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라이프 관광
철길따라 문경 만나기 - 문경 레일바이크

기상학적으로 가을은 1년 중 약 66일 정도라 한다. 9월과 11월까지 이어지는 가을 중, 9월은 늦여름 더위가, 11월은 초겨울의 추위가 남아있어 오롯한 가을은 10월이라 함에 부족함이 없다. 신기하게도 수년째 매년 가을 문경은 나를 부른다. 몇 년 전 서울에서 만난 첫 직장 동료는 문경사람과 결혼을 했다. 그리하여 방문한 문경은 새빨간 사과와 오미자가 시내 곳곳을 붉게 물들이고, 벼가 익은 곳엔 노오란 논이 한없이 넓게 펼쳐져 있었다. 가을의 문경은 이렇게 색동의 옷을 입은 곳이었다. 

문경 레일바이크(철로 자전거)가 재미있다는 소문은 여러번 들었다. 하지만 레일바이크는 아무리 혼자 잘 노는 사람일지라도 레일바이크의 무게와 구조 때문에 혼자 가고 싶진 않을 거다. 물론 본인도 그랬다. 이번엔 함께 레일바이크를 힘차게 굴릴 동반자와 함께 그곳을 다시 찾았다. 아차! 취재를 위해 문경을 찾기 전까지 색동의 옷을 입은 문경의 모습을 까먹고 있었다. 문경 시내에 진입하는 순간 잊고 있었던 지난 그 장면이 나를 또 반겨준다. 

문경은 지난 세월 석탄산업으로 번영하던 곳이었다. 하지만 지금 석탄산업은 사양화되어 문경 탄광지역을 연결하던 철로만 남아있다. 남겨진 그 철길을 문경시에서 관광객 유치를 위해 레일바이크로 만들었다고 한다. 이렇게 전국에서 최초로 시작된 레일바이크는 엄청난 관광객을 끌어모은다고 하는데 특히 주말에는 미리 인터넷 예약을 하여야 하는 것은 물론, 아침 일찍 줄을 서서 오후시간대를 미리 매표하는 일도 발생한다고 한다. 문경 레일바이크는 총 4곳 구랑리역, 가은역, 문경역, 불정역에서 탈 수 있는데 그 구간은 ‘점촌’에서 ‘가은’까지 이어지는 옛 가은선 구간이라고 한다. 

우리는 그 중 가장 긴 구랑리역 구간을 택했다. 구랑리역은 왕복 약 6.6km로 50여분이 소요된다. 평일 오후 늦게 도착한 우리는 고등학생 단체가 한바탕 떠들고 간 뒤 고즈넉한 철길 위에 앉았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시즌에는 앞 차량 간격 뒷 차량 간격을 신경 쓰느라 문경의 아름다운 비경을 눈에 담기 어려웠으리라 생각하니 잘 된 것 같았다. 

시작은 안전요원의 지시를 따랐다. 브레이크 잡는법, 벨트 작동법 등 간단한 안전수칙을 배우고 페달 조작법까지 익혔다. 놀랍게도 대여섯 번 페달을 밟으면 전동의 도움으로 페달이 움직인다고 했다. 우리는 천천히 페달을 밟으며 출발했다. 상쾌한 가을의 숲 바람이 그대로 느껴졌다. 많은 차량이 없는 철길은 우리만의 장소였다. 어느 순간엔 마구 페달을 밟다가 해질녘이 주는 따스한 가을볕을 마주했다. 한참을 멈춰 서서 가을을 느꼈다. 맞은편에선 한 가족이 함께 페달을 밟으며 돌아오고 있었다. 네 명 모두가 탄 레일바이크는 조금 더 역동적이고 경쾌해보였다. 그들의 기운을 받은 우리도 덩달아 신나 페달을 다시 밟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철길이 지나는 곳에 주민으로 보이는 한 할머니가 가을밤을 수확하고 있었다. 우리 쪽으로 다가온 할머니는 “늦게도 왔다.”는 한마디를 던지고 사라졌다. 밤을 한 줌 주나 싶어 기대했지만 잘못된 기대였다. 경상도 특유의 무뚝뚝한 할머니였다. 매번 여행지에서 만나는 현지인들의 삶이란 매우 조심스럽다. 여행자의 입장에선 그들의 삶에 너무 가까이도, 너무 멀지도 않은 거리를 유지하기가 힘든데 가끔은 이렇게 먼저 다가오는 현지인들은 참 반갑다. 밤은 얻지 못했지만.

