 고귀하고 존엄한 인간의 생명이라는 법익을 침해했다”며 정당방위를 인정하지 않았다. 

위에서 인용한 신문칼럼의 말미에 ‘배우자의 결점을 고치려다간 불화만 더한다. 무를 수도 없고, 애프터서비스도 안 된다. 나쁜 점을 줄이기보다는 좋은 점을 늘리기가 부부애의 비결이다. 하인에게 영웅은 없다. 제 아무리 위대한 영웅도 가까이서 오래 지켜본 사람에겐 여러 결점을 지닌 인간일 뿐이다. 사랑을 초월한 부부애는 서로 완전히 역겨워지고 난 뒤에 비로소 솟아난다고 한다’라고 마무리하고 있다. 두 사람 사이에 생기는 모든 갈등을 이겨내야지만 완전한 부부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승호 변호사  @

<저작권자 © 전국아파트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승호 변호사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