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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래 오이소. 청도 몰래길

걷기 열풍은 전국 지자체마다 여기 저기 다양한 이름의 길들이 속속 생겨나게 했고, 제 각각의 특색을 지닌 테마길로 자리 잡았다.

제주 올레길을 시작으로 지리산 둘레길, 부산 해운대 갈맷길, 강릉 바우길, 합천 해인사 소리길, 영덕 블루로드, 태안 해변 노을길, 영천 보현산 하늘길 등 이름까지도 예쁜 걷기 좋은 길들이 도보 여행자의 마음을 흔들었고 운동화를 질끈 동여매게 했다.

이른바 대한민국 명품 녹색길로 칭해지며 소개되어지고 알려진 길들인데 그 유명세에 다들 한번쯤은 걸어보았거나 익히 그 이름을 들어볼 법 했을 터이다. 길을 걸으며, 길 위에서 전국 각지에서 온 사람들과 눈인사를 나누면서 옷깃을 여러 번 스치기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진 길이 아닌 아직 때 묻지 않은 숨겨진 길이 있다면 어떨까? 누구라도 혼자 먼저 가서 몰래 다녀오고 싶은 마음이 간절할 것이다.

가창댐을 지나 헐티재로 굽이굽이 돌고 돌아

청도는 대구와 지리적으로 가까워서 자주 찾았지만 몰래길을 찾아가는 길은 그 어느 때보다 설레고 호기심 충만해지는 발걸음이었다. 먼저 각북면 남산리에 위치한 최복호 패션연구소 BK 갤러리를 첫 방문지로 정해서 헐티재로 넘어가는 길을 택하였다. 가창댐을 끼고 굽이굽이 돌고 돌아 들어가는 길이 몰래길을 찾아가는 설렘과 운치를 한껏 더해주는 맛이 있다. 

파동에서 가창으로 들어가는 길에는 가창찐빵으로 유명한 집들이 줄지어 있다. 찐빵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몇 개 사들고 먹어볼만하다. 찐빵가게들이 즐비한 도로 끝 삼거리에서 좌회전 하여 조금만 지나면 가창댐 이정표가 보이는 곳으로 우회전하면 된다. 이때부터는 왕복 2차선의 구불구불한 길이 한참동안 계속 이어진다. 오른편으로는 가창댐을 지나며 도로 양쪽으로 우거진 초록 수풀들과 나무들이 바람에 살랑이며 계절의 변화를 말해준다. 속도를 내지 말고 천천히 여유 있는 드라이브를 즐긴다. 

헐티재 아래 그림 같은 오산리 전경과 비슬산의 풍경

그렇게 드라마틱한 S자 도로를 한동안 달리다 보면 오르막이 시작되는데 대구와 경북의 경계를 알려주는 고갯마루 헐티재를 만난다. 청도 방면 오른쪽 커브 길에는 ‘씨 없는 감 청도 반시’ 라고 새겨진 조형물이 보이고 왼쪽에는 조그만 휴게실이 자리하고 있다. 여기서 잠시 차를 멈추고 아래를 내려다보면 청도의 오산리 전경이 그림처럼 펼쳐져 있다. 소나무 군락으로 뒤덮인 헐티재는 봄이면 진달래와 철쭉, 고산식물들로 드리워져 있고 가을에는 억새군무로 유명한 비슬산을 가까이하고 있어 찾는 이들이 끊이지 않는다.

헐티재를 넘어 아찔한 내리막을 5분쯤 내려가다 보면 오른편에 용천사가 보인다. 신라시대 의상법사가 창건하고 고려시대 일연이 중창했다는 용천사는 전성기에는 1천 여 명의 승려가 수도했고 부속암자만 47개소에 이르렀다. 지금까지 24명의 도인이 나왔고, 앞으로 104명의 도인이 더 나올 것이라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맑은 석간수가 끊임없이 솟아 그 물을 맛보기 위해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찾아드는 곳이다.

길 따라 다시 20분쯤 더 달리면 시야 가득 전원풍경이 펼쳐진다. 비슬산 리조트 이정표가 보이면 그 이정표를 따라 우회전을 한다. 위쪽으로 조금만 더 올라가면 최복호의 BK갤러리가 있는데 전시회도 보고 다양한 패션복도 구경하면 좋다. 운이 좋으면 최복호 선생이 직접 권하는 차도 맛볼 수 있다고 한다.

 

인공적인 아름다움은 없다

본격적인 몰래길은 비슬 리조트 군불로 입구에서 시작되는데 주차는 이곳에 하고 걸으면 된다. 호랑이 고스톱치고 원숭이 광 팔던 시절로 시작되는 몰래길 이야기 1.2.3편도 재미로 읽어본다. ‘걷는다는 것은 지구를 조심스레 만진다는 것이다’로 시작하는 몰래길 걷기 수칙도 마음에 새기고 걸으면 좋을 일이다. 

‘천천히 걸으며 하늘을 보고 나무를 보며 하나하나 눈으로 사랑하고 인생을 행복하게 관찰해보라’ ‘사랑하고픈 대상이 있으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를 마음속으로 세 번 외쳐라’ ‘사랑하지 못해 괴로워하고 있는 것들의 이름을 부르며 걸어보라’고 한다. 

