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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 쓰는 문장』강현국 지음/시와 반시 펴냄

강현국 시인이 여섯 번째 시집, ‘노을이 쓰는 문장’을 출간했다. ‘가장 깊은 어둠’, ‘舟岩山(주암산) 단풍’, ‘노을이 쓰는 문장’, ‘Let it be’ 등 총 4부, 53편의 시를 담고 있다.

이번 시집은 ‘기억’과 ‘치욕’을 키 워드로, 삶에 대한 번민과 예술에 대한 성찰이 돋보이는 작품들을 묶은 것이다.

‘시인의 말’에서 강 시인은 ‘누가 빛나는 밤하늘을 쾅쾅/ 우수수 무너지게 하는지// 끝없는 흐름 속에 몽롱하게 사라지는 그곳으로/ 뿌리를 내리는 내 시의 영토// 나는 이제야 아주 먼 곳을 호명하기 시작한다.’고 적고 있다.

강 시인을 최근에 만난 것은 그가 에세이 ‘고요의 남쪽’을 출간했을 때였으니, 2년쯤 전이다. 가까운 곳에서 열리는 문학행사에서도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번 시집을 내고도 소식이 없었고, 그를 존경하는 후배 시인이 신문사로 시집을 보내왔다.

 

‘어떻게 지내셨어요?’

 

“‘시와반시’ 만드는 일, 문화유적 스토리텔링 연재하는 일, 수주 받은 프로젝트 수행하는 일, 대구와 부산에서 제자들과 시 공부하는 일, 삼국유사 읽기모임 시인들과 떠돌아다니는 일들로 빤한 날 없었어요.”

 

‘노을이 쓰는 문장’이라…, 시집 제목에 어떤 회한이 묻어 있는 거 같습니다.

 

시인은 “슬픈 삶의 서사를 소재로 하는 작품이 없는 것도 아니고, 무릇 탄생이란 소멸의 먹이일 터이니, 시집 출간 또한 곰곰 생각하면 슬픈 일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그보다는 빚진 느낌이 앞선다”고 했다.

부채가 많으냐는 물음에 시인은 “문학에, 세월에, 삶에 진 빚이 많지요. 삶에 빚진 문학, 문학에 빚진 삶의 날들이라는 느낌입니다. 세월이 외상 같아요. 아직 시작도 안했는데 몸만 풀다가 여기까지 왔다는 허망함, 한 번도 그 길의 끝까지 가보지 못한 회한 같은 게 부채로 남아 있다”고 답했다.

 

‘시인의 말’에서 드러낸 ‘먼 곳’은 어디일까?

 

강 시인은 “세월을 외상으로 살아왔는데, 어느 날 문득 부채를 갚으라고 합니다. 나는 이제야 호명을 시작했으니 가 닿기엔 너무 멀지요. 멀어서 갈 수 없고, 갈 수 없어서 먼, 그 길의 끝, 릴케의 말을 빌린 다면 ‘더 많은 고향’ 같은 것이 아닐까요?”라고 했다.

시인이 말하는 ‘먼 곳’은 물리적 지점, 지도에서 찾을 수 있는 지점이 아니다. 그러니 걸음을 아무리 재촉한들 ‘그 먼 곳’에 닿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시인에게는 그곳에 가 닿을 방도가 틀림없이 있을 것 같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철저함입니다. 삶에, 문학에 철저할 때 비로소 그 먼 곳에 닿을 수 있을 것입니다. 가령, 거짓말은 거짓말로 철저하고, 오지 않는 사람은 오지 않는 사람으로 철저하고. 절망은 절망으로 철저하고, 머뭇거리는 연필은 머뭇거리는 연필로 철저하고, 그리하면 ‘빛나는 절벽’에 닿을 것입니다.”

 

시인은 ‘그 먼 곳’을 ‘절벽이 빛나는 곳’이라고 말했다. 스스로 절벽이 되거나, 절벽에 사는 자의 철저함으로만 닿을 수 있는 세계가 그 먼 곳, 길의 끝이라는 말이었다. 그렇다면 이번 시집 ‘노을이 쓰는 문장’은 머리는 이미 희끗한데 아직 절벽이 빛나는 곳에 도달하지 못한 시인의 부채장부라고 해야겠다.

시집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기억’과 ‘치욕’이다. 박찬일 교수는 시집 해설에서 ‘강현국의 서정시들은 도대체 ‘무엇을’ 발언하지 않는다. 의미를 발설하지 않는 것, 메시지가 구체적이지 않고 흐릿한 것은 시인 자신만이 아는 치욕의 기억을 넘어서고 싶은 욕구‘ 때문일 것으로 평하고 있다.

110쪽, 1만원. 053)654-0027

 

▷강현국 시인
1949년 상주 출생으로 1976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했다. 대구교육대학교 교수와 총장을 역임했고, 현재 시 전문 계간지 ‘시와 반시’ 주간 겸 발행인이다. 여러 권의 시집과 시론집, 산문집을 출간했다.

권혁구 출판전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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