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라이프 관광/레저
터키 파묵칼레 호수여행자의 삶으로 이끌게 한 은인

지금으로부터 딱 10년 전, 2004년 봄, 어느 여행박람회. 터키관광청 부스에 걸린 한 장의 사진을 보고 내 인생 처음으로 내나라 밖으로의 ‘여행’을 꿈꾸기 시작했다. 그 사진 한 장이 지금의 ‘나’를 만들고 내 인생의 ‘여행’이라는 울타리를 만들어주고 먹고 살아갈 ‘일’과 ‘생활’을 만들어준 셈 이니 내 인생의 은인일지도 모른다. 

터키관광청에 걸린 그 사진 속 세상은 마치 파라다이스 같았다. 아마 천국이란 곳이 있다면 저런 곳이 아닐까? 저곳에는 어떤 사람들이 사는 것일까? 그림이 아닌 현실의 저런 세계가 있다면 직접 눈으로 보고 만져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었다.

그때 내가 반했던 천국의 풍경은 대략 이러했다. 병풍처럼 하얀 벽이 둘러진 곳에 호수 같아 보이는 물웅덩이 여러 개가 계단식으로 겹쳐있었는데, 그때 내 눈길을 사로잡았던 건 바로 물웅덩이의 가득 찬 물빛이었다. 그 물빛은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 본 색이었다. 파란색 물감에 막 우유를 섞은 듯한 묘한 물빛에는 마침 강한 햇살까지 드리워져 더욱 강하고 반짝이게 만들었다. 말 그대로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 아래 오묘한 빛을 머금고 있는 파묵칼레의 풍경은 그야말로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다웠다. 

 

계단식인 파묵칼레풍경

파묵칼레의 역사

터키여행의 빼놓을 수 없는 국민관광코스인 이스탄불. 카파도키아와 함께 터키 3대여행지인 파묵칼레. 터키를 여행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가 파묵칼레를 방문할 만큼 세계적인 여행지이다. 동·서양의 화려한 문화가 공존하는 이스탄불, 독특하고 날카로운 지형으로 비유되는 카파도키아에 비해 파묵칼레는 부드럽고 청초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어 또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파묵칼레(Pamukkale)는 ‘목화의 성’으로 파묵(Pamuk,목화), 칼레(Kale, 성)란 의미를 가지고 있다. 처음 파묵칼레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터키어 자체가 약간은 앙칼지고 단단하게 느껴져 풍경과 이름이 별로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목화의 성’이란 숨은 의미를 알고 나니 멀리서보면 마치 하얀 목화송이를 쌓아둔 것처럼 가지런한 모습이 파묵칼레를 상징하기도 했다. 

파묵칼레는 터키남서부에 위치한 석회층의 온천지대로, 고대유적지인 히에라폴리스와 함께 둘러볼 수 있는 세계에서 보기 드문 고대복합자연유산이기도 하다. 35°c의 사람의 체온과 비슷한 온도의 탄산칼슘이 함유된 온천수가 흘러내리면서 계단식 논과 같은 지금의 파묵칼레 온천을 형성하였다. 유럽의 일반온천과 비슷하게 로마인에 의해서 점차적으로 개발되었는데, 풍경이 아름다운 만큼 로마황제들에게 이곳은 하얀 석회암이 장벽을 이루는 장관을 바라보면서 망중한을 즐겼던 최고의 휴양지였다. 특히, 세기의 여신 클레오파트라가 방문했다하여 만들어진 클레오파트라관이 별도로 마련되어있다. 파묵칼레 온천수는 특히 류마티스, 피부병, 신경통에 좋아 그 당시에도 돈 많은 부유층은 물론이고 그리스, 로마, 메소포타미아지역의 부호들이 온천을 즐기러 파묵칼레를 방문했다고 한다. 

 

데니즐리의 소도시, 파묵칼레

파묵칼레는 데니즐리 지역의 작은 마을격인 셈이다. 이곳에 오기 위해서는 보통은 데니즐리에서 내려 돌무슈(마을버스)를 타고 들어가지만, 워낙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기 때문에 편의상 다른 지역에서 파묵칼레가 있는 동네까지 직접 버스가 운행하기도 한다. 땅이 넓어 이동만 했다 하면 10시간은 족히 걸리는 곳, 드디어 버스에서 내려 신들의 호수가 존재하는 땅에 발을 내려놓았다. 터키의 3대 필수코스이자 이미 세계적으로 유명한 여행지인 곳은 얼마나 화려할까 하는 기대와는 달리 마을의 규모는 아담했고 분위기도 차분한 편이었다. 이런 소담스런 분위기가 신과의 거리를 좁혀주었는지 도착한지 얼마 되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이곳에 정감이 느껴졌다. 이렇게 한산한건 여름, 휴가시즌이 폭풍같이 지나간 탓도 있을 테다. 세계여행지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동네 풍경은 잔잔했지만 여백이 느껴져서 좋았고 빽빽하지 않은 여유로움으로 나만의 파묵칼레를 느낄 수 있어서 만족스러웠다. 

버스터미널을 거쳐 좁은 길을 따라 올라가면 양 옆으로 야채가게며 미용실, 로컬음식점, 게스트하우스, 호텔 등이 나란히 있고 검색을 통해 보았던 낯익은 상점들과 라면과 밥을 먹을 수 있는 한국음식점도 눈에 들어왔다. 그 길을 따라 300m정도 올라가면 바로, 파묵칼레로 향하는 문이 나온다. 

