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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 인문학과 첨단을 품다』전창림 지음/ 한국문학사 펴냄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하는 모든 행위, 즉 세탁하고 화장품을 쓰고 요리하고 음식을 소화시키는 것도 다 화학이며, 우리가 먹고 신고 쓰는 모든 물건들도 거의 화학의 산물이다. 생물학도, 물리학도, 수학도, 심지어는 음악, 미술, 체육까지도 화학 없이는 실체가 없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우리 삶을 점령하고 있는 화학의 실체를 제대로 아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책은 화학이란 학문의 근본적인 성격뿐만 아니라 다른 학문과 밀접하게 통섭하는 화학의 본질을 알기 쉽게 정리하고 있다.

맬서스 인구론 악몽 깬 질소비료

토머스 로버트 맬서스는 1798년 펴낸 ‘인구론’에서 지구 전체의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데 비해 식량 생산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데 그쳐, 결국 인류는 큰 재앙을 맞을 것이라고 예언했다. 인류는 맬서스의 인구론에 대한 공포를 극복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로 고질적인 식량문제를 해결하는 데 획기적인 역할을 한 것이 질소비료의 생산이다. 식물이 자라고 열매를 맺으려면 질소가 필수다. 공기 중의 80%가 질소이지만 이 질소를 식물이 흡수할 수 없다. 질소를 고정화하는 과정을 통해 암모니아가 생성되어야 식물이 자랄 수 있다. 1915년 독일 프리츠 하버는 고온고압에서 촉매를 사용해 암모니아를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 하버의 질소비료 발명으로 인류는 식량부족의 악몽을 떨칠 수 있었다. 그 공로로 하버는 1918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했다.

 

세제의 혁명 계명활성제

자전거 체인을 만지고 나면 손에 기름이 묻는다. 물로 비비고 닦아도 기름때는 꿈쩍도 않지만 비누를 묻혀 씻으면 시원하게 씻긴다. 여기서 비누가 기름때를 제거하는 과정이 화학반응이다. 비누와 같은 친유성 부분과 친수성 부분을 함께 가진 분자를 화학적으로 계명활성제라 한다. 계명활성제는 비누, 세제, 샴푸 등에서 세탁과 세척을 하거나 화장품, 치약, 음식 등 액체로 된 상품에서 기름 성분과 수분이 잘 섞이게 하는 역할을 한다. 지방산 비누는 잘 헹궈지지 않고 옷에 남아 섬유의 올 사이에 축적돼 옷을 상하게 한다. 그래서 석유에서 만든 것이 합성세제다. 합성세제는 비누보다 물에 잘 녹고 센물이나 적은 양에도 세척력이 뛰어나다. 그러나 합성세제는 자연분해되지 않아 환경오염 문제를 야기한다. 그래서 요즘은 생분해성 합성세제인 계명활성제를 개발해 사용하고 있다.

 

최첨단 과학수사도 화학이 선도

범죄수사에서 지문 채취는 매우 중요하다. 지문이 묻은 지 얼마 안 되었다면 자외선 램프를 사용하거나 알루미늄, 흑연 등 미세한 분말을 뿌려서 지문을 채취할 수 있다. 지문에는 약간의 지방이 묻어 있기 때문에 분말이 붙는 것이다. 그런데 좀 오래된 지문은 지방이 없어져서 분말법으로 채취가 불가능하다. 그래서 아주 적은 농도이지만 아미노산이 남아 있기 때문에 이것을 화학반응으로 잡아낸다. 혈액이나 체액이 묻은 곳에 닌히드린 용액을 뿌리면 체액에 포함된 소량의 아미노산과 반응해 아미노 이량체가 만들어지는데, 이때 보라색이 발생하여 지문이 드러난다. 

과학수사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혈흔 감식이다. 범인이 혈흔을 닦거나 청소를 했을 경우에는 루미놀 반응을 가장 널리 쓴다. 또 시신이 백골화된 경우 변사자의 나이와 사망연도를 알아내기 위해 화학적 방법인 탄소 동위원소 분석을 사용한다.

 

인상파 미술은 과학이 열었다

빨강과 파랑 물감을 섞으면 보라색이 된다고 알고 있지만 실제로는 갈색 비슷한 색이 된다. 빨강과 파랑을 섞은 혼합 물감의 경우 빨간 물감은 빨간색을 제외한, 파란 물감은 파란색을 제외한 거의 모든 빛의 파장을 흡수해 무채색 비슷한 어두운 색이 나오게 된다. 그래서 인상주의 이전 그림들은 다소간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어두웠다. 반면 인상주의 화가들은 자연의 색을 그대로 표현하고 싶어 했다. 이에 인상주의 화가들은 당시 태동하기 시작한 과학적 원리를 응용한 병치혼합을 생각해냈다. 빨강과 파랑을 미리 섞지 않고 두 색을 그냥 나란히 화면에 칠한 후 멀리서 바라보면 그 색이 섞여 보라색으로 인식되는 것이다. 모네도 고흐도 이런 방법으로 현란하고 밝은 화면을 창조했다. 인상주의가 극도로 발전해 후기 인상주의에 도달한 쇠라의 그림을 보면 아예 작은 점으로 색을 분할해 병치함으로써 색의 밝은 혼색을 만들었다. 408쪽, 1만6천800원.

권혁구 출판전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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