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라이프 관광
사공은 없어도 주막은 있다. ‘나루’ 삶의 쉼표를 찍는 곳

행복은 단순히 좋은 시간을 보내는 것 이상을 의미한다. 좋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많은 돈과 노력을 들여야만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라고 생각하지만 꼭 이렇게 해야만 행복해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의 말처럼 행복은 먼 곳이 아닌 내 가까이, 내 안에 자리하고 있기에 큰 결심으로 세운 계획도, 시간을 다투며 서두를 필요도 없다.  행복을 추구하는 것을 잠시 멈추고 태양이 선물한 특별한 계절에 오감을 집중해 본다.  여윈 강줄기가 어느새 한 끗 부풀어 강둑을 바라본다. 강을 타고 온 바람이 강가 연신 버드나무 곁을 스친다.  몸통 굵은 매미는 쨍-쨍- 거리며 살아있음을 알리고 있다.

사문진나루터는 조선시대 보부상들이 부산에서 낙동강을 거슬러 대구로 오는 뱃길로 이용한 곳이다. 사문(沙門)은 모래가 많은 백사장으로 통하는 문이란 뜻을 의미하기도 하고 신라시대 포구를 중심으로 양쪽으로 많은 절이 있었던 ‘사문진(寺門津)’의 한자어에서 그 뜻이 유래했다고 한다. 사문진은 고령과 달성을 잇고 부산과 김해 등지의 장삿배가 여러 가지 물품을 싣고 드나드는 큰 나루였다. 이곳에는 수많은 길손들의 이야기가 모여 쉼터와 주막 등이 있었지만, 1993년 사문진교 개통 및 육로의 발달로 인하여 2척의 도선을 끝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이에 달성군은 정부의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철거된 화원동산 식당가 명맥을 되살리기 위해 ‘낙동강의 시간, 사람, 이야기’를 주축으로 사문진주막촌 재건에 힘을 쏟기 시작했다. 지난해 부지 8천856㎡에 한옥구조형식의 주막촌을 조성했는데 예천 삼강 주막촌에 이어 60년 만에 전국에서 두 번째로 복원되었다. 주변에는 강변을 따라 이어진 산책로, 화원동산 등의 부대시설들이 더해져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더욱 풍성하다.

 

낙동강이 흐르는 화원(花園)동산의 입구. 모래가 끝없이 이어진 이전의 사문진의 모습은 사라졌지만 사문진 주막촌의 그리운 풍경을 추억하기 위해 많은 관광객들이 이곳으로 모여든다. 

 

작은 꽃송이들이 만개한 주막촌 앞마당에는 중요무형문화재 제108호 김종흥 선생이 제작한 목장승이 유쾌하게 길손들을 반기고 있다. 다른 목장승들과 다르게 나루터의 천하대장군과 지하여장군은 허연 이와 옆구리가 피아노건반으로 표현되어 있어 이곳이 한국최초로 피아노가 유입된 곳임을 해학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1900년, 미국인 선교사 사이드 보텀이 아내를 위해 사문진 나루터를 통해 피아노를 들였는데 이 피아노를 운반하던 짐꾼들이 나무통에서 이상한 소리가 난다하여 피아노를 ‘귀신통’이라 불렀다는 재밌는 일화도 전해진다. 이처럼 사문진 나루터는 물류의 이동과 함께 자연스럽게 문화와 문명의 전파지로서의 역할도 수행했다.

 

이어진 길목에는 서로 다른 몸이 이어져 한 몸이 된 연리지는 계절이 물들어 한껏 푸르른 자태를 뽐내고 있다. 수령이 500년이나 된 연리지의 넓은 가지는 주막촌의 쨍한 여름 하늘을 가리기에 충분해 따가운 햇볕에 지친 사람들은 연리지가 내어준 시원한 그늘을 찾는다. 그 옛날 나룻배에 실려 온 나그네들도 넓은 나무가 내어준 그늘 품에서 더위에 지친 심신을 달래지 않았을까….

