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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최대의 캄보디아 생명의 젖줄인 ‘톤레삽 호수’

신들이 사는 곳 ‘앙코르왓’ 

캄보디아의 씨엠립. 모든 여행자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는 하나일 것이다. 한때 세계7대불가사의 중 한 곳,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유적지, 동남아 역사적 최대 유적지, 세계 제일의 힌두교유적지, 세계최대의 석조건물, 수많은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바로 앙코르왓이 이곳에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영화배우 안젤리나 졸리가 나온 영화 ‘툼레이더’를 통해 보인 앙코르왓의 신비로움은 여행자들을 더욱 이곳으로 부추겼으리라.

‘12세기에 지워진 크메르왕족의 대사원으로서….’와 같은  구구절절한 역사적 사실보다 죽기 전에 꼭 방문해야 할 유적지라는 수식어가 여행자들을 유혹하기에 충분했다. 그런 이유로 세계의 수많은 여행자들은 오늘도 앙코르왓이라는 신의 세계에 문을 두드리고 있다.

 

아시아 최대의 호수, 캄보디아 톤레삽

하지만, 캄보디아에는 사실 앙코르왓 외에도 세계 최대라는 타이틀을 가진 곳이 한곳 더 있다. 씨엠립 근교 남쪽에 위치한 동남아 최대의 호수인 톤레삽(Tonle sap, 톤레는 크메르어로 ‘호수’라는 의미)은 오래전 캄보디아의 조상인 크메르인들은 톤레삽에서 잡은 물고기를 먹고 생활을 유지했으며, 우기로 인해 비옥해진 땅위에 벼농사를 지으며 살아왔다.

캄보디아가 12세기 인도차이나 반도에서 가장 부강한 제국이 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톤레삽’의 역할이 컸었다.  

톤레삽은 인도차이나 반도를 흐르는 메콩강과도 연결되어 있어 캄보디아인들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생활의 터전인 동시에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생명‘과도 다름없는 곳일 테다. 건기에는 2,600㎢, 우기에는 최대 13만㎢로 그 면적은 우리나라 경상북도만하다. 호수에는 800여종 이상의 물고기가 살고 있는데 세계에서 가장 큰 어장 중의 하나로 오래전부터 캄보디아인에게 매우 중요한 식량공급원이자 생계수단으로 사용되었다. 한해 어획량이 무려 10억 톤이라 하니 대야를 넣었다 들어 올리면 팔목만한 물고기 수십 마리가 철퍼덕거리는 것이 당연할 수도…. 

톤레삽은 씨엠립에서 대략 1시간30분 정도 소요된다. 씨엠립에서 툭툭이를 타고 가는데 비포장도로에 황토색 흙먼지가 많이 날리기 때문에 마스크와 선글라스 착용은 필수이다. 톤레삽보트투어는 최대 7인승까지 탈 수 있고 임대료는 10달러 이내이며, 약 2시간 동안 수상가옥촌, 수생식물 군락지, 수상 시장, 학교 등 톤레삽호수의 생활상을 둘러볼 수 있다. 얼마 전부터는 호수로 접근하는 길에 통행료 5달러를 더 내야한다.

톤레삽 선착장에 도착하자 가이드인 촬스가 선착장에 마중을 나와 있다. 자신을 촬스라 소개하는 그는 요즘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데 한국이름이 철수라 비슷한 이름인 촬스로 자연스레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톤레삽호수에서 태어나 잠깐 타도시에서 고등학교를 다닌 2년만 빼면 그는 20년을 톤레삽호수에 바친 순정파 청년이다. 보통 육지보다 물가에 비친 햇빛이 더 진한편인데 그래서인지 물위에서 사는 그의 피부는 다른 이들보다 더욱 진한듯하다.

 

국민으로 인정받지 못해 물에 떠도는 사람들

톤레삽호수는 세계2번째로 큰 호수이자, 아시아에서 가장 큰 호수이기도 하지만, 수상가옥촌이 있다는 점이 사람들을 이곳 톤레삽호수로 이끈다. 하지만, 수상가옥촌 사람들이 호수에서 살게 된 이유에는 아픈 역사가 숨겨져 있다. 역사적으로 캄보디아는 주변국의 침략을 많이 받아온 곳이다. 전쟁이 나면서 캄보디아인들은 육지에서 달아나 물가로 피신을 하게 되었고, 전쟁 후 금을 갖고 있던 사람들은 다시 육지로 돌아갔지만, 돈이 없는 사람들은 물가에 배를 띄어 생활을 유지했던 것이 바로 수상촌 사람들이다. 전쟁 후 결국 캄보디아 정부에서는 호수위의 생활을 국민으로 인정해주지 않았고, 어쩔 수 없이 이들은 육지로 나가지 못한 채 수상촌에서만 살아가게 된 것인데 캄보디아 최빈민층이 바로 이들이다.

