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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경북 한옥 여행 "영양 병암고택"

언덕 위에 올라앉은 두들마을 앞으로는 화매천이 흐르고, 마을 뒤로는 광로산이 마을을 보호하듯 서 있는 전형적인 배산임수의 마을이다. 화매천 건너 바라다 보이는 병암산은 두들마을에 사는 한 사람의 호가 되고, 고택의 이름이 되었다. 병암 선생의 병암고택, 그 길지 않은 역사를 되짚어 본다.

병암고택의 사랑채 전경

두들마을에서 가장 높은 대청마루를 가진 곳

병암고택에 들어서는 길에는 긴장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옷깃을 여미게 하는 대문도 없고, 병암고택을 둘러싸고 있는 흙담도 입구 즈음에서 툭 터져 있다. 대문은 고택이 지어질 당시에도 없었다고 한다. 어쩌면 마당 앞으로 펼쳐지는 자연경관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위해서 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숲에 가려져 있지만, 언덕 아래로 화매천이 동서로 길게 이어져 흐르고, 병암산 등 올망졸망한 산세가 연이어 펼쳐지기 때문이다.

행랑채도 고택을 인수한 뒤 원래 있던 초가집을 헐고 지은 것으로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문을 열고 안채로 들어서면 탁 트인 하늘이 인상적이다. 다른 ‘ㅁ’자형 집들은 지붕 사이의 공간이 좁은 반면 병암고택의 공간은 제법 넓다. 안마당을 넓게 가져가면서 대청을 최대한 키웠기 때문이다. 병암고택은 두들마을 내에서 가장 높은 대청을 가졌다고 한다. 고택의 기둥이 모두 사모기둥인 반면 대청 가운데 기둥만 원형기둥으로 되어 있는데, 원형기둥이 가운데 있음으로 해서 대청이 더 넓어 보이는 효과도 있다.

병암고택은 대청을 기준으로 좌우로 안방과 뒷방이 있고, 안방 아래로 부엌과 작은 사랑방이 이어지고, 뒷방 아래로는 다락이 딸린 고방과 중방, 사랑채가 이어진다. 병암고택은 안방과 부엌 인근에 배치된 고방과는 달리 안방과 부엌의 반대방향에 고방이 설치되어 있는 게 독특하다. 고방은 다락이 딸렸는데, 대청에서 별도의 문을 통해 오를 수 있게 되어 있다. 이 방은 유상고라 불리는 수장 공간인데, 제사 때 쓰는 제상이나 제기 뿐 아니라 집안의 행사 때 쓰던 물건들을 보관하는 곳이다. 유상고 바깥쪽으로는 커다란 광창이 나 있다.

병암고택의 창고와 다락방

대가 북적거리며 살던 집 병암고택

병암고택은 1868년 이수준이란 사람이 지은 것으로만 알려져 있다. 병암고택의 주인인 이병태 선생은 60여 년 전인 1950년대 아버지가 구입한 집이라고 한다. 아버지의 존함은 이우호이고, 호가 병암이다. 병암고택에서 화매천 건너편에 병풍처럼 서 있는 바위산이 병암산인데, 병암산의 지세가 맘에 드셨던 모양이다. 병암을 자신의 호로 삼고, 고택에도 호를 붙였다.

이병태 선생의 부친은 재령 이씨의 선비집안이었지만, 상업에 매우 밝아 일제강점기 때부터 석보에서 정미소를 운영했다. 정미소는 농업을 기반으로 하는 사회에서는 부의 상징이며, 지역경제의 큰 비중을 차지할 정도였다. 당시 정미소는 대체로 큰 마을에 하나 정도 있을까 할 정도로 귀한 존재였다. 석보에 들어선 정미소도 석보와 그 주변에서는 유일무이한 정미소였고, 일제강점기 말기에는 식량 배급장소로 사용되기도 했다. 이병태 선생도 아버지의 뒤를 이어 정미소를 운영했지만, 40여 년 전에 정미소 일을 그만두셨다고 한다.

이병태 선생의 부친은 정미소를 운영하면서 부를 쌓기 시작했고, 병암고택의 주인이 될 수 있었다. 석보면 소재지에 있던 조모를 비롯해 4대의 대가족이 병암고택으로 옮겨갔다. 당시 맏아들이었던 이병태 선생도 결혼해 첫째가 있었고, 미혼이었던 형제들, 그리고, 집안일을 돌봐주는 사람들까지 병암고택은 늘 북적였다고 한다. 3대가 모여 사는 것도 특별한 생활상인 것처럼 바라보는 요즘이고 보면 4대가 모여 사는 고택에서의 삶은 감히 상상이 가지 않는다. 아침이면 분주했을 안마당하며, 오순도순 모여 있는 식사시간이 안마당과 대청 등 곳곳에서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간다.

병암고택은 아궁이가 10개나 된다. 방도 많지만, 구들이 골구들이다 보니 아궁이가 많아졌다. 그래서 겨울이면 나무 해오는 게 일이었다고 한다. 도시락을 싸들고, 소달구지를 끌고 이 산 저 산 하루 종일 나무를 했다. 소달구지에 나무를 한 짐 해와도 하루 이틀 가기 힘들었다고 한다. 추운 겨울 10개의 아궁이에 불이 지펴지고 나면 굴뚝으로 모락모락 연기가 피어오르는 고택의 전경은 생각만 해도 따뜻하다.

100년이 넘은 할머니의 미싱

난포고택 여행수첩

주소 : 경상북도 영양군 석보면 원리리 두들마을 311

전화 : 054-682-8050, 011-527-8168

병암고택은 안채와 사랑채, 행랑채 등 4개의 방을 이용할 수 있다. 행랑채는 4만원이며, 사랑채는 6만원이다. 식사는 별도로 제공되지 않는다.

 

찾아가는길

중앙고속도로 서안동IC에서 안동, 영덕 방면 34번 국도를 이용해 청송군 진보면 소재지를 지나 월전삼거리에서 31번 국도로 좌회전. 석보교 건너 석보방면 911번 지방도를 타고, 석보면 소재지에서 두들마을로 들어서면 병암고택을 만날 수 있다.

 

다른 잠자리

병암고택 뒤로 영감댁이라 불리는 고택을 만난다. 영감댁은 정면 5칸, 측면 4칸의 ‘ㅁ’자형 고택으로 안방, 마루방, 중간방, 사랑방 등 4개의 방을 이용할 수 있다. 영감댁은 병암고택에서 관리하고 있다.

 

맛있는 집

영양 읍내에 있는 맘포식당은 한우와 돼지를 이용해 주물럭을 내는 곳으로 영양 읍내에서 소문난 곳이다. 콩나물을 넣은 양념된 주물럭을 각종 야채에 올려 먹는다. 본가의 갈비살(054-683-6692)과 고은한정식의 한정식(054-683-5005)도 영양 읍내에서 들러볼만한 곳이다.

정철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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