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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을 품은 칠곡 가실성당

가을, 자연을 한껏 품은 시기인만큼 어떠한 장소이던지 카메라 렌즈에 담기 가장 좋은 계절이다. 요즘은 틈틈이 시간 나는 대로 지인들과 함께 카메라를 들고 여행을 떠난다. 이번 여행지는 칠곡 가실성당. 주차장 입구에서부터 푸름과 울긋불긋함을 함께 품고 있었다. 가실성당의 첫느낌은 종교지라는 엄숙한 분위기 보다는 풀내음 가득한 공원에 와 있는 것과 같았다. 함께 간 일행들도 본당 건물에 도착하기도 전에 입구에서부터 연신 셔터를 눌러대며 그 아름다운 풍경에 흠뻑 빠져들었다. 

낮은 오르막을 조금만 오르다보면 푸르른 나무들 사이로 빨간 벽돌의 건물들이 하나 둘씩 나타나기 시작한다. 넓은 잔디 정원을 앞에 둔 성당의 건물은 100년의 세월을 견딜 수 있을 정도로 웅장했다. 잔디 광장에는 굴의 형태로 된 성모당이 보였고 그 앞으로는 신자들의 예식이 있었는지 웨딩을 정리하는 사람들이 분주하게 이동하고 있었다. 

언덕 위 아담한 성가

성당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종교인이든 종교인이 아니든 누구나 자유롭게 예배당에 들어갈 수 있도록 개방되어 있다. 예배당에 들어서자 밖과는 다르게 조용하고 엄숙한 분위기가 감돈다. 앞쪽으로는 열심히 기도를 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나도 제일 뒷자리에 앉아 잠시 눈을 감아보았다. 

차분한 분위기 속, 마음마저 고요하고 평온해진다. 사람들이 다 나가고 나서야 마음껏 내부를 둘러보았다. 성당은 처음으로 가 본 곳이라 또 다른 호기심을 자아내는 곳이었다. 양쪽 벽면의 창문들은 예수와 관련된 그림이 그려진 스테인드글라스로 되어 있었고 천정의 등 또한 독특한 모양이었다.

왔다갔다 한참을 둘러보다 다시 밖으로 나와 이번엔 건물 뒤편으로 걸어가 보았다. 깊은 세월을 거친 건물들이었지만 아직도 너무 건재해 보였고 앞으로 더 많은 시간이 지난다 해도 끄떡도 하지 않을 만큼 견고해 보였다. 

건물 뒤편으로는 구사제관과 행정실이 자리를 잡고 있는데 벽돌 건물 외에 보이는 나무로 만든 작은 구조물들이 마치 유럽의 시골마을에 온 듯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사제관의 뒤로 얕은 나무 계단을 오르면 또 다른 자연의 넓은 공간이 크게 펼쳐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곳에 오고 나서는 계속 느꼈던 풍경이지만 참 자연과 잘 동화되어 마치 내 몸과 마음이 정화되는 듯하다.

120년의 세월을 함께하다 

가실성당과 사제관은 지방유형문화재 제 348호로 지정되어 있고 왜관읍 남부 지역 천주교 신자들의 종교의식과 선교 활동을 위해 설립되었다고 한다. 1895년 초대 본당 신부는 파리외방선교회의 빠이아스 가밀로(C.Pailhasse)신부이다. 가밀로 신부는 한국에 입국, 칠곡군 지천면 신나무 골에 도착하여 동학혁명이 끝난 후 신자들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이곳 가실에 자리를 잡고 천주교회를 세울 장소를 물색하던 중 낙동강 수로를 이용해서 쉽게 대구, 안동, 부산 방면으로 오고 갈 수 있는 장소인 왜관읍 낙산리에 성당을 세우게 된다. 이곳은 천주교 성당으로 한국교회 15번째, 대구교구에서는 계산 성당 다음이다. 1950년 6.25 전쟁 때에는 낙산마을에서 전투가 심하여 마을이 파괴 되었지만, 가실성당 건물만은 인민군의 병원으로 사용한 관계로 그대로 남을 수 있었다고 한다.

본당의 현재 성당과 구 사제관은 1923년 프랑스인 프와넬(박도행) 신부가 설계하고, 투르뇌(여동선) 신부가 건립하였다. 경상북도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 건물로 보존 상태가 양호하고 근대 건축사와 교회사적 가치가 크다. 

성당은 붉은색 및 회색 벽돌조로 웅장한 신 로마네스크식 건축이며, 중국 기술자들이 붉은 벽돌을 현장에서 구워서 사용하였고, 당시 본당 신부인 프랑스인 여동선 신부가 망치로 벽돌을 한 장씩 두드리며 일일이 다 확인하며 세웠다고 한다. 정면 중앙부에 종탑을 둔 형태로 내부의 천정은 목재로 틀을 만들고 회반죽을 바른 원통형이며, 바닥은 마루를 깔았으나 최근에 온돌마루를 설치하였다.

성당 뒤쪽에 위치한 구 사제관은 단층 건물로 중앙의 현관홀을 중심으로 계단실, 교리실, 창고, 집무실, 침실을 배치하고, 현관홀에서 통하는 지하에는 포도주 저장실이 있다. 

또한, 가실성당은 2004년에 영화 ‘신부수업’의 촬영지가 되었다. 1956년부터 ‘낙산성당’으로 불리던 이곳의 이름은 2005년 원래의 이름인 ‘가실성당’을 되찾았다. 가실(佳室)은 낙산의 옛 이름이고, 아름다운 집을 뜻한다고 한다.

마음의 쉼터

성당을 방문하고 나서 내내 느끼는 점은 이곳은 천주교 신도들만의 종교를 위한 장소가 아니라 누구든 자유롭게 안식을 찾을 수 있는 쉼터라는 것이다. 이곳저곳을 둘러봐도 누구 한명 제재하는 사람이 없었고 사진을 찍는다고 하여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없었다. 모든 게 너무 자연스러웠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곳이었다.

그리고 거기서 만난 신부님은 인자한 미소를 가지시고는 나에게 다가와 어떻게 오게 되었는지, 사진은 많이 찍었는지 또 많은 것을 보고 가는지 차분하게 물어봐 주시면서 “좋은 사진이 많아야 할텐데…” 걱정까지 해주셨다.

내가 신부님의 사진을 좀 찍고 싶다고 부탁드리자 흔쾌히 함께 방문한 일행들과 함께 웃으며 사진까지 찍어주시며 우리에게 웃음도 주시고 가셨다. 짧은 시간의 방문이었고 어찌 보면 좋은 가을 사진 한 장을 남기기 위해 간곳에서 난 마음의 힐링을 하게 되었고 기분까지 좋아졌던 사진 여행으로 기억에 남게 되었다. 짧지만 많은 것을 느낀 하루였고 잊지 못할 추억의 책자 한 페이지에 남을 여행이었다.

차인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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