사람들과 파묵칼레

비닐봉투만 있으면 유산을 지킬 수 있다

파묵칼레 호수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필요한 준비물이 하나 있다. 바로 신발을 넣기 위한 비닐봉투. 세계자연유산을 더욱 잘 보존하기 위한 방책으로 대단한 것이 아닌 이 비닐봉투 2장만 있으면 된다니 재밌으면서도 다시 한 번 자연유산에 대한 경각심이 느껴지기도 한다. 

만약, 비닐봉투가 없었다면 파묵칼레는 세계 곳곳에서 온 다국적의 발자국들로 검은 목화의 성이라는 불명예를 얻었을 테다. 입구에 서서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신발을 벗고 준비해온 봉투를 꺼내어 발을 씌운다. 미처 봉투를 준비하지 못한 이들은 그냥 맨발로 걷는 것도 가능하긴 하지만, 참고로 까끌까끌한 석회암 표면이 발바닥을 자극하기 때문에 오래 걸으면 발바닥의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

 

파묵칼레의 붉은 노을이 찾아오면

파묵칼레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쯤, 곧 노을이 시작될 기미가 보이는 듯하다. 서둘러 예약한 숙소에 짐을 던져놓고, 올라간 파묵칼레 그곳에는 이미 노을이 진행되고 있었는데 황금빛이 거대한 석회암벽에 드리워져 하얀색이 황금빛으로 변해져가는 풍경은 그야말로 감동 그 자체였다. 

이미 파묵칼레를 다녀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었을때 이곳에서 1박을 권했다. 시간이 빠뜻했지만 고민 끝에 1박을 결정하게 되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선셋은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것. 물론 시간에 맞춰 선셋 풍경만 감상할 거라면 숙박, 시간을 아낄 수 있겠지만, 정말 눈이 부시게 아름다운 풍경을 뒤로한 채 시간에 쫓기는 것 자체가 싫었다. 

노을이 한창일 때는 파묵칼레 전체가 온통 황금빛으로 변신을 한다. 이 모습을 그대로 담고 싶어 셔터를 수도 없이 눌러보지만 역시 세상에는 카메라로 담을 수 없는 풍경들이 많이 존재한다던 이야기가 절실히 실감난다. 

 

온천 옆 고대도시 히에라폴리스

뒷문 입구에서 20분 정도를 올라가면 파묵칼레 기념품샵이 있는데 이곳은 사람들이 들어갈 수 있는 가장 최고점이다. 보통 정문을 통해서 들어오면 10분 정도 걸어 이곳에 도착하는데 보통 개인이 아닌 단체로 입장할 경우 히에라폴리스 안내를 먼저 받은 후 파묵칼레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그들의 순서인 듯하다. 각 나라의 관광객들이 커다란 안내판 앞에서 가이드의 설명을 듣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 

파묵칼레를 사람들이 많이 방문하는 이유는 석회온천수라는 독특한 점도 있지만 히에라폴리스[Hierapolis]라는 고대도시와 함께 관람할 수 있는 복합세계유산이기 때문이다.

히에라폴리스는 파묵칼레의 언덕 위에 세워진 고대도시로 기원전 2세기경 페르가몬 왕국에 의해 처음 세워져 로마 시대를 거치며 오랫동안 번성했다. 이곳을 정복하게 된 로마인은 이 도시를 ‘성스러운 도시(히에라폴리스)’라고 불렀는데 그리스어로 ‘히에로스’는 신성함을 뜻한다. 

넓디넓은 평야 위에는 로마 시대의 원형극장, 신전, 공동묘지, 온천욕장 등 귀중한 문화유적이 남아 있는데 원형극장은 최대 1만 5천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였다. 지금도 원형극장의 틀이 온전하게 남아있는 것을 볼 수 있어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다. 원형극장 외에도 히에라폴리스에는 서아시아에서 가장 큰 공동묘 유적, 그리고 온욕실과 냉욕실은 물론 스팀으로 사우나를 할 수 있는 정교함을 갖춘 거대한 시설의 온천욕장이 아직도 발굴을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고대도시 수로

고요함속에 다시 찾은 아침의 파묵칼레

수많은 사람들이 예찬했던 파묵칼레의 황금빛 노을을 보았다면 파묵칼레의 차분한 아침 또한 권하고 싶다. 새소리도 바람소리도 들리지 않고 그 누구의 움직임도 보이지 않는 시간이었지만 지나치게 차분하거나 고요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맨발로 잰걸음을 달려 맨 꼭대기를 향해 전진하던 중 커다란 무지개가 펼쳐졌다. 무슨 횡재를 만난기분이었다. 아마도 온천수의 수증기가 아침햇살을 만나 만들어졌으리라. 

더 이상 올라가지 않은 채 걸음을 멈추었다. 그러기를 20분, 무지개가 점차 사라지고 날이 환하게 밝아왔다. 내 여행 인생의 첫사랑과도 같은 파묵칼레, 여행에 대한 내 마음이 꿈틀거리게 했고, 향하게 했고, 빠져들게 했던 곳. 그래서인지 파묵칼레를 떠올리면 여전히 그리움이 느껴진다. 

사지연 기자  @

<저작권자 © 전국아파트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사지연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