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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칼럼]풍수지탄(風樹之歎)

말기 암으로 고통받는 50대를 살해한 아들, 딸, 부인에게 실형이 선고되었다. 아들은 징역 7년, 딸은 징역 5년이 선고되었고, 부인은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 판결을 받았다. 

아들은 어머니, 누나와 가족회의를 거쳐 말기암 6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고 동네 의원에서 진통제만을 처방받으며 병마와 싸우던 시한부 뇌종양 환자인 아버지의 목을 졸라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어머니, 누나는 불구속 기소됐다. 이들은 극심한 신체적 고통으로 진통제에만 의존해 지내온 아버지가 죽여달라 해서 그랬다. 아버지가 하루하루 고통 속에 사는 걸 보며 극단적인 선택을 해서라도 아버지를 보낼 수밖에 없었던 심정을 이해해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검찰은 피고인들의 행위는 반윤리적, 비도덕적 범행이다. 당시 고인이 죽음에 대해 진지한 의사를 표현했다고 보기 어려우며 피고인들에게 죽여달라고 부탁했다는 증거도 없다. 딸이 직접 아버지의 목을 조른 것은 아니지만 남동생에게 시키는 등 사건을 주도했다며 아들과 딸에게 모두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또 고인의 아내에게는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변호인 측은 “고통 속에서 임종에 다다른 아버지가 죽여달라고 지속적으로 주장하는 상황에서 피고인들에게 적법한 행위를 기대할 수 없다. 만약 죄가 된다고 하더라도 고인이 부탁해 저지른 촉탁승인 살인죄에 해당한다"고 선처를 호소했다.

이 사건은 당시 검안 의사가 뇌암에 의한 사망으로 결론을 내면서 이들 가족끼리의 영원한 비밀로 남을 뻔했다. 그런데 죄책감으로 괴로워한 아들이 이 같은 내막을 전혀 모르는 작은 누나에게 범행을 알리고 자살을 기도, 경찰에 신고 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이 사건은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됐다. 재판부는 배심원단의 평결보다 형량을 높여 선고했다. 배심원단은 아들과 딸에 대해서는 8명이 징역 3년 6월, 1명이 징역 7년 의견을, 아내에 대해서는 1명이 징역 1년 3월, 8명이 징역 1년 3월에 집행유예 3년을 각각 제시했다.

재판부는 설사 내일 죽는 사람, 사형수라고 할지라도 오늘 죽이면 살인이다. 돌아가신 분의 죽여달라는 의사를 함부로 추정할 수 없다. 또한 고인이 피고인들에게 죽여달라는 말을 했다고 하더라도 병상에서 혼란된 상태에서 한 말은 진지한 뜻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결이유를 설명했다. 

본인 또한 사건을 저지르고 난 이후에 얼마나 괴로웠으면 자살까지 하려고 했겠는가? 이러한 사건이 인간과 법이라는 제도 사이에서 수 없이 고민해야 하는 문제이다. 판사도 사람이고, 인간적으로는 이들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떠한 이유에서든지 살아있는 사람의 생명을 인위적으로 단절시키는 것을 법은 용납할 수가 없다. 인간의 수명이 길어지면서 생명연장 장치에 의존해야 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죽고싶다는 말을 따랐다는 이유로 처벌을 너그러이 한다면 좋지 않은 전례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법은 일반 살인이나 상해죄보다 존속에 대한 살인이나 상해죄를 더 무겁게 처벌한다. 이에 대해 존속이라는 이유만으로 처벌이 무거운 것은 헌법에 위배된다며 헌법소원이 제기되기도 하였지만, 헌법재판소에서는 존속에 대한 가중처벌이 ‘봉건적 가족제도의 유산이라기보다는 우리 사회윤리의 본질적 구성부분을 이루고 있는 가치질서이고, 특히 유교적 사상을 기반으로 전통적 문화를 계승·발전시켜 온 우리나라의 경우는 더욱 그러한 것이 현실인 이상 입법목적의 정당성과 이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의 적정성에 비추어 평등원칙에 반한다고 할 수 없다’며 합헌이라고 결정하였다. 

주자십회훈 중에 불효부모사후회(不孝父母死後悔)라고 부모에게 효도하지 않으면 돌아가신 뒤에 뉘우친다라는 내용이 있고, 자식이 부모를 봉양하고자 하나 부모가 기다려 주지 않는다는 풍수지탄(風樹之歎)이라는 고사성어도 있다. 부모와 자식으로 맺어진 인연의 소중함에 떠나고 난 다음, 다시 만날 수 없는 아쉬움의 표현일 것이다. 반면, 긴 병에 효자없다는 말도 있거니와 부모와 자식은 서로를 바라보는 관점과 그 마음이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부모는 자식을 위해 전 재산을 처분할 수 있지만, 자식은 부모를 위해 전 재산을 처분할 수 없다. 그러나 자신의 자식을 위해서는 능히 전 재산을 처분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의 본성상 내리사랑일 수밖에 없는가보다. 

이승호변호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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