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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K47』래리 커해너 지음/ 유강은 옮김/ 이데아 펴냄

지난 반세기 동안 AK47 돌격소총은 지구상에서 가장 널리 퍼진 살상 도구이다. 아직도 내구성, 저렴한 가격, 조작 편리성, 살상력 등에서 다른 어떤 총도 범접하지 못하고 있다. 전 세계 인구 77명당 1명꼴로 보급되어 있는 이 개인용 살상 무기는 냉전 직후 사회주의권에서 제3세계로 쏟아져 나오면서 한 때 한 자루 가격이 6달러까지 떨어져 닭 한 마리 가격이라고 ‘치킨 건’이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지금은 AK47 가격이 분쟁지역의 사회적 안정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로 통하고 있다.

이 책은 베트남전쟁부터 이라크전쟁까지, 아메리카에서 아프리카에 이르기까지 이 소총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추적한다. 

AK47 돌격소총의 탄생

AK47의 설계자는 2차대전 당시 소련의 젊은 전차병 미하일 티모페예비치 칼라시니코프였다. 브랸스크 전투에 참전했다가 동쪽으로 진격하는 독일군에게 총상을 입은 그는 나치 독일에 맞서 조국을 지키기 위해 돌격소총을 발명했다. 그는 병상에서 가장 단순한 자동화기를 스케치했는데, 나중에 그것을 만들 기회를 얻어 제작하게 됐다.

1949년 소련군이 처음 보병 기본 화기로 공식 채택된 순간부터 이 총기는 작동이 간단하고 튼튼하며, 아무리 열악한 환경에서도 믿음직하고 대량생산이 가능해 값이 싼 총기로 명성을 떨쳤다. 총구 발사 속도가 초속 700m에 1분당 600발을 사격할 수 있고 반자동, 자동 사격이 가능한 당시 혁신적인 발명품이었다. 부품 수를 최소화하고 가동 부품의 공간에 여유를 두어서 야전의 거친 환경에서도 좀처럼 잔고장이 생기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었다. 

 

M16보다 믿음직한 AK47

AK47 돌격소총은 우리에게도 낯설지도 않다. 베트남 참전군인들의 무용담에 단골로 등장하는 전설적인 총이기 때문이다.

한국군은 베트남에서 처음 M16을 지급받았는데, 무서운 이국땅의 진창에 굴러도 흙만 툭툭 털어내면 곧바로 발사 가능한 적군의 AK47은 고장이 잦은 미군의 최신형 총기보다 믿음직스럽게 보였을 것이다. 2003년 이라크전의 미군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였다. 병사들은 M16과 달리 AK47은 사방이 온통 붉게 변했다가 칠흑 같이 어두워지는 폭풍 속에서 흩날리는 먼지와 모래에 강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M16은 모래폭풍이 일 때면 걸핏하면 총탄이 걸려 발사가 되지 않았다. 그러면 분해해서 청소해야했다.

 

AK47, 정치적 요인으로 확산

AK47이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된 데에는 기술적 장점 외에도 정치적 요인이 작용했다. 미국과 냉전 상황에서 소련은 사회주의권 나라들뿐만 아니라 제3세계 비동맹국가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AK의 특허를 주장하지 않고, 설계도면까지 무상으로 배포했다. 불가리아와 동독은 1959년 자체 생산하기 시작했다. 중국과 폴란드는 1956년, 북한은 1958년, 유고슬라비아는 1964년에 생산을 시작했다.

흥미로운 것은 AK47에게 아군과 적군이 따로 없다는 것이다. 1979년 소련은 군사력으로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아프가니스탄 전사들인 무자헤딘은 소련의 침략에 맞서기 위해 미국에 이 총기를 달라고 요청했다. 미국 지원으로 AK47로 무장한 무자헤딘은 소련을 물리칠 수 있었다. 1991년 소련은 붕괴했고 이 AK47은 무자헤딘에서 알카에다의 손으로 넘어갔다. 9·11테러 이후 이 AK들은 소련이 아닌 미국을 겨냥하게 된다. 현재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AK47은 9000만~1억 정으로 추정된다.

 

AK47은 반서구 이데올로기 상징

문화적 차원에서 보면 AK는 반서구 이데올로기의 상징이다. 요즘 불안정한 지역에서는 AK47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남자다움의 징표이자 일종의 통과의례다. 콩고, 미안마, 스리랑카 등 수십개 나라의 소년병들은 여봐란듯이 AK47을 들어 보인다. 흰옷을 걸친 오사마 빈라덴의 모습이 담긴 동영상에도 그가 AK47을 발사하는 장면이 있는데, 이는 그가 진정한 반체제 전사임을 전 세계에 알리는 메시지다. 사담 후세인이 지하 은신처에서 생포될 때 그의 옆에는 AK47 두 자루가 있었다. 그 또한 이 무기에 워낙 매료돼 바그다드에 AK47 총신의 독특한 모양으로 된 뾰족탑 사원을 짓기도 했다. 그의 아들 우다이는 금으로 도금된 AK47을 주문 제작했다.

권혁구 출판전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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