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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사의 진짜 이야기』우르술라 무쉘러 지음 / 김수은 옮김 / 열대림 펴냄

위대한 건축물에는 건축주뿐만 아니라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예술혼에 불타는 뛰어난 건축가가 있었다. 건축가들은 때로 건축주의 주목을 받기 위해 무자비한 경쟁과 암투를 벌이기도 했으며, 건축사에 길이 업적을 남기겠다는 야망에 불타 자신의 영혼을 팔고 폭군을 위해 아방궁처럼 호화로운 궁전을 짓기도 했다. 

이 책은 건축 현장의 무대 뒤편으로 시선을 돌려 명예와 권력, 열정과 갈채, 시기와 질투, 영광과 좌절로 점철된 건축의 역사를 들여다본다. 고대 이집트의 피라미드부터 계획도시 브라질리아에 이르기까지 역사상 가장 유명한 31편의 건축물에 얽힌 수천 년 역사를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다.

거대한 피라미드의 두 얼굴

인류 역사상 가장 유명한 건축가는 이집트의 임호텝이다. 임호텝은 최초의 거대 석조 건축물인 사카라의 계단식 피라미드를 설계한 사람이다. 이 피라미드를 통해 왕가의 무덤 양식에서 새로운 형식을 선보였다. 임호텝은 매장실과 연결된 지하 28m 깊이에 통로를 만들고 여섯 계단으로 이루어진 60m 높이의 피라미드를 쌓았다. 

피라미드는 이집트인들의 깊은 신앙심의 문화적 표출이었다. 아직 살아 있는 왕을 위해 건립했지만 왕이 죽은 후에 미라로 만든 육체를 위해 공간을 마련함으로써 내세의 현존을 보증하고 태양신과의 합일을 추구하는 제식적인 숭배의 의미를 지녔다. 

피라미드는 사후에 신으로 승격되는 왕의 현존을 상징화했다. 그러나 피라미드에 대한 그리스인들의 평가는 이중적이었다. 열광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폭정과 착취의 결과물로 생각했다. 로마에서는 더욱 비판적이어서 이집트의 피라미드는 왕의 부귀영화를 과시한, 불필요하고 어리석은 건축물에 불과하다고 했다.

 

잔혹한 건축주 네로의 폭정

네로 황제 역시 고대 로마의 미덕과 윤리에서 거리가 멀었다. 네로가 자신을 위해 짓도록 한 ‘도무스 아우레아’라는 왕궁은 50㏊의 땅 위에 건물, 정원, 공원, 온천, 인공호수가 펼쳐져 있는 엄청난 크기의 왕궁이었다. 왕궁 내부만 해도 방이 150개가 있어서 으리으리한 접견실, 거실, 관리실 등으로 쓰였다. 건물 전체의 길이도 엄청나서 3개의 열주로 구성된 홀은 길이가 1천480m에 이르렀고, 또 바다처럼 넓은 호수가 건물을 둘러쌌다. 

이 웅장한 기획을 위해 네로는 착취, 박해, 살해 등을 통해서 재정을 확보했다. 건축가 알베르티는 “네로가 건설했던 모든 것은 금과 보석으로 장식돼 있어 비난받아 마땅하다”며 “네로는 사람이 결코 할 수 없는 일만을 떠올리는 아주 기이한 건축가들에게만 일을 맡겼다”고 했다.

 

이웃사랑의 과업 아비뇽다리

다리 건설은 중세의 기술력으로는 어렵고도 비용이 많이 드는 모험이었다. 로마의 거의 모든 다리는 나무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항상 화재의 위험이 뒤따랐다. 최초의 중세 석조 다리는 론강 위의 아비뇽에 세워진 퐁 생 베네제였다. 베네제는 친구와 후원자로 구성된 일종의 교단인 소위 ‘다리형제회’를 조직했다. 이 조직은 기부금, 유증, 유언장 처분액 등을 받았고 공사를 이웃사랑의 과업으로 승화시켰다. 1178년부터 1185년까지 공사가 진행되었던 아비뇽의 생 베네제다리는 뛰어난 건축물이었다. 돌로 만든 22개 아치가 론강 위에 놓여 있었고, 넓은 기둥들 때문에 아치가 더욱 좁아 보이는 효과가 있었다. 

 

호평과 혹평 사이의 에펠탑

프랑스 제3공화국 정부는 프랑스대혁명 백주년 기념식을 성대하게 거행하고 1870~1871년 전쟁 패배 이후 다시 강력해진 프랑스를 과시하고자 1889년 파리 만국박람회에 맞춰 상징적인 건축물을 짓기로 결정했다. 정부는 수많은 기념물 설계공모 중 샹 드 마르에 300m 높이의 철제구조탑 건설을 제안한 기술자 알렉상드로 구스타브 에펠의 계획을 채택했다. 기술적 정확도와 과학적 정밀성에도 불구하고 프랑스의 수많은 지성인과 예술가들은 탑 건설을 반대했다. 그들은 탑이 무용하며 지독하게 추하고 야만스러운 철 덩어리며 파리의 수치라고 생각했다. 모파상은 에펠탑을 “철제 사다리로 만든 비쩍 마른 피라미드”라며 당장 철거를 주장했다. 하지만 1889년 에펠탑이 완성된 후에는 시민들과 언론들은 기술진보의 표출이라며 찬사를 보냈다.

352쪽 1만6천800원.

 

지은이 우르술라 무쉘러

독일 건축가협회 소속 건축가로서 여러 건축 공모전에서 심사위원으로 활동했다. 1992년부터 뒤셀도르프에서 건축과 도시건설 업무를 다루는 건축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권혁구 출판전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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