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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 황매산

남도에서부터 꽃소식이 하나 둘 전해질 무렵, 철쭉으로 유명한 황매산을 미리 올라본다. 산자락에 드문드문 잔설로 남아 있던 겨울은 양지바른 쪽을 시작으로 벌써부터 녹아들고 있었다. 사계절 저마다 다른 빛깔로 펼쳐지는 황매산, 봄에는 온통 진분홍 꽃물이 든다.

영남의 금강산 ‘黃梅山’

합천군 가회면과 대병면에 걸쳐있는 황매산은 합천의 진산이지만 산행서적이나 관광지도에서도 찾기 힘들 정도로 무명의 산이었다. 덕분에 훼손되지 않은 아름다운 골짜기를 간직하고 있는 산이다. 

1983년 군립공원으로 지정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고, 이제는 가야산과 함께 합천을 대표하는 명산이 되었다. 태백산맥의 마지막 준봉으로 고려시대 호국선사 무학대사가 수도를 행한 장소라고 전해진다. 

해발 1108m에 이르는 준령마다 굽이쳐 뻗어나 있는 빼어난 기암괴석과 그 사이에 고고하게 휘어져 나온 소나무와 철쭉에 병풍처럼 수놓고 있다. 황매산의 황(黃)은 부(富)를, 매(梅)는 귀(貴)를 의미하며 풍요로움을 상징한다. 산 정상에 오르면 합천호와 지리산, 덕유산, 가야산 등이 모두 보인다. 합천호는 가깝다못해 잔잔한 물결의 흐름까지 느껴질 정도다. 

합천호의 푸른 물속에 비쳐진 황매산의 세 봉우리가 매화꽃 같다하여 수중매라고도 불린다. 이른 아침이면 합천호의 물안개와 부딪치며 몸을 섞는 산안개의 장관을 만날 수 있다. 

황매산은 철쭉에 만개하는 봄도 아름답지만, 낮은 구릉들이 푸르른 초목으로 뒤덮이는 한여름이나, 억새풀이 흐드러지는 가을, 눈꽃이 피어나는 겨울의 모습도 놓치긴 아쉽다. 

여느 산의 정상의 모습과는 달리 시야가 탁 트여 있어 그 어떤 계절의 모습도 그림처럼 다가온다. 정상까지 자동차도로가 이어져 편리하지만, 여유가 된다면 황매산의 절경인 모산재를 거쳐 정상까지 걸어 올라가는 것을 추천한다.

 

황매산 기적길 

황매산 등산코스는 총 7개가 있다. 1코스 기적길, 2코스 철쭉길, 3코스 황매산 평온길, 4코스 누룩덤길, 5코스 떡갈나무길, 6코스 합천호수길, 7코스 할미산성길. 그 가운데 합천 8경 모산재를 지나는 기적길은 황매산 산행의 백미로 꼽힌다. 

황매산 기적길은 4km 가량의 등산코스로 왕복 2시간 정도 소요된다.

오르면 오를수록 기운이 차오르는 산이라고 하는 황매산. 그중에서도 기적길은 기암괴석과 절벽 아래로 펼쳐지는 경치가 어우러져 수많은 탄성이 메아리치는 곳이다. 

가야산에서 시작된 산줄기가 황매산을 지나 거침없이 뻗으면서 그 기백이 모인 모산재와 한국 최고의 명당이라는 무지개 터, 절벽 위 푸른 하늘을 향해 돛을 편 듯 신기한 모양의 돛대바위, 순결한 사람을 가려낸다는 전설을 가진 순결바위, 밝은 기운을 품은 영암사지까지 한 번에 둘러볼 수 있다.

순결바위를 지나면 한동안 바위 능선이 이어진다. 사람들이 지나다닌 흔적이 희미하게 새겨진 바위를 찾아 밟고, 간혹 나타나는 친절한 화살표를 더듬다보면 한순간 길은 빽빽하게 우거진 소나무 숲으로 연결된다. 태조 이성계의 등극을 위해 천지신명께 기도를 올렸다는 국사당을 지나고 나면 황매산 기적길도 드디어 끝이 보이는 셈이다. 

산 아래로 내려와서 만나게 되는 영암사지도 여간 예사롭지 않다. 영암사지 터는 다행히 잘 정비되어 있지만, 소박한 탑과 석등하나 우두커니 남은 옛 절집의 흔적은 어쩔 수 없이 쓸쓸하다. 만약 영암사가 현존했다면 그 뒤로 병풍처럼 펼쳐졌을 암벽 풍경마저 더없이 수려할 것인데, 터만 남은 그 흔적이 무척이나 안타깝다. 

저 만치 올려다 보이는 돛대바위가 빈터로 남은 영암사지를 아련하게 내려다보는 듯하다. 

모산재 주차장에서 시작된 걸음이 이렇게 영암사지를 마지막으로 다시 주차장으로 돌아오면 황매산 기적길 산행도 마무리된다. 기암괴석과 웅장한 암벽, 발아래 펼쳐진 절경이 한데 어우러진 황매산 기적길은 황매산의 또 다른 매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등산코스다.

황매산 정상 가는 길 

그렇지만 산행은 대개 정상이라는 도전 목표와 함께 걷는 길이다. 더욱이 황매산은 산마루에 펼쳐지는 평원과 그 가운데 우뚝 솟은 정상이 장관을 이루는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물론 황매산 기적길을 걷는 동안에도 모산재에서 방향을 바꿔 철쭉 군락지, 황매평원을 거쳐 황매산 정상까지 산행도 가능하다. 그러나 이런저런 이유로 긴 산행이 여의치 않는 경우라면 황매산 기적길을 돌아내려와 차로 10여분 정도만 이동하면 황매평원 아래까지 바로 올라갈 수 있다. 좀 더 수월하게 황매산 정상에 오를 수 있는 것이다. 

황매산 기적길에서 만난 바위 능선과 아찔한 절벽 풍경과는 완전히 다른, 탁 트인 하늘아래 드넓게 펼쳐지는 평원을 여유롭게 거닐 수 있다. 정상까지 이어진 길도 잘 정비되어 있어서 누구나 함께 걸어볼 수 있는 천상의 산책코스다. 

가을 억새에게 자리를 내주고 다시 긴 겨울을 지나온 황매평원은 이제 봄이 숨고르기 중, 한껏 물 오른 철쭉들이 저마다 꽃망울을 가득 품고 있다. 

이제 곧 햇살 닿은 자리마다 꽃이 피고 또 필 것이다.

김성남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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