톤레삽호수에는 약 1만 5천여 명이 살고 있다, 캄보디아인외에도 베트남에서 넘어온 일명 ‘보트피플’로 불리는 난민들도 살고 있는데 촬스에 말에 의하면 이들의 배가 겉으로는 비슷해보여도 배안 장식이나 구조를 보면 이를 쉽게 구분할 수 있다고 한다. 

 

물위의 삶을 사는 그들

1년 365일을 물 위에서 사는 사람들이라 먹고, 자고, 생리적인 그 모든 것들을 톤레삽 사람들은 배위에서 해결해야한다. 제대로 구색을 갖추고 살까 싶기도 하지만, 학교, 슈퍼마켓, 충전소, 당구장, 교회, 노래방까지 일반적인 마을에 있을법한 것들은 다 있다. 전기가 공급되지 않지만 배터리를 충전해 불을 켜고 생활을 하고. 집집마다 걸려있는 안테나를 통해 텔레비전을 보며 벽면엔 예쁜 화분을 걸어놓고 강아지들을 기르는 집들도 많이 보인다. 어떤 이는 여유로이 해먹에 누워 호수를 여행하는 이들을 관찰하기도 한다. 

캄보디아의 기후는 보통 건기와 우기로 계절을 구분 하는데 건기는 11월에서 2월사이며, 우기는 보통 4월부터 10월로 나눠진다. 건기는 강수량이 적고 비교적 서늘한 날씨라 캄보디아를 여행하기엔 1년 중 가장 좋은 시기이지만, 우기가 오면 수상촌 사람들 얼굴에 걱정과 수심이 어김없이 드리워진다.

인도차이나 반도를 관통하는 메콩강에 우기가 찾아오면 이 메콩강과 연결된 톤레삽호수의 수심도 깊어지는데. 호수의 면적이 평상시의 4배로 늘어나 주변의 숲과 농지는 물론 가옥까지 모두 삼켜버리기 때문이다.

호수에 두 손을 넣어 손안에 물을 가득 담아본다. 전혀 속이 들여 보이지 않을 정도로 탁하고 비위생적으로 보이지만 이곳 수상가옥촌 사람들은 그 물을 마시고, 목욕을 하고, 음식을 만들고, 설거지를 한다. 그리고 그 물위에 소변이나 대변도 그대로 흘려보내고 하루 24시간 이 물로 생활을 한다. 

안타까운 것은 톤레삽호수의 수질문제로 수상가옥촌 사람들의 건강과 위생문제가 끊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캄보디아의 수질은 세계에서도 최악의 수준이라 세계 각국의 NPO단체에서 수질개선 프로젝트를 진행 중에 있다. 

가이드인 촬스 역시 이런 생활의 악조건을 피해 다른 큰 도시로 도망쳤지만, 육지생활의 편리함은 결국 물위의 삶이 주는 정신적 풍요로움을 넘어서지 못했던 건지 그는 다시 호수생활로 돌아왔다. 지금은 가이드로 생활비를 벌면서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며 이 아이들이 자신보다 좀 더 나은 환경에서 자랄 수 있도록 도움이 되고 싶은 것이 그의 꿈이라고 말한다.

외지인이 보기엔 이들의 삶이 편리함보다는 불편함이 더 많을 것 같지만 어쩌면 그들에겐 육지생활의 고단함이 더 클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독특한 삶의 방식이 어느새 관광 상품으로 전락되고 자신들의 프라이버시가 침해받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불편한 기색 없이 그들은 호수와 같은 미소로 여행자들을 맞이한다.

 

톤레삽호수의 노을이 찾아오면

한창 촬스의 설명을 듣고 있는데 맞은편에서 우리가 타고 있는 배보다 작은 배가 우리 배 쪽으로 다가온다. 배위에는 6살쯤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와 아버지가 있었는데 예쁘장한 여자아이가 성큼 우리배로 건너오더니 맥주가 가득실린 바스켓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그냥 무턱대고 맥주를 팔아달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아이는 얇은 두 팔 위에 캔 맥주가 잔뜩 실린 바스켓을 걸치고 베트남식 모자인 ‘논’을 쓰고선 한국말로 ‘1달러’, ‘시원해요.’, ‘맛있어요.’ 라는 말을 되풀이한다. 

그녀가 내민 맥주들은 모두 캄보디아에서 만들어진 앙코르왓, 바이욘(bayon)상표가 붙은 맥주들. 더운 캄보디아의 날씨를 견디기 위해 여행 중에 자주 마시던 것들이었다.

이 무거운 걸 들고 다니는데 무겁지도 않니? 라는 질문에 아이는 주근깨가 드리워진 얼굴로 그저 미소만 짓는다. 다시 자신의 배로 돌아가는 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뭔가 그 아이의 뒷모습에서 씁쓸함이 느껴졌다. 