 

우리는 다시 페달을 밟아 강을 넘었다. 정말 깊은 강이었고 강 아래는 철조망이 쳐져 있지만 자칫 아찔할 수도 있을 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 끝내주는 경치에 조심스레 한 타임 쉬며 풍경을 사진에 담았다. 하지만 실패로 돌아갔다. 사진에 풍경이 담기질 않았다. 오직 눈으로만 담을 수 있는 풍경이었던 것이다. 여행지에서 마주하는 놀라운 장면은 때론 카메라 뷰파인더로 기록할 수 없는 상황이 있다. 바로 그 때 가을의 정취와 소리, 온도 모두가 하나의 작품이 되어 완벽한 가을의 주인공이 되었다. 우리는 강을 건너는 구간을 구랑리 레일바이크 최고의 명소로 뽑았다. 멀리보이는 산의 능선과 강의 경치, 그리고 스릴 있는 속도감과 긴장감 어느 것 하나 최고를 이야기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강을 건너 얼마 지나지 않아 반환점을 돌았다. 신기하게도 철로가 한바퀴 회전하며 반대 차선으로 넘어가 같은 구간을 돌아오게 되어있었다. 천천히 정취를 만끽하며 출발했던 처음과 달리 이제부터는 속도를 내 보기로 했다. 레일바이크가 달리며 우리는 기차를 탑승했을 땐 느낄 수 없었던 소리도 들었다. ‘삐그덕’이기도 했지만 ‘딸깍딸깍’거리기도 하고 때론 ‘쿵쿵쿵’하는 소리도 났다. 어느덧 탄광 노동자의 고단한 삶도 이 철길 위에서 똑같은 소리를 들으며 하루를 시작하고 끝냈을 것이란 생각에 묘한 기분이 들었다. 그런 기억이 스치며 처음 시작점으로 돌아와 레일바이크 체험이 끝났다. 

후에 알았지만 문경 레일바이크는 우후죽순 생기는 전국의 레일바이크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노선을 확충했고, 그 중 구랑리역은 몇 년 전 새로 개장해 깨끗한 역사를 자랑한다고 했다. 깔끔한 역명의 현판이 인상적이었는데 이유가 있었다. 또 구랑리역의 비경중 하나인 철길 따라 놓인 시원한 풍경은 구랑리역 매표소 옆길을 조금 지나 계단을 통해 올라간 전망대에서 볼 수 있다.

우리는 레일바이크 이후 아쉬운 마음을 문경새재 도립공원에서 선비의 과거길을 따라 걷는 것으로 마무리 했다. 문경새재 초입에는 문경 특산물인 사과로 만든 조형물과 선비의 길임을 나타내는 선비동상 등이 서있었다. 초입에서 얼마 지나지 않은 곳에는 가족단위의 여행자들이 드라마 세트장에서 과거로의 여행에 여념이 없었다. 우린 발걸음을 옮겨 새재길을 걸어보기로 했다. 문경새재는 1관문에서 3관문까지 총 6.5km로 부지런히 걸어도 몇 시간이 걸리는 거리다. 우리는 짧은 1구간을 맨발로 한 바퀴 돌았다. 2구간은 많은 사람들이 최고의 아름다움을 가진 곳으로 꼽는데 단풍이 절정일 때가장 큰 빛을 발한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국빈 만찬주로 쓰이는 오미자 스파클링 와인을 체험할 수 있는 오미나라, 오미자 막걸리를 생산하는 문경주조, 아리랑 관련 유물을 전시중인 옛길 박물관, 석탄 노동자의 삶과 석탄의 역사를 관람할 수 있는 석탄 박물관 등을 함께 관람하고 문경 특산물인 약돌한우, 오미자, 사과 등을 맛보면 만족도 높은 여행이 될 것이다.

전재훈 기자  @

<저작권자 © 전국아파트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