싱싱한 수풀과 나무 냄새를 맡으며 오르기 시작한다. 왼편 리조트 수영장에선 가족들끼리 한 여름을 만끽하고 있었다. 오른편에 펜션들이 보이고 거기서 비슬산 수련원 뒤편 고갯길(갈림길에서 왼쪽)을 조금 더 오르면 몰래길 표지석이 보인다.

오롯이 자연과 나만이 있다

잠시 걸음을 멈추어 표지석에 새겨진 문구를 보면 웃음부터 난다. 

‘구라 치기 없기, 큰 소리 안내기, 각종 소원 환영, 분실물 환영, 보는 사람이 임자’ 역시 전유성씨 다운 재치가 넘친다. 곳곳에 자신의 흔적을 남겨두고, 그 길 위에 추억을 만들어 다시 한 번 더 찾아오게 된다는 콘셉트로 성곡리와 수월리를 연결하는 이 길을 몰래길이라 칭하였다. 연인들끼리 오붓하게 데이트하기 좋은 길이라고 하는데 인공적인 아름다움을 기대하고 온다면 실망하기 십상이다. 무엇보다 산세를 조망할 수 있어 자연의 아름다움이 그대로 묻어난다.

눈부신 햇살과 함께 바람결을 온 몸으로 느끼며 걷는 몰래길. 새소리, 물소리와 함께 풀꽃향기를 솔솔 맡아본다. 마음을 온전히 비우며 솜사탕 같은 구름을 이고 욕심 없이 걷다 보면 고추가 조롱조롱 매달려 있는 고추밭도 보이고 주먹 만 한 사과와 복숭아가 탐스럽게 주렁주렁 매달려 익어가는 모습에 흐뭇해진다. 가을에는 감나무를 지천으로 볼 수 있고, 경운기와 트럭이 달리며 꾸미지 않은 시골풍경이 이어진다. 과수원의 달콤함을 가득 안고 내려오면 어느덧 눈앞에 성곡댐이 시원스레 펼쳐진다. 저수지 가장 자리에 당산나무 한 그루가 그림처럼 서 있고 낚시꾼들도 몇 명 보인다.

 

사회적 기업으로 새로운 도약을 꿈꾸는 성수월 마을 

성곡댐이 보이는 커브길 도로 벽에는 마을의 오래전 모습과 성곡리유적 석곽묘 복원공사 등의 사진들을 볼 수 있어 마을의 역사를 짐작케 한다. 사진을 보아하니 이곳이 수몰의 아픔이 있는 마을이란 것을 알 수 있었다. 1999년 성곡지구 중규모 농업용수개발사업으로 이서국의 역사가 녹아있는 마을이 한 순간 물속에 잠기고 만것이다. 

몇 백 년 이어온 삶의 터전을 잃은 주민들은 400년 된 당산나무 만큼은 살리기 위해 인공섬을 만들어 옮겨심어 마을의 안녕과 망향의 설움을 달래었다. 여행자에겐 그저 그림처럼 아름다운 한 그루 나무인데 마을사람들에겐 신령스럽고도 애틋한 마음이 서려있는 나무였다. 마을은 수몰이라는 엄청난 충격을 딛고 성수월마을로 새롭게 재탄생하면서 힘찬 도약을 꿈꾸고 있다. 

성수월마을 그린투어 센터에 도착하면 몰래길 종합안내 표지판과 솟대가 보인다. 식당과 매점, 동네북 카페를 겸하고 있는 이곳은 연 방문객 10만에서 15만 여 명이 찾고 있다 한다.

특이하게도 2시간이상 주차하면 마을로부터 주차요금을 받을 수 있는 이른바 ‘고객이 돈 버는 주차장’도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재미이다.

2층 카페 유리창 밖으로 저수지 안 당산나무가 멋스럽게 보인다. 이곳에서 일하시는 어르신 한 분을 만나 마을의 지난 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수몰의 아픔, 고향마을 이야기를 늘어놓으셨다. 지금은 수몰의 아픔을 뒤로 하고 사회적 기업으로 나날이 성장하고 있어 일하는 즐거움이 생겼다며 얼굴가득 만족스런 표정을 보여주셨다. 말씀하시는 내내 친절함을 잃지 않으시고 갑작스런 방문에도 기꺼이 반겨주시니 마을전체의 훈훈한 인심까지도 짚어볼 수 있었다.

 

방문객 대상 체험행사와 부녀회가 직접 운영하는 식당 

1층은 식당 2층은 미니 카페와 방문객들의 숙박시설, 개그지망생들의 연습실이 갖추어져 있다. 식당은 마을 부녀회에서 직접 운영하는데 MBC 맛있는 TV 516회에도 방영되었다. 전국에서도 알아주는 청정 청도 미나리와 야들야들한 수육의 궁합이 일품이다. 미나리 전, 미나리 비빔밥, 미나리 무침 등 로 쌉싸름하게 씹히는 그 맛에 풍각 막걸리 한잔 걸치면 세상 시름 다 잊을 것 같다. 철가방 극장 개그공연 관람 후 또는 몰래길 투어 후에 맛본다면 그 맛이 꿀맛일 것이다. 

방문객 대상으로 계절별 체험행사도 진행되고 있다. 철가방 극장 공연 관람과 연계한 여행상품으로 딸기·고구마 수확체험, 에코백 만들기, 자연물을 이용한 공예체험, 바리스타 체험과 우쿨렐레 체험 등으로 예술과 즐거움이 있는 성수월마을로 거듭나고 있다.

유경숙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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