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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늑한 전통 마을 '예천 금당실마을'

햇살이 뜨겁게 비추는 오후, 경북 예천의 한 전통마을인 ‘금당실마을’. 마을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커다란 마을 보호수가 한 그루 날 맞이 해준다. 500년이나 이곳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고 하니 그 세월의 흔적이 빽빽한 나뭇가지에서 고스란히 느껴지는 듯하다. 

전통 가옥과 돌담길이 자랑으로 알려진 금당실마을은 마을 내에 고인돌 무덤이 산재하여 있는 것으로 보아 이미 청동기 시대부터 사람들이 살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기록상으로는 600여 년 전 15세기 초 감천 문 씨(문헌)가 이곳에 정착하여 살면서 그의 손자 문부경의 사위 박종린과 변응녕이 처향인 이곳에 터전을 잡으면서 그 후손들이 번성하여 큰 마을을 형성하게 되었다고 전하고 있다. 가사괴당 고택 주인이던 변응녕이 16세기 중엽에 정착하여 지형을 살펴보니 연화부수형의 형국으로 북쪽의 매봉, 서쪽의 국사봉, 동쪽의 옥녀봉, 남쪽의 백마산으로 둘러싸인 분지형 지형으로 매봉이 조산이 되고 그 뒤로 길게 뻗은 소백산 줄기가 내룡이 되어 연못을 예칭하여 금당(金塘)이라고 마을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용문사가 있는 매봉을 거쳐 흐르는 물과 국사봉에서 흐르는 물이 합류하는 지점에 있는 마을로, 물이 풍부하고 산천이 수려하여 많은 고택들이 자리하고 있다. 

조선 태조가 도읍지로 정하려고도 했던 이곳은 우리나라 십승지의 하나로 병화가 들지 못한다고 하여 임진왜란 때 온전했던 곳으로도 유명하다. 정감록에 남사고가 꼽은 십승지지 가운데 한곳으로서 ‘금당과 맛질을 합하면 서울과 흡사하나 큰 냇물이 없어 아쉽다’고도 하였다고 한다. 

충효마을이라는 이름 아래 남녀노소를 불문한 자연과 문화를 한꺼번에 즐길 수 있으며 많은 전통적인 문화재가 산재되어 있는 곳이 바로 예천 용문면 상금곡리에 위치한 금당실마을이다. 

 

관광지가 아닌 마음의 쉼터

마을을 둘러보기 전에 뜨거운 해를 잠시 피하고자 마을 지도에 나오는 소나무 숲인 송림으로 이동하였다. 해가 좀 가라앉은 후 미로처럼 연결되어 있는 마을의 구석구석을 둘러보리라 마음 먹었다.

여름철 수해방비와 겨울철 서쪽으로부터 불어오는 세찬 바람을 막아주고 마을을 보호해주는 2km의 울창한 소나무 숲인 송림은 1894년 동학혁명 당시 노비 구출 비용 마련을 위한 나무 벌채가 심하여 1895년 법무대신이었던 이유인이 금당실에 99칸의 집을 짓고 거주하면서 이 숲을 보호하여 왔다고 한다. 예천 용문 중학교 옆으로 들어서면 빼곡하게 들어서 있는 송림, 그 곳으로 들어서자마자 향긋한 풀내음과 시원한 바람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 여름 정오의 태양 아래 이렇게 상쾌함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에 스스로 또 한 번 놀란다. 

천연기념물 제 469호로 지정되어 있는 ‘예천 금당실 송림’은 오랜 기간 마을 주민들이 마을 보호를 위하여 이 숲을 보호하고 관리하여 왔을 뿐만 아니라, 마을의 휴식처와 행사의 중심지로 활용되는 등 역사적, 문화적 가치가 큰 마을 숲이다.

이곳에서 잠시 쉬어가기로 하고 공터에 차를 세운 뒤 송림 안의 작은 정자에 벌러덩 몸을 뉘었다. 시원한 바람이 머리칼을 살랑살랑 간지럽혀 주는 게 너무 시원하고 좋았다. 정자 주위에는 이름 모를 아름다운 색의 꽃들이 잔뜩 피어나 있었다. 매연 가득한 도시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싱그러움과 절대 가지지 못했던 여유로움을 녹색 가득한 소나무 숲 안에서 만끽 할 수 있었다. 

