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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갓바위에 오르다

갓바위는 경상북도 경산시 팔공산의 남쪽 봉우리인 ‘관봉’의 정상에 자리하고 있는 통일신라시대의 석불 좌상이다. 병풍처럼 둘러쳐진 암벽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석불 좌상은 전체 높이가 4m에 이른다. 관봉은 우리말로 ‘갓바위’이므로 흔히 ‘갓바위 부처님’이라고 부른다. 관봉은 인봉. 노적봉과 함께 팔공산의 대표적 봉우리로서 해발 850m의 고봉이다. 그래서 이곳에서는 팔공산의 서남쪽이 모두 내려다보인다.

갓바위를 오르기 위해서는 두 군데의 등산로가 있다. 약사암과 삼성각을 지나 오를 수 있는 경산 갓바위 방향과 대구에서 접근할 수 있는 등산로로 나뉘어져 있다. 내가 이번에 오른 곳은 경산시 와촌면에 있는 경산 갓바위로 약사암 방향이 아닌 선본사 일주문이 있는 방향으로 관봉에 오르게 되었다. 약 30~40분 정도면 갓바위 부처님이 있는 곳까지 갈 수 있으므로 체력이 많이 약한 사람들도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몸과 마음을 수양하며

갓바위에는 선본사라는 절이 있는데 불교 종교인들의 장소라기보다는 몸과 마음을 정화시키기 위해 등산을 하는 마음으로 올라가는 곳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팔공산을 지나 왕복4차선 도로를 차로 한참을 달리다보면 도로 한편에 커다란 입간판 ‘한 가지 소원을 이루어 주는 경산 갓바위’ 라는 문구가 크게 보인다. 그렇게 길을 따라 계속 가다보면 넓은 선본사 주차장에 다다를 수 있는데 3주차장까지 있을 정도로 넓은 주차시설을 가진 것만 봐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지를 가늠하게 해준다. 

주차장 위로는 관음휴게소가 자리를 잡고 있어 불교용품과 간단한 음식들을 판매하고 있다. 휴게소에서 선본사 일주문까지 경사진 도로를 올라야 하는데 이곳엔 버스정류장이 위치하고 있어서 경산에서 버스를 이용하는 사람 혹은 공양미, 양초를 판매하는 관음휴게소에서 물건을 구매하면 버스정류장이 있는 곳까지 가끔 태워 주기도 한다.

일주문 뒤편의 현판에는 ‘해동제일기도성지’라는 현판이 걸려있다. 버스정류장과 일주문이 있는 곳부터 탐방로 안내도가 보이고 본격적인 오르막길이 시작되게 된다. 며칠 전 내린 눈 때문인지 오르막 길을 제외하고는 사방이 하얗게 덮여 있었다. 약간의 경사 길을 오르다보면 좌측에 약사암으로 가는 산길이 또다시 보이게 된다. 눈길에 혹여나 미끄러질까 가파른 경사가 제법 조심스럽다. 초반부터 숨이 턱까지 차오르긴 하지만 오르는 내내 길가에 설치된 스피커에서 나오는 목탁소리와 염불 소리를 들으며 오르다 보면 금방 무수한 계단이 있는 곳이 눈앞에 펼쳐진다. 

잠시 목을 축이고 다시 계단을 따라 다다른 곳은 ‘삼성각’. 기도하는 신자들 앞으로 무수한 양초와 공양미가 보인다. 이곳은 약수터가 있어 약수를 마시기도 하는데 겨울이라 그런지 사용이 금지되어 있었다. 삼성각의 좌측 벽에는 화신인 호랑이의 벽화가 크게 그려져 있었다. 이곳의 재밌는 점은 삼성각 좌측의 바위에 고추모양으로 파여진 형상을 볼 수있다. 아들을 낳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찾아와 소원을 빌기도 한다고 전해진다. 

