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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사야 할 사람과 팔아야 할 사람

경험컨대, 청년시절 월세와 전세살이를 할 때에는 만사 제쳐놓고, 집 한 채만 있으면 아무 걱정 없을 것으로 생각되었다. 지금 집이 없는 당신도 집 한 채만 있으면 처자식과 오순도순 큰 욕심 없이 살겠다고 다짐하시리라.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여유가 생기면 갑자기 마음은 콩밭으로 가기 마련이다.

 

어찌어찌해서 집을 갖게 되면 그 집으로 만족하는 게 아니라, 차츰 더 큰 욕심을 갖게 됨이 사실일 게다. 집 한 채면 족할 것이라는 초심(初心)은 어디로 갔을까? 요즘은 노후대비까지 계획하는 세상인지라 부동산투자의 초심은 온 데 간 데 없어져 버렸고, 어디 갭투자할 곳 없나 사방을 살필 것이다.

 

특히 정치인들은 더 한다. 찍어달랄 때의 초심과 되고나서의 마음이 하늘과 땅 차이 아니던가? 선거철이 다가온다. 모두들 초심을 점검해 보자. 지금 만난 예비후보들은 허리가 90도이지만, 되고나면 인사는커녕 싸움질하느라고 정신없을 것이고, 집값이 오르건, 대책이 나오건 신경 안 쓸 것이다.

 

부동산투자에서 실패를 하는 이유나 정치에서 실패를 하는 이유는 대동소이하다. 부동산은 절반이상 빚 얻어 사놨다가 실직을 하거나, 경제가 나빠지면 망하기 마련이고, 정치는 공천을 잘못해서 초심을 잃은 후보자를 내세우면 권력도 빼앗기고 사람도 망하게 된다.

 

우리들은 이미 그런 경험을 했다. 2008년 금융위기 직후 한 사람이 아파트 열 채씩, 스무 채씩 사놨다가 주택경기 사그라지자 망한 사람이 부지기수였고, 지난 정권 때 공천 잘못해서 당이 쪼개지는 바람에 탄핵이라는 불명예에 직접 가담한 당사자들이 아직도 모이지를 못하고 있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필자가 정치를 논한다는 건 어불성설이고, 주택시장의 걱정을 함이 옳다고 본다. 지금의 주택시장은 시장도 살아야 하고, 대책도 살아야 하고, 지방도 살아야 하는 크나큰 숙제를 가지고 있음이 문제다. 집값경기를 불꽃으로 비유하면 서울은 불꽃놀이, 수도권은 쥐불놀이, 광역시는 불빛놀이, 지방은 별똥별이다.

 

서울의 주택상승 효과는 수도권과 광역시의 특정지역에 불꽃을 놓더니 지금은 경상일부와 전라일부까지 약한 불꽃을 옮겨 붙게 하고 있다. 수원과 용인 일부를 빼놓고, 전국적으로 한정된 지역에 불꽃을 던지고 있지만, 불꽃이 약해서 값은 오르나 마나다. 서울은 마당놀이로 놀지만, 지방은 노래방에서 놀고 있다고 보는 게 옳다.

 

그렇다면 서울 집값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모든 일에는 오르고 내림이 있는 법이다. 설사 더 오른다고 하더라도 오를 만치 올랐으니 값이 올라도 폭이 좁고, 그대로 있거나 약하게 내림세를 탈 것이다. 지난 해 11월이나 12월처럼 자고나면 1억씩 올랐다는 말은 우리들 일생에서 다시 듣기 어려울 수도 있다.

 

경기가 나쁘다고 중소상인들이 난리다. 입 달린 사람마다 경제가 나쁘다고 하는데 눈에 보이는 이유는 없다. 한 달 동안 20만원어치 물건을 판 상인이 있다는데 서울집값은 하루에 1억이 올랐다면 이건 뭐가 잘못돼도 많이 잘못된 것이다. 어려울 때 집값은 왜 여기저기 옮겨 다니며 값을 올리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그동안 쏟아졌던 부동산 강경책은 워낙 그물이 촘촘해서 21대총선 예비후보자들이 할 말을 잃고 있다. 옛날 같으면 지역개발 공약이라도 내놓을 수 있었지만, 지금 같은 때에 지역개발공약 내놨다가는 오히려 표 까먹기 딱 맞다. 이제 집값을 단속하는 특별사법경찰까지 동원된다고 하니 갈수록 태산이다.

주택투기를 단속하는 특별사법경찰이라는 게 ‘이전등기 관계’나 ‘자금흐름의 계좌’를 들여다보는 게 아니라 만만한 중개업소 서류 뒤져서 신고 잘하고, 수수료 잘 받았는지, 그런 부분이나 조사하고 있으니 이제 서울 중개업소는 못살겠다는 하소연이 터져 나올 것이다.

 

집값이 오르는 바람에 정부는 세수가 늘었다. 대책 나올 때마다 양도세나 보유세가 올라 국민 반항 없이 증액되었으니 얼마나 좋을까? 결국 집 가진 사람들이 집으로 덕을 봤고, 덕을 본 만큼 세금을 더 내게 됐다고 보는 게 옳으리라. 그러고 보면 세상에 공짜는 없나보다.

 

1989년부터 2019년까지 30년 동안 직장인 월급은 5.5배 올랐다. 지금 월 550만 원 정도를 받는 은퇴직전의 간부사원이거나 공무원이라면 30년 전 월100만원을 받았을 것이다. 그런데 강남권 아파트는 20배가 올랐고, 비 강남권은 약 10배가 올랐다. 아직 집이 없는 사람은 허탈할 뿐이리라.

 

평균적 직장인이 강남에 25평 아파트를 사려면 한 푼도 안 쓰고 모았을 때 46년이 걸리고, 비강남권 아파트 같은 규모를 사는 데는 약 20년이 걸린다. 만일 월급으로 먹고 살았다면 집 마련은 꿈도 꿀 수 없는 일이다. 2030세대들이 근래 집장만에 적극 나서고 있는 일도 이와 같은 이유가 있어서다.

 

서울은 집값이 고개를 숙였지만, 수도권은 강세다. 지금이라도 집을 사야하느냐는 질문이 매일 줄을 잇는다. 지금 사야 할 사람도 있지만, 팔아야 할 사람도 많다.

 

윤정웅 부동산 칼럼리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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