그렇게 잠시만 맑은 공기를 마시리라 마음먹고 간 곳에서 잠이 들어버릴 정도였으니 그만큼 아늑하고 조용한 곳이었다. 항상 시끄럽고 분주한 일상 속에서 지내왔던 나에게는 더 없는 힐링이 되지 않았나 싶다. 마을에 있는 사소한 것 하나까지 모든 게 신선했다. 

미로처럼 연결된 돌담길

마치 제주도의 돌담길을 연상하게 만드는 금당실마을은 정말 하루 만에 다 둘러볼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마을이 미로처럼 얽혀있다. 게다가 일반적으로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고즈넉한 시골의 풍경이라기보다는 역사속의 한 마을에 내가 와 있는 것과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전통 가옥들이 많으며 나의 가슴팍까지도 오지 않는 높이의 돌담은 얼마나 평화로운 마을인지를 새삼 깨닫게 해준다. 그 뿐 아니라 가도 가도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연결되어 있는 돌담길 아래로는 알록달록 아름다운 꽃들이 사방에 피어나 있어 돌담길의 운치를 한층 더 돋보이게 해준다.

벽화가 그려진 담벼락에 금당실길이라는 주소지 팻말을 따라 들어간 골목은 고택길, 고택1길, 반송재길, 동촌길, 금당길 명칭이 나눠져 있고 길에 따라 반송재, 우천재, 김대기가옥, 유천초옥, 금당주막, 월당화옥, 청곡당등의 특정 전통 가옥들을 둘러 볼 수 있으며 김대기가옥과 돌담사랑은 마을에 관광을 온 사람들을 위해 민박을 제공하고 있다.

돌담 안에 들어선 가옥들은 민속촌에서만 볼 수 있었던 초가와 기와집들로 들어서있다. 더욱더 신기한 것은 그곳에 실제로 마을 주민들이 아직도 거주하고 있는 생활 터라는 것이 놀라웠다. 마을의 주민들은 역사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는 집들에서 여전히 생활하고 있었고 해가 질 무렵 아궁이에 피어나는 연기를 보아 전통 모습 그대로를 간직한 가옥들이 상당히 많은 것 같았다. 돌담길을 따라 전통가옥들이 즐비한 가운데, 특이하게 전통식과 현대식 건물형태를 고루 갖춘 건축양식의 집이 금당주막 옆에 한 채 보였다. 지나가면서도 한 눈에 보이는 그 곳은 마을아이들의 도서관 역할이 되어주기도 하는 ‘은재네 돌담집’이라고 한다.

이곳은 8살 난 딸아이인 은재의 이름을 따서 지은 집으로 한국농촌건축대전 본상에 이어 대한민국 신진건축사대상 우수상을 차지한 집으로 나와 내 가족이 살 집이 아니라 온 동네 아이들이 모여 놀 수 있는 도서관을 지은 곳이기도 하다. 아담한 두 채의 목조주택은 새로 지은 집이지만 마을 풍경과도 제법 잘 어울린다.

한 채는 벌꿀. 전시 작업실, 또 나머지 한 채는 마을 아이들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도서관이다. 두 건물을 지나 안쪽으로 들어가면 초록 잔디가 깔린 안마당과 초가집 두 채가 자리 하는데, 바로 정면에 보이는 안채가 가족이 생활하는 공간이고 나머지 별채는 민박집으로 사용할 용도라고 한다. 집을 자세히 둘러보려 할 때 갑자기 쏟아지는 비 때문에 은재네 돌담집을 뒤로 하고 금당실마을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대구에서 멀지 않은 경북 지역에는 많은 유명한 관광지들이 자리 잡고 있다. 물론 예천 역시 볼 곳도 많고 먹을거리도 많은 관광지역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이 금당실마을에 다녀오고 나서 내가 느낀 것은 사람들이 많이 찾고 붐비는 관광지들보다 조용하고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여행지를 원한다면 이 마을을 꼭 추천해주고 싶다. 자연과 하나가 될 수 있고 조상들의 숨결이 느껴지는 마을로 색다른 이색 여행지가 아닐까 한다.

차인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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