삼성각에서 약 5분을 더 오르면 대웅전이 보이고 대웅전 앞마당엔 만불대원탑이 세워져 있다. 만불대원탑은 2009년 조성된 석탑으로 팔공산 관봉 약사여래불을 축소한 불상 만불과 경전이 봉인돼 전국 최고의 기도도량인 갓바위 선본사의 또 다른 참배 공간으로 만들어진 곳이라고 한다. 그리고 좀 더 오르면 관봉석조여래좌상, 일명 갓바위 부처님이라고 불리는 바위로 된 불상을 볼 수 있게 된다. 해발 850m 의 관봉 정상에 자리 잡은 불상의 웅장함과 근엄한 모습은 마음조차도 경건하게 만드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한 모습이었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원광법사의 수제자인 의현대사가 어머니의 명복을 빌기 위하여 638년(선덕왕7년)에 조성한 갓바위 부처님. 의현대사가 불상을 조각할 때 밤이면 학들이 날아와 추위를 지켜주고 3식의 식사도 그들이 물어준 양식으로 연명하며 불상을 조성하였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전체적 양식으로 보아 8~9세기 작품으로 보이는 것이 학계의 일반적인 정설이라고도 한다. 현재 보물 제 431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이 불상의 정식 명칭은 ‘관봉석조여래좌상’이다. 지성으로 기도를 드리면 누구나 한 가지 소원은 이루게 해준다는 갓바위 부처님으로 더 잘 알려진 이 불상은 군위 삼존불과 함께 팔공산 불교문화의 정수를 이루는 작품이다. 

갓바위 부처님은 화강암으로 만들어진 돌로 몸뿐 아니라 대좌도 한 돌로 되어 있다. 머리는 소발에 육계(머리)가 큼직하고 그 위로 두께 15cm정도의 흡사 갓 모양을 한 얇은 바위가 얹혀져 있다. 양쪽 볼이 두툼한 얼굴은 비교적 둥글고 풍만하며 오똑한 코 그리고 굳게 다문 입술로 근엄한 표정을 짓고 있다. 이마 한가운데는 백호가 둥글게 솟아올라 전체적으로 이목구비가 조화롭게 잘 이루어져 있다. 두 귀는 길게 어깨까지 늘어져 있다.

사각형으로 된 대좌(불상을 올려놓는 대)는 신체에 비해 작은 편. 대좌의 윗부분에는 길게 입은 옷의 끝자락이 엎고 있는데 이 같은 대좌 형식을 상현좌라고 한다. 불상의 뒷면에 병풍처럼 둘러쳐진 암벽이 광배의 구실을 하고 있으나, 뒷면의 바위하고는 떨어져 따로 존재하고 있다. 

갓바위를 찾은 날이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알록달록한 연등 아래 많은 불자들이 정성을 다하여 절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가 있었다. 그들은 땀 흘리며 참배를 드리고 가족의 건강과 안위를 아마 빌고 있으리라. 앞서 언급했듯이 갓바위는 불교신자들만의 공간이 아니다. 어린이, 학생, 주부, 어느 누구 할 거 없이 건강을 위한 등산 또는 마음의 안정을 찾기 위해 그리고 관광을 위해서 갓바위를 방문하고는 한다. 

나 역시 산행을 위해 또는 불안한 마음을 위로 받기 위해 자주 들르는 곳이라 친근하다. 관봉 정상에 올라 갓바위 부처님에게 소원도 빌어보고 사방에 탁 트인 전망을 바라보며 지친 일상을 잠시 잊게 해주는 몸과 마음의 치유의 장소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또한 누구나 갓바위를 다녀가는 사람들은 정상에서 내려오며 경건한 마음을 가지게 되고 마음의 안정을 찾게 된다고, 아니나 다를까 내가 간 날도 뒤에서 함께 내려오던 커플이 마음이 정말 평온해진다는 얘기를 주고받으며 “참 좋다. 꼭 다시 오자”며 자주 오겠다는 대화를 한다. 불교의 불자가 아닌 그들이 왜 그런 마음을 가지게 되는지 신기하기는 하지만 갓바위를 다녀온 사람은 그 신기함이 다 같이 이해가 되는 마음일 것이다.

차인호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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