시간은 5시를 넘겨, 하늘은 이미 노을빛으로 물들었고, 한낮의 강한 햇볕은 그 방향을 호수로 향하고 있었다. 호수에 드리워진 햇살. 캄보디아에 오면 꼭 보고 싶었던 톤레삽호수의 일몰이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앙코르왓 유적지에는 몇 곳의 선셋포인트가 있어 매일 포인트를 달리하며 황홀한 일몰을 감상하는 재미가 있다. 톤레삽호수는 대망의 마지막을 장식해줄 선셋포인트로 그 풍경은 정말이지 감동 그자체이다. 그러니, 어찌 이런 분위기에 맥주를 마다할 수 있을까? 만약 그때 그 시간을 갖지 못했더라면 아마 두고두고 후회했을지도 모르겠다. 

필자는 톤레삽호수로 오는 길에 사두었던 과일을 안주 삼아 배 위에서 맥주를 마셨는데 함께 맥주를 마시는 이들은 나홀로 여행을 와, 이곳 앙코르왓에서 만난 사람들이다. 처음 만났지만,  여행지에서는 그런 마음의 거리도 금세 바짝 조여 주는 마력이 있다. 각자의 여행이야기를 하며 동남아 최대 호수 위에서의 수다는 좀처럼 끝이 나지 않는다. 

비록, 한치 앞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누렇고 탁하지만 아시아 최대의 호수위에서 바라보는 일몰은 규모만큼이나 감동의 크기도 웅장했다. 24시간 출렁거리는 물위에서 사는 톤레삽호수의 사람들, 노을과 함께 금빛으로 물드는 그들의 삶이 숭고하게만 느껴진다.

 

대야배를 이용해 학교에 등교하는 아이들

그 사이 촬스가 데려간 곳은 바로 수상촌 아이들이 공부하고 있는 수상학교. 200여명이 이곳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 과연 이 좁은 곳에 200여명이나 수업을 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오전반 오후반으로 나뉘어 수업을 한다고 한다. 

필자가 갔을 때는 막 오후수업이 끝난 시간이라 아이들이 공부하는 모습을 담을 수는 없었지만 공책, 연필 후원을 할 수 있다는 말에 바로 옆 문방구에서 공책, 연필을 사서 학교에 남아있는 학생들에게 선물했다. 

캄보디아는 문맹률이 높은 편이라 글을 아는 사람들 중에는 읽을 줄만 알지 쓸 줄 모르는 반쪽짜리 문맹자도 상당수이다. 교실 안은 마치 우리나라 6-70년대 교실풍경을 보는 듯 많이 낡은 책상과 나무의자들이었지만, 이 곳 아이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정말 열성적으로 수업에 임한다고 한다. 교실 안을 둘러보니 똘망한 눈빛으로 공부를 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어쩌면, 이곳에서 미래의 캄보디아를 성장하게 할 아이가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 

학교를 거쳐 다시 선착장으로 돌아가는 길. 뒤늦게 집으로 돌아가는 아이들 몇몇이 무언가를 타고 배 앞으로 지나간다. 다가가 자세히 보니 보통 집에서 사용하는 것보다 좀 더 큰 크기의 대야였다. 한손으로는 막대기를 노를 삼아 젓고 다른 한손으로 대야의 균형을 잡으며 호수 위를 떠다니고 있는 아이들. 이곳 톤레삽호수에 태어났다는 이유 하나로 단단한 육지위의 학교대신 출렁거리는 물위의 학교에서 공부를 하고 자전거대신 찌그러진 대야를 타고 학교를 다니며 놀이기구가 많은 놀이터 대신 비위생적인 호수위에서 놀고 귀여운 장난감대신 자신의 몸보다 훨씬 크고 징그러운 뱀을 목에 걸고 노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졌던 아이들.

태어날 때부터 무언가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라는 것이 애초에 없었던 것일까? 오롯이 선택당하는 일에 익숙한 아이들이지만 그래도 여전히 이들의 눈빛은 더 활기차고 건강하게 느껴졌다. 

 

톤레삽호수를 떠나오며 

‘세계에서 2번째로 큰 호수’, ‘아시아의 최대호수’라는 거대한 타이틀을 가진 곳이지만 호수 안 수상촌 사람들의 삶은 이름만큼 화려하지도 거창하지도 않다. 오히려 자신들의 잘못이 아닌 전쟁으로 국가에서조차 국민으로서 인정을 받지 못하는 현실이지만 그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삶에 충실하고 현재를 즐길 줄 아는 소소한 행복을 더 소중히 하는 사람들이었다. 

오래전부터 톤레삽호수는 캄보디아인에게는 생명의 젖줄과도 같은 곳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악화된 수질로 인해, 더 이상 ‘생명’ 이 아닌 점점 이들을 아프게 하고 병을 유발시키는 원인이 되어가고 있다. 적극적인 국가의 참여로 톤레삽 호수의 수질개선이 활발히 진행되어 더 이상 주민들이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지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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