나무 주위로는 고이 접은 하얀 소원지들이 새끼줄에 매달려 강바람에 바스락거린다. 강물 따라 돛단배에 실려 온 길손들이 풀어낸 이야기와 애환이 연리지에 차곡차곡 스며든 것 같아 신비스럽게 느껴진다. 이곳에 가슴에 품은 소원 종이 하나 정성스럽게 묶어 놓으면 꼭 이뤄질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물길이 이어준 만남

초가지붕 둥근박이 정겨운 사문진 주막촌은 초가 3채로 이뤄져있다. 초가 사이사이 넓게 드리워진 연리지 그늘이 있는 곳이면 어김없이 평상이 자리하고 주문한 주막 음식을 기다리며 여름 강바람에 사람들이 땀을 식힌다. 

주막촌의 이름은 달성 대표상징인 참꽃, 두루미, 이팝나무의 이름을 따 정감있게 표현하였고 현재 소고기국밥을 비롯하여 도토리묵, 부추전, 비슬산 막걸리, 찹쌀산자, 잔치국수(여름별미) 등의 지역 먹거리들을 관광객들에게 판매하고 있다. 날씨가 덥다보니 현대판 주모가 판매하는 아이스크림과 달달한 커피가 제일 인기 있는 듯하다. 

 

“이보시오, 주모!!! 배 뜨기 전에 여기 퍼뜩 국밥 한 그릇 뜨끈하게 말아주소!! 시원한 막걸리 한 잔도 잊지 말고~.”

옛 나그네들의 시끌벅적한 외침대신 329번 주문번호가 전광판에 띵똥 띵똥! 나타난다. 주말이면 관광객들이 주문한 음식이 밀려 대기표까지 들고 오랜 시간동안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지만 어느 누구하나 불평을 늘어놓는 사람은 없다. 넓은 평상위에 두 다리 뻗고 시원한 강바람에 한숨 돌리고 있자니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는 전광판의 반가운 소리가 들려온다. 

 

잔잔하게 흐르는 낙동강을 바라보며 먹는 얼큰한 국밥 한 그릇은 긴 여로(旅路)에 지친 나그네들의 허기짐을 채워주고, 평상에 아무렇게나 걸터앉아 저마다의 이야기를 풀어내며 주고받는 시원한 막걸리 한잔은 마음의 고단함까지 내려놓기에 충분했을 것이다. 뱃길 위에서 물길 따라 스쳐지나가는 풍경들을 눈에 담았다면 사문진 주막촌에선 낙동강이 이어준 사람들끼리 추억을 쌓았으리라….

한낮의 더위가 강바람에 실려 갈 무렵 어느덧 먼 산 너머로 해가 비스듬히 기운다. 대구에서 낙동강의 일몰이 가장 아름답기로 유명한 사문진나루터의 낮보다 아름다운 밤이 찾아오고 있다. 한자리에 앉아 넘어가는 해를 천천히 감상하는 여유 있는 시간을 가져본 적이 있었던가? 카메라를 들고 일몰 사진을 몇 컷 담아본다. 아무리 사진기술이 뛰어나다 한들 내가 직접 눈에 담은 풍경 만하랴….

 

낙동강 주변으로 병풍처럼 펼쳐진 가야산 정상 능성부로 떨어진 해는 낙동강 수면위로 붉은 기운을 드리우며 출렁인다. 강변을 향해 날개를 고이 접어 쉬고 있는 물새조각상 조차도 일몰이 주는 평온함을 느끼는 듯 여유로워 보인다. 4대강 사업으로 반짝반짝 빛나는 금모래 빛은 잃었지만 대신 강바람을 안고 달리는 자전거바퀴가 일몰에 반짝인다.

오랜 세월동안 거쳐 간 수많은 사람들의 손길로 낙동강 주변 풍경은 많이 변했지만, 영원한 저 아름다운 일몰이 주는 감동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지 않을까. 

 

내 한마음 쉴 곳을 찾는가?

영화 한편 감상하기에도 짧은 한 시간동안 자연이 베풀어 주는 은혜로운 일몰 풍경을 감상하며 고요한 시간 속에서 잠시나마 마음 챙김을 해본다. 부디 당신 옆, 가까이에 있는 행복을 바라 볼 수 있는 날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명진 기자  @

<저작권자 © 전국아파트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